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터진 직후 경제 위기를 막기 위해 각국 정부는 금리를 내려 돈을 풀었고, 그 돈은 증시로 쏟아졌다. 투자에 그다지 관심 없었던 사람들 역시 주식 시장으로 대거 들어왔다. ‘동학 개미’라는 신조어까지 나왔다. 어딜 가든 수많은 사람들이 주식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작년부터 미국이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며 주식 시장에서 막대한 돈이 빠져나갔다. 믿었던 삼성전자는 7만 전자, 6만 전자 심지어 5만 전자까지 내려왔다. 실망한 개인 투자자들은 썰물처럼 우르르 주식 시장을 떠났고 '역시 주식으로 돈 벌기 힘들다'라면서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최근은 또 어떤가. 올해 들어 증시가 뜨거운 속도로 반등했다. 5만 전자였던 삼성전자는 다시 7만 전자가 됐다. '이거 복구 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하락했던 미국 빅테크 기업의 주가 역시 빠르게 회복됐다. 시장을 떠났던 개인들은 '아, 그냥 조금만 더 버틸걸'이라며 뒤늦은 후회를 하고 다시 시장에 들어왔다.
원칙 없는 투자는 곧 실패의 지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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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에 투자하는 경우, 누구나 꽤 확고한 원칙을 가지고 있다. 본인이 직접 살 집을 구매할 땐 '거주의 목적' 그 자체가 원칙이다. 그래서 '집값이 떨어져도 그냥 내가 살면 되니까'라며 원칙을 고수한다. 또한 투자용으로 집을 사는 경우엔 부동산은 쉽게 사고팔 수 없기 때문에 자동으로 어느 정도는 ''장기 투자'라는 원칙이 적용된다.
하지만 주식은 어떤가? 원칙을 세울 틈도 없이 '지금 이거 사면 돈 벌 것 같은데?'라고 짧게 판단을 마친 후, 오랫동안 일해 번 소중한 돈을 베팅하는 사람이 수두룩하다. 이런 방식으로 운 좋게 돈을 버는 행운이 몇 번 찾아오면 결국 '원칙 없이 투자'가 그 자체로 원칙이 되기 마련이다.
당연히 주식 투자에서도 원칙은 중요하다. 주식을 통해 경제적 부를 쌓은 사람들 중 원칙 없이 즉흥적으로 투자를 해서 성공한 사람이 있는가? 단언컨대 없을 것이다. 주식은 원칙 없이 접근하면 100%에 가까운 확률로 잃는 곳이다.
주식 투자자로서 나는 어떤 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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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돈이 필요한 이유는 셀 수 없이 많다. 새로운 게임기를 사고 싶어서, 명품 가방을 사고 싶어서, 좋은 호텔에 가고 싶어서, 비싼 식당에서 밥을 먹고 싶어서. 다만, 이렇게 구체적인 소비와 관련해 돈을 필요한 경우 주식보다는 차라리 일을 더 해서 돈을 더 벌거나 혹은 절약을 통해 그 돈을 마련하는 것이 좋다. 부동산 투자자가 오늘 부동산을 사서 다음 달에 팔려고 하지 않는 것처럼, 주식 역시 단기적인 돈벌이보다는 보다 넓은 관점에서 접근하는 편이 좋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핵심은 바로 자본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자본은 스스로 일을 하는 자본이다. 즉, 키워드는 생산성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현금은 좋은 자본은 아니다. 스스로 일을 하는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는 하락한다. 하지만 부동산과 주식은 스스로 가치를 만들어내는 생산성 자본이다.
조금 더 쉽게 예를 들어보겠다. 30년 가까이 일하면서 틈틈이 주식을 모은 A가 있다. 그는 은퇴 이후 노동 소득이 끊기고도 크게 돈 걱정을 하지 않는다. 보유한 주식을 통해서 정기적으로 적잖은 배당금을 받기 때문이다. 배당금을 받더라도 주식의 개수는 단 하나도 줄어들지 않는다. 나를 대신해서 기업이 일을 해주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부동산에 매달리는 이유 역시 당장 다음 주 혹은 다음 달에 잘 살기 위한 목적이 아니다. 인생을 길게 봤을 때 그래도 집이라도 한 채 있으면 훗날 은퇴 이후 그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다. 주식도 같은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세상은 공평하지 않다. 태어났을 때부터 정해지는 것들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소위 말해 재능이 중요하다. 공부에서 재능이 중요하다는 말은 이미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실제로 그렇다. 조금 덜 노력하고도 최고의 성적을 받는 사람들은 소수지만, 분명히 존재한다.
주식 투자 역시 마찬가지다. 이쪽 분야에서도 타고난 재능을 가진 사람이 있다. 돈의 흐름에 대한 감각이 정교하게 발달돼 있고, 큰돈이 오가는 와중에도 기계처럼 감정을 절제하면서 이성적인 선택을 하는 투자자들이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들 역시 극소수의 타고난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주식 투자를 할 때 자신이 이 분야에서 타고난 재능이 없다는 점을 빠르게 받아들이는 것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오히려 수익률을 올리는 결정이다. 영화에나 등장할 법한 주식 트레이더에 대한 환상은 머리에서 지우고, 대신 지속 가능하고 편안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삼성전자를 예로 들어보자. 분명히 7만 전자, 8만 전자일 때 '이러다가 나만 돈 못 벌겠네'라고 생각하며 투자를 했다가 결국 6만 전자, 5만 전자가 됐을 때 손을 벌벌 떨며 손절을 친 사람들이 많을 테다. 그리고 지금 7만 전자가 된 시점에서 다시 시장에 진입할 것이다. 이런 식으로 주식을 비싸게 사고 싸게 파는 것을 몇 번만 반복하면 원금은 순식간에 사라진다.
재능이 뛰어나지 않은 사람의 미덕은 결국 성실함과 인내심이다. 일단,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고 잘하면서 몸값을 올리는 것이 우선이다. 그 이후엔 월급을 받으면 이 중 일부를 떼어내 기업의 지분을 늘린다는 생각으로 주식을 사는 것이다. 8만 전자일 때 주식을 샀는데 가격이 6만 전자, 5만 전자가 됐다면 그때는 바겐세일 가격으로 지분을 늘린다는 생각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물론, 형편없는 기업에 이렇게 대응하라는 것이 아니다. 지금 당장 압도적인 기업 혹은 향후에 크게 성장할 기업을 고르고 그 기업의 지분을 모아야 한다.
타고난 투자자는 실시간으로 주식을 사고팔며 큰돈을 벌겠지만, 그런 재능이 없다면 '나는 이 기업의 주주다'라는 생각으로 접근하면서 오래 투자하는 것이 관건이다.
돈이라는 거친 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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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안 좋았던 증시가 올해 들어선 좋은 성적을 내고 있지만, 당연히 100% 확률로 언젠간 다시 하락장이 온다. 다만 그게 언제인진 아무도 모른다. 돈의 파도가 언제 어떻게 변화할지 한 인간이 정확히 예측하며 대응하기란 정말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파도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오랫동안 살아남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