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가 너무 저렴한데, 미리 사둬도 될까요?_돈쓸신잡 #104 || 엘르코리아 (ELLE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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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가 너무 저렴한데, 미리 사둬도 될까요?_돈쓸신잡 #104

박지우 BY 박지우 2023.06.29
5월 한 달 동안 일본을 찾은 외국인은 190만명이다. 그런데 한국인이 이 중 무려 50만명을 차지했다. 최근 도쿄, 오사카에 다녀온 지인들의 증언에 따르면 길거리나 상점 어디에서든 한국말이 끊임없이 들린다고 한다.
코로나 기간에 억눌렸던 여행 수요가 폭발했고, 일단 가장 가까운 일본으로 향하는 사람들이 확 늘었다. 무엇보다 경제적으로 따져도 일본은 현재 매력적인 여행지다. 엔화 가치가 역대급 수준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꼭 여행을 가지 않더라도 향후 엔화 가치가 상승했을 때 차익 실현을 노리며 엔화를 미리 사두는 사람도 많다.
 

엔화 가치가 낮아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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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 가치가 낮아진 이유는 표면적으로만 보면 심플하다. 일본이 전략적으로 저금리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이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서 금리를 올리며 대응할 때 일본은 오히려 반대의 길로 향했다. 물가를 잡기는커녕 오히려 물가를 띄우기 위해 계속 낮은 수준의 금리를 유지했다.
일본 경제는 '잃어버린 30년'이라고 불릴 정도로 1990년대에 들어서 장기 저성장과 저물가의 덫에 걸려 빠져나오지 못했다. 물론 여전히 전 세계 경제에서 일본이 차지하는 위상은 막대하긴 했지만, 어쨌든 역동성 측면에선 다소 낡은 국가라는 인식이 강해졌다. 오늘날 일본이 나 홀로 막대한 돈을 푸는 이유는 지금이야말로 지긋지긋한 저성장 덫에서 빠져나올 적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기지개 켜는 일본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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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현재 일본 경제 지표는 인상적이다. 증시는 1990년 3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학개미 일색이었던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일본 기업에 투자하는 개인이 부쩍 늘었다. ‘일학개미’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기업들의 움직임 또한 심상치 않다. 현재 반도체 강국 하면 떠오르는 나라는 당연히 대한민국과 대만 그리고 미국이다. 일본은 이 후보에서 제외된 지 오래다. 하지만 1980년대만 해도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장악한 국가는 일본이었다. 미국은 일본의 반도체 기업들 때문에 자국 기업이 막대한 피해를 볼 것이라 판단했고,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사용해 일본 반도체 기업들을 고사시켰다. 힘의 논리에 밀린 일본 반도체 기업들은 맥없이 쓰러졌다. 그 공백을 기회로 삼아 반도체 시장에 적극 진출한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최근 일본 기업들은 과거의 반도체 영광을 되찾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전 세계 반도체 기업들에게 막대한 혜택을 주면서 자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도록 투자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 결과 대만의 TSMC도, 미국의 마이크론도, 한국의 삼성전자도 일본에 생산시설을 짓기로 결정했다.
 

버핏까지 일본에 베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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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런 버핏의 최근 행보 역시 일본 경제의 부활을 알리는 시그널로 작동 중이다. 버핏은 몇 년 전부터 일본 기업의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최근엔 대만 반도체 기업 TSMC의 모든 주식을 처분하고 그 돈으로 일본 기업의 지분을 더 늘렸다. 버핏의 결정은 그 자체로도 지표다.
최근 전 세계 경제 주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바로 중국 경제 위기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글로벌 자금이 중국 시장에서 빠르게 이탈하고 있다. 그리고 이 돈이 바로 일본 시장으로 흘러 들어가는 중이다. 일본은 이 기회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엔화 가치를 일부러 떨어뜨리는 중이다. 우리가 현재 일본 여행을 가성비 좋게 갈 수 있게 된 배경엔 위와 같은 상황들이 숨어 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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