아르데코 가구, 알면 사랑하게 될 걸 2
100년 전 가구가 이렇게 우아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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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UL FOLLOT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로 넘어가던 시기, 파리의 디자이너들은 시대 변화 앞에서 서로 다른 가능성을 실험하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폴 폴로는 아르누보의 우아한 유기적 형태와 갓 태동하던 아르데코의 기하학적 질서를 동시에 품은 디자이너였다. 장식미술가로서 경력을 시작한 폴로는 1900년대 초 자신의 공방에서 식기와 가구, 직물 등 생활 전반을 아우르는 디자인을 선보이며 이름을 알렸다. 아르누보적 곡선을 사랑했지만 그 곡선을 과도하게 사용하지 않고 오히려 절제된 방식으로 표현했는데, 덕분에 폴 폴로의 디자인에는 아르누보의 부드러움에서 아르데코의 대담함으로 나아가며 완성된, 시대를 초월한 세련됨이 스며들어 있다. 금속과 대리석, 라케를 사용한 명확한 형태에 부드러운 식물 문양과 기하학적 프레임을 결합해 장식적이면서도 정제된 디자인이 폴 폴로의 스타일이다. 아르데코의 ‘시크함’ 속에 아르누보의 온기가 여전히 남아 있는데, 식탁 다리의 곡선에는 고전적 아름다움을 담고 의자의 조형은 대담하고 모던하게 완성하는 식이다. 이런 이중적인 매력은 폴로의 디자인을 특별하게 만든다. 당시 아르데코 디자이너 중에서도 폴 폴로는 꾸준히 장인적 디테일과 품격을 고수했고, 1910년대 후반 프랑스 장식미술가협회(Société des Artistes Décorateurs)의 활동으로 아르데코 디자인 신을 선도했다. 그의 작업은 개인 가구뿐 아니라 호텔, 요트, 관공서 등 대형 프로젝트로 확장됐다. 곡선과 직선, 풍부한 장식과 절제된 구조가 동시에 공존하는 폴로의 작품을 볼 때마다 아르데코가 얼마나 다양한 표정을 가졌는지 알게 된다. 폴 폴로의 디자인이 오늘날까지도 매혹적인 이유다.
RENÉ HERBST
」금속과 규율로 다시 만든 아르데코. 르네 에르브스트는 아르데코의 화려한 수공예적 전통 속에서 산업화된 재료, 기능주의 디자인, 모듈 개념을 전면에 내세운 실험적인 인물이었다. 아르데코를 단순히 장식적 스타일이 아니라 시대정신의 반영으로 본 그는 산업 재료를 사용하고, 기계적 기능을 중시했으며, 심지어 장식을 제거했다. 산업화 이후의 아르데코가 품었던 또 다른 얼굴을 르네 에르브스트의 디자인에서 발견할 수 있다. 에르브스트는 탁월한 실내 디자이너이기도 했다. 1920년대 중반부터 강철 튜브와 시트 메탈, 유리 등 새로운 산업 재료를 적극적으로 실내 공간에 도입해 기차역 대합실이나 상점, 오피스, 전시관 부스에서 대량생산이 가능한 모듈형 구조와 조립 시스템을 선보였다. 기능성과 효율성에 관한 그의 관심은 로베르 말레-스테방과 함께 1930년에 창립한 그룹 UAM(Union des Artistes Modernes)으로 이어진다. 피에르 샤로, 아일린 그레이, 장 프루베, 샤를로트 페리앙, 르 코르뷔지에 등이 참여했던 UAM은 ‘아름다움은 기능 속에 있다’며 당대의 디자인 맥락을 새로 쓰기 시작해 아르데코 이후 기능적 모더니즘으로 나아가는 데 다리가 된 모임이다. 크롬으로 도금한 스틸 튜브 프레임, 좌판과 등받이에 탄성 있는 고무 밴드를 사용한 것으로 유명한 ‘샌도즈 체어(Sandows Chair)’(1928년)처럼 당시에도 꽤 전위적이고 과격했던 에르브스트의 가구는 이런 흐름에서 탄생했다. 르네 에르브스트는 아르데코를 시대를 반영하는 기술적 미감으로 봤다. 광택 나는 금속과 투명한 유리, 반복적 구조로 만든 시각적 리듬. 아르데코가 가진 기하학적 구성과 곡선의 아름다움을 절제된 금속 선의 구조로 재해석한 샌도즈 체어처럼 기계적인 선이 미감을 대체하고, 표면 대신 구조가 조형이 되는 새로운 언어의 시작이었다.
JEAN DUNAND
」아르데코 디자인은 표면에서 시작된다. 기하학적 구성과 대칭적인 선 그리고 고급 재료가 지닌 질감과 광택은 당대 디자이너들이 재료의 본질을 드러내고, 기술로 현대적 취향과 감각을 표현한 결과물인 셈이다. 장 뒤낭의 가구도 이런 흐름 속에서 탄생했다. 금세공사로 출발한 그의 작업은 일본 전통 칠화 기법인 우루시(Urushi)를 배우면서 새로운 방향으로 전환됐다. 그는 수년간 칠화 기술을 연구했고, 마침내 프랑스 장식예술에 걸맞은 독자적인 라케 미학을 완성했다. 칠을 바르고 건조하는 반복 과정을 통해 표면에 시간을 층층이 쌓아 올린 장 뒤낭의 캐비닛과 파티션에서는 빛과 안료가 만들어내는 반짝임이 눈에 띈다. 장 뒤낭은 아르데코의 대표 디자이너로 기억되지만, 더 정확히 말하면 그 시대의 ‘표면’을 새롭게 정의한 인물이다. 그의 라케 가구 위에서는 빛이 미끄러지고, 안료가 층을 이루며, 검은 바탕 위에 금박과 붉은 문양이 번지는 독특한 조화를 볼 수 있다. 특히 그의 캐비닛과 파티션은 칠화와 금속, 장인 정신과 시간이 겹겹이 쌓여 만들어낸 밀도가 돋보인다. 고급 재료와 수공예에 대한 시대적 집착 그리고 아르데코가 추구한 세련됨이 극도로 정제된 방식으로 그의 라케 표면에 녹아든 것이다. 장 뒤낭은 1925년 파리 국제박람회에서 주목받았고, 파리 고급 인테리어 시장과 협업하며 수많은 인테리어 벽면과 조명, 가구를 남겼다.
Credit
- 에디터 이경진
- 아트 디자이너 이유미
- 디지털 디자이너 김려은
-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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