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펜하겐 디자인에 흠뻑 취해봐
2025 스리데이즈오브디자인 하이라이트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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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L HANSEN & SØN
」신고전주의 양식의 건물에 둥지를 튼 칼 한센 앤 선의 뉴 플래그십 스토어. 이곳에서 오랜 기간 잠들어 있던 디자인들이 다시 빛을 발했다. 한스 웨그너의 아카이브에서 건져 올린 1948년 작 ‘CH621’ 회전의자부터 1962년 작 ‘CH290’ 라운지체어, 난나와 예르겐 디첼 부부가 1950년대에 디자인한 ‘비타 소파(Vita Sofa)’와 ‘ND55’ 커피 테이블까지. 여기에 현대 디자이너들과 협업한 뉴 컬렉션도 함께 전시해 20세기 초부터 시작된 여정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증명했다.

CRD STUDIO
」그 자체로 하나의 공예품이나 다름없는 특별한 집. 페인팅과 세라믹 분야에서 두각을 보여온 덴마크 아티스트 카트린 라벤 다비드센(Cathrine Raben Davidsen)이 새 보금자리의 문을 딱 3일 동안 공개했다. 손수 제작한 세라믹 오브제와 테이블웨어는 물론, 독특한 조명과 맞춤 가구까지. 예술가의 손길이 구석구석 닿아 완성된 이 유니크한 공간은 이번 디자인 위크의 숨은 하이라이트였다.

LOUISE ROE
」공간 리뉴얼과 함께 다양한 신규 컬렉션을 선보인 루이즈 로. 특히 반가운 건 브랜드 최초의 협업 소식이다. 루이즈 로는 코펜하겐 건축 스튜디오 ‘멘체 오텐스테인(Mentze Ottenstein)’과 하나의 아트워크 같은 컬렉션을 선보였다. 신비로운 분위기의 ‘문 랜턴(Moon Lantern)’, 스테인리스스틸과 천연 대리석을 조합한 모듈형 선반 시스템 ‘액시스 디스플레이 유닛(Axis Display Unit)’으로 한층 업그레이드된 루이즈 로만의 감성을 드러냈다.

LEE BROOM
」10년간의 여정을 집약한 리 브룸의 스리데이즈오브디자인 첫 전시. 19세기의 역사적 건물 안에 비밀스러운 탐험가의 집처럼 연출된 전시는 수많은 관람자를 모으기에 충분했다. 나무 상자와 패브릭 자락, 다양한 오브제와 함께 전시된 리 브룸의 대표 컬렉션은 진귀한 보물처럼 어둠 속에서도 또렷이 빛났다. 여기에 리 브룸의 첫 포터블 테이블 램프 ‘챈트(Chant)’가 세계 최초로 공개돼 시선을 끌었다.

CHARLOTTE TAYLOR
」코펜하겐에서 펼쳐진 ‘나 혼자 산다’. 샬럿 테일러는 다목적 디자인 스튜디오 ‘누라 레지던시(Noura Residency)’를 배경으로 전시와 생활이 공존하는 실험을 펼쳤다. 직접 큐레이션한 가구와 오브제로 스타일링한 공간에서 먹고 자며, 친구들을 초대해 공간이 변하는 모습을 가감 없이 공개했다. “단정하기만 한 디자인 주간에 약간의 혼란을 더하고 싶었다”는 샬럿. 스타일과 진짜 삶의 경계를 되짚는 동시에 디자인이란 결국 살아 있는 감각이라는 사실을 유쾌하게 증명했다.

STRING FURNITURE
」익숙함의 미묘한 변화는 언제나 신선하다. 스트링 퍼니처는 이번 스리데이즈오브디자인에서 다크 그레이 컬러의 스트링 시스템을 새롭게 선보였다. 레드와 블루, 그린 등 기존 컬러 팔레트는 물론 월넛 소재와의 조화까지 세심하게 고려한 선택이다. 단순한 색상 변경을 넘어 공간에 차분한 깊이를 더해주는 조력자를 만난 기분. 디테일은 유지하면서 전혀 다른 인상을 전하는 스트링 특유의 절제된 디자인 감각이 다시 한 번 빛나는 순간.

HOUSE OF FINN JUHL
」가구도 나이를 먹는다. 물론 시간의 시험을 견뎌낸 좋은 가구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다. 하우스 오브 핀 율은 신제품이나 재출시 대신 오래전 고객들이 변함없이 잘 쓰고 있는 제품을 빌려와 쇼룸에 전시했다. 치프턴 체어, 45 체어, 펠리컨 체어, 포엣 소파 등의 대표 시리즈가 핀 율의 디자인처럼 유기적 곡선을 지닌 받침대에 놓였다. 자연스러운 광택과 주름, 변색, 긁힘 등 오랜 사용의 흔적을 간직한 오리지널 피스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빛나는 뭔가가 있다는 사실을 조용히 증명했다.

VERPAN
」절제미와 뉴트럴 톤으로 대표되는 스칸디나비아 디자인 신에서 강렬한 색채와 미래적 감성을 외친 베르너 팬톤. 그 꼿꼿한 디자인 철학이 반영된 암체어 ‘270 F’가 재발매됐다. 자작나무 합판을 굽혀 만들었다지만 직접 보기 전까지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얇고 가벼운 실루엣. 블루, 레드, 오렌지, 블랙 등 단박에 시선을 사로잡는 컬러 옵션은 당연하다. 베르판은 270 F를 비롯한 팬톤의 대표 시리즈로 몽환적 분위기의 쇼룸을 연출해 평범함을 거부하는 팬톤의 정신을 다시 한 번 드러냈다.

GUBI
」20세기 전설적 디자이너들의 숨겨진 디자인을 발굴해 매 시즌 디자인 애호가들의 심장을 저격해 온 구비. 올해 단연 돋보인 건 이탈리아 건축가 카를로 데 카를리(Carlo de Carli)의 작품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원판으로 이뤄진 테이블 ‘타볼로 아 디스키(Tavolo a Dischi)’와 날개 달린 듯 독특한 팔걸이를 지닌 ‘폴트로나 트리아 라운지체어(Poltrona Tria Lounge Chair)’가 그것. 외에도 아프라와 토비아 스카르파의 엘로조 소파(Elogio Sofa)와 헨리 무어의 드로잉을 입은 파보 티넬의 ‘9602 플로어 램프’를 새롭게 선보여 구비식 재해석의 묘미를 제대로 보여줬다.

ROYAL COPENHAGEN
」로얄코펜하겐은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250주년 기념 전시와 함께 새로운 인테리어 오브제를 공개했다. 모든 제품 뒷면에 덴마크의 세 해협을 상징하는 세 줄의 물결무늬를 남겨온 유구한 역사는 파도의 리듬에서 영감받은 ‘콘투어(Kontur)’가 이어받았다. 유기적 형태에 핸드 스프레이로 도장된 블루 그러데이션 컬러를 입은 접시나 화병, 본보니에(Bonbonniere)는 전에 없던 새로운 형태로 로얄코펜하겐의 새로운 항해를 알렸다.

HAY
」이제 헤이를 ‘덴마크 컨템퍼러리 디자인 브랜드’로 부르기엔 충분하지 않은 것 같다. 이탈리아 디자인의 상징적 제품으로 손꼽히는 ‘아만타 소파(Amanta Sofa)’의 재발매 소식을 알렸기 때문. 마리오 벨리니(Mario Bellini)가 1966년 C&B 이탈리아를 위해 디자인한 소파의 조형미를 그대로 가져가되, 유리섬유 외피를 99% 재활용한 ABS 플라스틱으로 대체하는 지속 가능성으로 브랜드와 제품 모두의 뉴 챕터를 알렸다.

MUUTO
」‘새로운 관점’이라는 뜻의 핀란드어 무토스(Muutos)에서 시작된 브랜드 무토. 북유럽 신진 디자이너들과 꾸준히 협업해 온 무토가 올해엔 리즈 베스터(Lise Vester)와 함께 ‘드림 뷰 벤치(Dream View Bench)’를 공개했다. 호스피스 병동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치유의 순간을 선사하도록 디자인한 벤치다.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의자에 안착하는 순간 시선은 하늘을 향하고, 몸과 마음은 자연스럽게 무장해제된다.

VIPP
」협업의 묘미는 기존 문법을 깨는 데 있다. 휴지통을 시작으로 주방과 욕실, 게스트하우스로 영역을 넓혀온 빕은 프랑스 건축사무소 ‘스튜디오 코(Studio KO)’와 구리에 도전했다. CEO 카스퍼 에겔룬드의 외증조부가 구리 세공자였고, 초기 주방 도구에 사용된 재료라는 점에서 착안해 빕 본사 차고를 도발적 분위기의 게스트하우스로 바꿨다. 탄화목으로 둘러싼 원통형 구조에 V1 주방 컬렉션의 구리 버전과 함께 아이코닉한 페달 휴지통 ‘빕 15’를 구리 마감 한정판으로 선보였다.

VITRA
」비트라는 다양한 기존 컬렉션에 새로운 컬러와 패브릭을 입힌 버전을 공개하는 동시에 친숙한 비주얼의 뉴 컬렉션을 전시했다. 2006년 로낭 & 에르완 부홀렉 형제가 디자인한 슬로 체어의 소파 버전, 일명 ‘슬로 소파’다. 비트라 컬렉션 중 가장 작은 소파로, 컴팩트한 사이즈에도 혼자 눕거나 둘이 나란히 앉기에 불편함이 없다. 여기에 무게마저 가볍고, 소재도 친환경적이라 오늘날 라이프스타일에 꼭 맞는 소파가 등장한 셈이다.
Credit
- 에디터 윤정훈
- 아트 디자이너 김강아
- 디지털 디자이너 오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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