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로스트 도터〉

매기 질렌할 감독과 〈로스트 도터〉 배우들 @GettyImages
매기 질렌할의 첫 장편영화 연출작 〈로스트 도터〉가 국내 개봉했습니다. 엘레나 페란테의 소설 〈잃어버린 아이〉를 영화화한 작품으로, 작가가 영화 제작을 허락하며 내건 조건이 바로 “매기 질렌할이 직접 연출할 것”이었다고 하죠. 그렇게 메가폰을 잡게 된 매기 질렌할을 필두로 탁월한 여성 배우들이 합을 맞춘 영화는 묵직하다 못해 얼얼한 감동을 전합니다.
‘눈빛’만으로 흔들리고 무너지는 마음을 표현하는 올리비아 콜맨의 연기는 놀라울 따름입니다. ‘니나’로 분한 다코타 존슨도 지금까지 보여준 적 없는 얼굴을 비치며 그를 새로 보게 합니다. 올리비아 콜맨이 직접 추천했다는, 젊은 시절의 레다를 연기한 제시 버클리는 그야말로 이 영화의 ‘보석 같은 발견’. 아이들을 응시하다 천천히 재킷을 입고 문을 열고 나서던 그의 얼굴이 잊히지 않아요.

〈로스트 도터〉의 다코타 존슨

〈로스트 도터〉의 제시 버클리
영화 속에서 레다(올리비아 콜맨)는 말합니다. “나는 이상한 엄마예요(I’m an unnatural mother).” 이상한 엄마들의 고백은 예전에도 존재했습니다. 100여년 전 나혜석은 〈모된 감상기〉에서 “자식은 모체의 살점을 떼어가는 악마”라고 했지요. 〈로스트 도터〉를 보면서 줌파 라히리의 책 〈저지대〉가 떠오르기도 했어요. 〈저지대〉에도 ‘도망친 엄마’가 나오지요. 집에 아이를 혼자 두고 짧은 외출을 시도하며 해방감을 느끼는 ‘가우리’의 이야기. 두 작품 모두 엄마들은 자신의 선택에 대해 변명하지 않습니다.

〈로스트 도터〉의 올리비아 콜맨
여성이 여성의 이야기를 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로스트 도터〉를 보면서 다시 한번 느낍니다(매기 질렌할 감독 만세!). 제시 버클리는 인터뷰에서 이 영화를 통해 “여성으로서 성장한 느낌”이라 말했지요. 저 역시 〈로스트 도터〉를 통해 딸이자 엄마, 여성으로서 내 안의 ‘일부’를 이해 받은 기분입니다. 아마 당신도 그럴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