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수여서 고마워요_요주의여성 #49 || 엘르코리아 (ELLE KOREA)
SOCIETY

김혜수여서 고마워요_요주의여성 #49

진심을 담은 연기란 이런 것. <소년심판>의 김혜수.

김초혜 BY 김초혜 2022.03.07
넷플릭스 오리지널 〈소년심판〉

넷플릭스 오리지널 〈소년심판〉

에피소드가 끝날 때마다 검은 화면 위에 제일 먼저 뜨는 세 글자, 김혜수. 이렇게 믿음직하고 다정한 이름이 또 있을까요. 넷플릭스 오리지널 〈소년심판〉이 한국 톱10 콘텐츠 1위를 지키고 있습니다.  
 
“저는 소년범을 혐오합니다.” 다소 충격적인 카피로 시선을 모았던 드라마는 예상보다 훨씬 묵직하고 사려 깊은 작품이었습니다. 실제 사건에서 모티프를 가져온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우리 사회 소년범죄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시리즈. 신중하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소년범죄 이면에 존재하는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들을 끄집어내며 시청자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줍니다.
 
이렇게 의미 있는 고민을 불러일으키는 드라마를 만난 게 얼마 만인지. 제작진과 배우들이 이 작품에 얼마나 진심이었는지 저절로 느껴진다고 할까요. 드라마를 준비하며 김혜수 배우는 실제로 소년 재판을 참관하고 판사들을 만나보기도 했다죠. 언론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그는 말합니다. “당연히 다른 작품을 할 때도 최선을 다하지만, 이 작품의 경우는 현장에서 서 있을 기운이 없을 정도로 준비하고 나갔다. (중략)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버틸 수 있었던 건 이 작품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 메시지였다. 제대로 잘 만들어져서 많은 분이 공감하고 인식이 조금이라도 달라질 수 있다면 하는 바람이 너무 컸다.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잘해내고 싶었다.”
 
영화 〈국가부도의 날〉

영화 〈국가부도의 날〉

영화 〈내가 죽던 날〉

영화 〈내가 죽던 날〉

돌아보면, 김혜수는 늘 그렇게 진심이었습니다. 과거 〈타짜〉나 〈차이나타운〉에서 보여준 기념비적인 변신도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빼놓을 수 없지만, 〈시그널〉을 기점으로 〈국가부도의 날〉 〈내가 죽던 날〉로 이어진 작품에서 김혜수의 존재감은 가히 절대적이었습니다. 원칙을 지키며, 진실을 좇는, 정의감과 연대의식을 지닌 캐릭터들은 우리가 아는 배우 김혜수의 면모와 겹쳐지며 더욱 생생하게 피어났습니다.
 
그리고 〈소년심판〉의 ‘심은석’은 지금까지 우리가 알던 김혜수의 모든 것이 더해진 캐릭터이자,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새로운 김혜수이기도 합니다. 책상에 피해자의 사진을 붙여 두고(김혜수 배우의 아이디어!), 아들을 잃은 어머니에게 직접 만든 도시락을 전하고, 폭력 당한 소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부당한 지시를 하는 상사에게 목소리를 높이고, 찢어진 마음을 붙잡고 냉철한 얼굴로 재판장에 서는… 검은 수트 한쪽 주머니에 손을 넣고 성큼성큼 걸어가는 뒷모습까지… 심은석의 모든 순간에 집중하게 하는 배우 김혜수의 힘.
 
〈엘르〉 2019년 1월호 커버 Photo by 김영준

〈엘르〉 2019년 1월호 커버 Photo by 김영준

에디터로 일한 시간 속에서 영화처럼 간직된 순간들이 있습니다. 그중에 하나가 김혜수 배우를 마주한 때였지요. 화보 촬영을 마치고 어둑어둑해진 저녁, 빈 호텔 방에서 김혜수 배우와 단둘이 마주 앉았던 시간. 최고의 배우이자 스타, 늘 강인하고 위대해 보였던 그가 이렇게 소탈하고 순수하고 다정한 사람이었는지 놀라고 말았죠. 36년 차 배우, 언제나 영광 속에 있었던 것 같지만 그는 ‘숱하게 길을 잃었다’고 고백했지요. “중간에 어려운 시기도 많았어요. 내가 같이 일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나한테 관심 갖지 않았던 기간도 꽤 길었고요. 이 길이 맞는 건지 확신도 없고, 늪에 빠져 돌아가거나 주저앉아 헤맬 때도 너무 많았어요. 사실은 늘 길이 안 보이죠. 그럼에도 가야 하는 거잖아요. 그게 인생인 거 같아요.”
 
김혜수는 동료 배우나 스태프들에게 아낌없이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기로도 유명합니다. 좋은 작품을 선보인 동료나 제작진에게 꼭 문자를 보내고, 눈 여겨 본 신인들의 이름을 기억했다가 추천하는 등 많은 이들이 김혜수에게 받은 감동에 대해 증언했지요. “마음을 전하고 싶어서” 자기도 모르게 동료의 손을 붙잡고 끌어안아 주게 된다는 사람. 이번에는 김혜수 배우에게 그 푸근한 마음을 돌려주고 싶어요. 넘치는 응원과 축복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다시 한번 당신의 연기와 진심에 감동받았다고, 김혜수가 김혜수여서 고맙다고요.
 
+〈소년심판〉에서 김혜수의 심은석 외에도 나근희 판사(이정은), 참여관 주영실(이상희 배우), 임산부로 나오는 주임 우수미(박지연) 등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일을 하는 다양한 여성들이 존재하는 게 좋았어요. 〈소년심판〉 시즌2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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