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칸토>의 마법_요주의여성 #46 || 엘르코리아 (ELLE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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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칸토>의 마법_요주의여성 #46

역주행 인기! <엔칸토: 마법의 세계>는 뭐가 달랐나.

김초혜 BY 김초혜 2022.02.11
〈엔칸토: 마법의 세계〉 스틸

〈엔칸토: 마법의 세계〉 스틸

 〈엔칸토: 마법의 세계〉 OST에 수록된 ‘We Don’t Talk about Bruno’가 미국 빌보드 싱글 차트 ‘핫100’에서 1위를 차지했습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노래가 ‘핫100’ 1위에 오른 건 1993년 〈알라딘〉의 ‘A Whole New World’ 이후 29년 만의 일. 세계적인 선풍을 일으켰던 2014년 〈겨울왕국〉의 ‘Let It Go’가 5위였던 걸 생각하면, 과연 놀라운 성적입니다.
 
지난해 11월 극장 개봉을 거쳐 12월 말 디즈니 플러스에 공개되면서 입소문을 타고 ‘역주행’ 인기를 누리고 있는 〈엔칸토: 마법의 세계〉. 콜롬비아에서 영감을 받아 창조한 세계는 아름다운 색감이 넘치고 따스하며 활기가 넘칩니다. 이전의 디즈니 사운드트랙에서는 듣기 힘들었던, 라틴 음악 특유의 흥겨운 리듬을 담은 곡들이 엉덩이를 들썩이게 하는 작품. 처음 극장에서 영화를 봤을 때는 이국적인 풍경을 배경으로 가족애를 다룬 훈훈하고 무난한(?) 작품이란 생각도 들었지요. 〈겨울왕국〉처럼 강렬하거나 〈코코〉처럼 눈물을 쏟게 만들지는 않았으니까요. 그런데 디즈니 플러스에서 두 번, 세 번 반복해서 본 영화는 묘하게 마음을 이끕니다. 귓가에 맴도는 노래처럼 자꾸만 곱씹게 되는 인물들과 이야기가 있습니다. 
 
〈엔칸토: 마법의 세계〉의 주인공 미라벨

〈엔칸토: 마법의 세계〉의 주인공 미라벨

〈엔칸토: 마법의 세계〉의 주인공 미라벨은 공주도 아니고 초능력도 없습니다. 마법의 기적을 지닌 마드리갈 패밀리에서 유일하게 아무 능력도 받지 못한 여자아이. 안경을 낀 곱슬머리 소녀가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건 흔치 않죠. 특출한 이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비교당하며 인정받기 위해 애쓰는 마음. 영화 초반, ‘평범한’ 미라벨의 서사는 많은 이들에게 지극히 현실적으로 다가옵니다. 그런 미라벨이 위기에 빠진 가족을 구하고 스스로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과정이 바로 이번 영화의 주제인 거죠.  

 
〈엔칸토: 마법의 세계〉 이사벨라〈엔칸토: 마법의 세계〉 루이사
미라벨 외에 다른 캐릭터들도 인상적입니다. 드레스를 입고 살랑살랑 춤추며 꽃을 피우는 이사벨라는 기존의 ‘공주 캐릭터’와 흡사해 보입니다. 그러나 극이 진행되면서 우리는 그녀를 오해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가족의 높은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게 뭔 지 모른 채 살아가고 있다는 것. 꽃 대신 울퉁불퉁한 선인장을 만들며 “What Else Can I Do?”라 외치는 이사벨라를 보면서 가슴이 벅차오른 건 저 뿐만이 아닐 겁니다. 둘째 언니 루이사는 외모부터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습니다. 엄청난 괴력을 지닌 근육질 여성 캐릭터라니! 통쾌한 히어로 캐릭터처럼 보이던 그녀 또한 자신만의 고민이 있다는 걸 아는 순간, 루이사는 훨씬 입체적으로 다가옵니다. 능력을 발휘해 마을 사람들의 부탁을 척척 들어주지만, 알고 보면 부담감에 시달리며 자신이 무너질까 두려워하고 있던 거죠.
 
〈엔칸토: 마법의 세계〉 스틸

〈엔칸토: 마법의 세계〉 스틸

디즈니 만화의 주인공들은 주로 집을 떠나 위대한 모험을 하지요. 그러나 〈엔칸토〉의 미라벨은 집을 떠나지 않습니다. 무서운 용이나 끔찍한 악당을 만나지도 않습니다. 저마다의 생각과 고민을 지닌 여성들이 서로 부딪히고 이해하고 성장하는 것만으로도 〈엔칸토〉의 서사는 더없이 풍성합니다. 가족이나 타인의 기대치를 채우기 위해 나 자신을 옭아매고 억눌렀던 경험, ‘딸이라서’ ‘여자라서’ 내가 나답게 살지 못했던 많은 순간들과 공명하면서.
 
2019년 〈겨울왕국2〉를 보면서(전 아직도 볼 때마다 코 끝이 찡해요)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보여줄 수 있는 (여성) 서사의 절정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그러나 〈엔칸토: 마법의 세계〉는 더욱 섬세한 방식으로 또 한 번 우리를 사로잡고 말았네요. 계속해서 입 안에 맴도는 OST 중 한 구절은 “기적은 바로 너 The Miracle is You.” 거대하고 빠르게 움직이는 세상 속에서 나 자신이 한없이 작게 느껴진다면, 〈엔칸토: 마법의 세계〉가 전하는 위로를 기억하세요. 나는, 우리는, 그 자체로 빛나는 기적이란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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