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사람들'을 보며 현대인의 스트레스와 결혼 생활을 떠올리다_요주의여성 #85 || 엘르코리아 (ELLE KOREA)
SOCIETY

'성난 사람들'을 보며 현대인의 스트레스와 결혼 생활을 떠올리다_요주의여성 #85

화가 나서 폭발해 버릴 것만 같은 당신에게.

박지우 BY 박지우 2023.05.15
넷플릭스 〈성난 사람들〉

넷플릭스 〈성난 사람들〉

넷플릭스 〈성난 사람들〉

넷플릭스 〈성난 사람들〉

넷플릭스를 구독하고 있으면서 아직까지 〈성난 사람들(비프)〉을 보지 않았다면, 당신은 올해 최고의 시리즈 중 하나를 놓치고 있는 겁니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아시아계 배우와 창작자들이 손잡고 만든 이 문제적 작품은 우연히 운전 중에 시비가 붙어 추격전을 벌이게 된 대니(스티브연)와 에이미(앨리 웡)가 격렬한 분노에 휩싸여 서로의 일상에 균열을 일으키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넷플릭스 〈성난 사람들〉

넷플릭스 〈성난 사람들〉

“도대체 왜 그렇게까지?” 처음에는 이성을 잃고 무섭게 충돌하는 두 사람이 의아해 보이지만 차츰 그들 내면의 억눌린 ‘화’가 이해되기 시작합니다. 그중 에이미의 이야기에는 매체에서 좀처럼 잘 다뤄지지 않는 기혼 여성의 욕망과 절망이 생생하게 녹아 있지요. 성공한 사업가이자 안락한 가정의 안주인으로 보이는 에이미는 사실 지쳐 있습니다. 현실 감각이 떨어지는 도예가 남편(조지)을 대신해 줄곧 돈을 벌어온 에이미는 번아웃에 시달리며 빨리 사업체를 팔고 사랑하는 딸과 함께 평온히 있을 날만 간절히 기다리고 있지요. 그는 남편을 사랑하지만 남편과의 관계에서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고 완전히 솔직하지도 못합니다.
 
넷플릭스 〈앨리 웡: 돈 웡〉

넷플릭스 〈앨리 웡: 돈 웡〉

극 속 에이미의 결혼 이야기는 그를 연기한 ‘본체’ 앨리웡의 코미디를 본 적 있는 시청자라면 더욱 흥미롭게 다가올 겁니다. 작가이자 코미디언, 배우인 앨리웡은 넷플릭스를 통해 자신의 이름을 건 스탠드업 쇼를 선보이며 널리 알려졌지요. 2016년 〈앨리 웡: 베이비 코브라〉에서 하버드 출신의 남편을 자랑하며 “내가 편하게 살기 위해 이 남자를 잡느라 얼마나 애썼는지 아느냐”고 농을 던졌던 그는 2018년 둘째를 임신한 채 출연한 〈앨리 웡: 성역은 없다〉에서는 “엄마가 되면 더 반짝거리는 게 필요해요. 죽어버린 내면의 빛을 보상해야 하거든요” “모유 수유는 잔인해요. 그건 만성적 신체 고문이죠” 등 출산과 육아에 대한 신랄한 진실을 쏟아냈습니다.
 
넷플릭스 〈성난 사람들〉

넷플릭스 〈성난 사람들〉

2022년 〈앨리 웡: 돈 웡〉에서 앨리웡은 다시 한번 무대에 올라 “싱글들처럼 나도 한때는 자유의 몸이었어요. 근데 바보처럼 그 남자한테 감옥에 보내 달라고 부탁했죠”라며 결혼 제도의 부조리와 결혼한 여성의 욕망에 대해 털어놓았지요. 몇 달 후 남편과의 이혼 소식이 알려졌으니, 아마도 다음 쇼에서는 결혼이란 감옥을 탈출한 여정에 대해 한층 더 톡 쏘는 토크를 펼쳐 놓겠지요.
 
넷플릭스 〈성난 사람들〉

넷플릭스 〈성난 사람들〉

“그래, 현대인은 다 미쳐 있고 가족이든 부부이든 지독하게 서로를 모르는 타인일 뿐이지”라고 시니컬하게 결론 내기에는 〈성난 사람들〉 마지막 회의 여운이 큽니다. 일련의 사건으로 사막 숲에서 길을 잃은 대니와 에이미는 극한의 상황에서 속에 담아뒀던 모든 것을 털어놓고 ‘내가 네가 되고 네가 내가 되는’ 진심 어린 소통을(기막힌 연출력과 배우들의 연기!) 경험합니다. 에이미와 남편 조지의 관계 역시 떠났다고 생각했던 조지가 에이미를 찾으러 다니는 모습을 비춤으로써 미약하지만 둘 사이에 회복의 가능성을 상상하게 됩니다.
 
넷플릭스 〈성난 사람들〉

넷플릭스 〈성난 사람들〉

주인공 에이미와 대니 외에도 〈성난 사람들〉 속 인물들은 저마다 혼자만의 고민과 결핍, 어두운 진실을 품고 있습니다. 동시대를 사는 사람이라면 그들이 느끼는 불안과 외로움이 어떤 것인지 공감할 수 있을 거예요. 늘 시간에 쫓기고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하느라 허덕이는 현대인들. 여러 개의 가면을 쓰고 안간힘을 쓰며 살아가지만, 머릿속에는곧 ‘빵’ 터질 것 같은 폭탄을 품고 있는 듯하죠.
 
사는 건 왜 이렇게 힘들고 외로운 걸까요? 분명한 건, 매일 내가 마주치는 다른 사람들 역시 그러하리라는 것. 그러니 우리, 나 자신에게 그리고 서로에게 좀 더 친절해져요. 부디 당신의 5월에 평화가 함께 하길!
 

'요주의 여성' 더 보기

팝업 닫기

로그인

가입한 '개인 이메일 아이디' 혹은 가입 시 사용한
'카카오톡, 네이버 아이디'로 로그인이 가능합니다

'개인 이메일'로 로그인하기

OR

SNS 계정으로 허스트중앙 사이트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회원이 아니신가요? SIGN U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