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LE DECOR

가구 디자이너의 집에는 어떤 가구가 있을까

[MY SPACE ep.2] 실험과 변화가 멈추지 않는 가구 디자이너의 집.

프로필 by 길보경 2026.01.23

Q. 본인을 소개해 주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85년생 권광훈 이라고 합니다. 현재 주식회사 2UC라는 가구 브랜드를 운영 중인 가구 디자이너이자 대표입니다. 동시에, 홍익대학교 산업미술대학원 가구 디자인 전공 석사과정에 재학 중인 학생이기도 합니다.


Q. 어떤 집에 살고 계시나요

저희 집은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다가구 주택의 꼭대기 층입니다. 이곳에서 지낸지는 올해로 4년째이고, 8살 반려견 호두와 함께 생활하고 있습니다. 원래는 건설회사 사무실로 사용되던 공간을, 제 취향에 맞게 하나하나 다시 구성했어요. 하루 종일 일과 학업으로 바쁘게 지내다 돌아왔을 때만큼은, 집이 잠시나마 모든 걸 잊고 쉴 수 있는 편안하고 안락한 공간이 되었으면 했거든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제가 좋아하는 가구와 소품들을 중심으로 공간을 채워 나가게 된 것 같습니다.


Q. 공간을 고르고, 꾸밀 때 가장 신경 쓴 부분은? 혹은 레퍼런스가 있었다면?

이번 집은 유럽의 시골 마을 어딘가에 있을 법한 집을 떠올리며 구성했어요. 높은 천장고와 공간 전체에 깔린 카펫, 러프한 합판 마감의 천장과 문처럼 일반적으로는 자주 쓰이지 않는 소재들이지만, 서로 이질감 없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거든요. 다만 어디선가 본 듯하거나, 누군가의 집과 너무 닮은 공간은 피하고 싶었습니다. 조명은 흔하지 않은 빈티지 조명들을 하나씩 수집해 거실과 주방, 욕실 등 공간마다 다르게 배치하며 인테리어를 완성했어요. 특히 거실은 바닥 전체를 카펫으로 마감해 반려견 호두가 집 안을 마음껏 뛰어다녀도 부담 없는 환경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Q. 각 공간적 특징을 공유해 주세요.

공간을 찾아다니던 중 거실은 집 안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인 만큼 답답하지 않고 시원하게 열려있어 개방감이 느껴지는 구조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높은 천장고와 시야를 가로막는 요소 없이 탁 트인 거실이 이 집을 선택하게 된 결정적 이유이기도 합니다. 거실과 맞닿아 있는 주방은 아담한 규모지만, 컬러를 더해 공간 전체에 리듬을 주었습니다. 화장실은 베이지 톤의 사각 타일과 블랙 타일 포인트로 빈티지한 무드를 살렸어요.


Q. 그중에서 최애 스팟이 있다면

가장 애착이 가는 공간은 단연 거실입니다. 집 안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기도 하고, 그만큼 가장 많은 애정을 쏟아 완성한 공간이기 때문이죠.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높은 천장고와 건물의 형태가 그대로 드러나는 박공지붕 천장, 여기에 따뜻한 우드 마감까지. 시야를 가로막는 요소 없이 넓게 펼쳐진 거실은 머무르는 것만으로도 답답한 마음이 자연스럽게 풀리는 느낌을 받습니다.


Q. 반려견 호두를 위해 어떤 선택들이 반영되었나요

강아지들은 슬개골 탈구가 쉽게 생길 수 있다고 해서 미끄러운 장판이나 바닥은 되도록 피하는 게 좋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이 집으로 이사하기 전부터 반려견 호두가 마음껏 뛰어다닐 수 있도록 바닥 전체를 카펫으로 시공했습니다. 원래도 카펫 바닥을 좋아하긴 했지만, 이 공간은 100% 호두를 위한 집이라고 해도 될 정도예요. 호두가 불편함 없이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이 집을 구성하는 데 있어 중요한 기준 중 하나였습니다.

Q. 가구 디자이너로서 반려견을 위한 가구, 공간에 대해 개인적인 디자인 원칙이 있나요

가장 중요한 기준은 성격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아이는 나무 씹는 걸 좋아하고, 또 어떤 아이는 높은 곳을 오르내리는 걸 즐기기도 하잖아요, 각자의 성향에 따라 공간과 가구에 대한 접근 방식도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다행히, 저희 호두는 비교적 사고(?)를 많이 치는 편은 아니에요. 푹신한 소파 하나만 있어도 충분히 편안해하고, 그 자체로 만족스러워 보이거든요. 가구 디자이너로서 기능이나 형태 이전에 반려견이 실제로 공간에서 편안함과 안정감을 느낄지를 고려합니다. 반려견이 편안하고 행복해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잘 만들어진 공간이자 가구가 아닐까 싶어요


Q. 집은 가구 디자이너로서 어떤 실험이 이루지는 장소인가요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공간을 바꿔가며 생활합니다. 거실을 방으로 옮기기도 하고, 방을 드레스룸으로 바꾸거나 게스트룸을 안방으로 사용하는 식이죠. 번거로운 과정이지만 그만큼 공간과 가구의 관계를 몸으로 직접 체감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과정과 변화 속에서 어떤 공간에는 어떤 가구가 더 잘 어울리는지, 동선은 어떻게 구성해야 자연스러운지 등을 계속해서 관찰하고 연구하게 됩니다. 이렇게 쌓인 경험은 자연스럽게 2UC 가구의 출발점이 되곤 해요. 2UC의 모든 제품은 실제로 제 집에서 사용해 본 뒤, 불편한 점과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충분히 파악하고 보완한 후에야 제품으로 출시합니다. 디자이너이자 사용자로서 먼저 검증하는 이 방식을 유지하다 보니, 실제 판매 이후 교환이나 환불률도 자연스럽게 줄어들었고요. 그래서 지금도 이 방식을 계속 이어가고 있습니다.


Q. 가구를 고르거나 배치할 때 ’직업병‘처럼 신경쓰게되는 부분이 있나요

매일 저희 브랜드 가구를 사용하다 보니, 새로운 가구를 구입하는 일은 거의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빈티지 조명이나 의자처럼 유니크한 제품들에 무의식적으로 눈길이 가고, 자연스럽게 구매하거나 소장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Q. 집이 가장 아름다운 시간대는 언제인가요

정남향이라 빛이 가장 아름답게 들어오는 오전 8시와 오후 4시가 가장 아름답습니다.


Q. 공간을 정의(대표)하는 3가지 키워드를 꼽는다면

빈티지, 박공지붕, 시원한 전망


Q. 공간을 채운 사물 중 각별한 애정을 지닌 가구나 오브제는

대부분의 가구가 제가 디자인한 2UC 제품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애정을 갖게 되는 가구 역시 저희 제품들인 것 같아요. 실제 일상에서 매일 사용하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가구들이기도 해서 더욱 그렇게 느껴지고요. 그 외에 특히 애정이 가는 가구는 ‘마라룽가’ 소파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패브릭이 독특하고 인상적이라 볼 때마다 매력을 느끼게 되다 보니, 가능하다면 오랫동안, 평생 소장하고 싶은 가구 중 하나입니다.


Q. 최근 구매한 인테리어, 리빙 아이템은

최근에 구매한 아이템은 아니지만, 얼마 전 도자기 공방에서 직접 스툴을 제작했어요. 그동안은 주로 그릇 위주로 작업하다 처음으로 도자기 스툴에 도전했는데요. 어디에서도 판매하지 않는, 오롯이 제 손으로 완성한 작업물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 있고 애착이 가는 아이템입니다.


Q. 이 공간에서 가장 '나답다'라고 느껴지는 포인트가 있다면

가장 좋아하고, 또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거실이 저와 닮아 있는 것 같아요. 꾸밈없이 드러나는 솔직한 공간이라는 점, 담백하면서도 시원한 분위기가 제가 생각하는 제 성격과 닮았거든요 그래서 가장 '나다운'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관련기사

Credit

  • 글•사진 @kwon_ho_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