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험이다! '글리치'의 전여빈X나나_요주의여성 #72 || 엘르코리아 (ELLE KOREA)
SOCIETY

모험이다! '글리치'의 전여빈X나나_요주의여성 #72

기다려왔어요. 이런 ‘똘기’ 가득한 여성들의 신나는 모험을.

김초혜 BY 김초혜 2022.10.14
 넷플릭스 오리지널 〈글리치 〉

넷플릭스 오리지널 〈글리치 〉

외계 생명체, UFO, 로스웰 사건, 미스터리 서클… 이런 것에 현혹된 적이 한번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넷플릭스 〈글리치〉를 그냥 지나치지 못할 겁니다. 외계인이 보이는 여자 ‘홍지효’는 어느 날 갑자기 남자친구가 사라지자 ‘그들’에 의해 납치됐다는 의심을 품게 됩니다. 사건의 단서를 얻기 위해 UFO 커뮤니티에 접근했다가 그곳에서 어린 시절 헤어졌던 친구 ‘허보라’를 만나고, 힘을 합친 두 사람은 미스터리의 실체에 다가서게 됩니다.    
 
〈연애의 온도〉의 노덕 감독, 〈인간수업〉의 진한새 작가가 의기투합해 탄생한 〈글리치〉는     과연 지금껏 한국에서 본 적 없는 개성을 뽐내는 작품입니다. 외계인이란 비현실적인 소재가 친숙한 대한민국의 풍경, 일상적인 이야기에 녹아 들며 벌어지는 사건은 예상외로 귀엽게, 천천히 흘러가다가(톡톡 튀는 캐릭터들!) 중반부를 지나며 예측을 훌쩍 벗어나기 시작합니다. 점차 가속도를 내며 뻗어 나가는 이야기는 ‘끝’에 다가갈수록 이것이 ‘외계인’에 관한 것이 아니라 두 여성의 성장기이며, ‘믿음’에 대한 이야기란 걸 드러냅니다.
 
장르적 재미를 기대하고 열어본 〈글리치〉는 생각보다 ‘버디 무비’의 매력이 빛나는 작품입니다. 배우 전여빈과 나나가 연기한 지효와 보라, 두 사람의 케미스트리는 〈글리치〉의 가장 중요한 동력입니다.  
 
 넷플릭스 〈글리치〉의 전여빈

넷플릭스 〈글리치〉의 전여빈

 넷플릭스 〈글리치〉 의 나나

넷플릭스 〈글리치〉 의 나나

〈글리치〉의 지효는 왜 전여빈이 ‘도화지 같은 배우’라고 불리는지 납득하게 만듭니다. 삐죽삐죽 끝이 뻗친 단발머리에 안경을 쓴 모습은 과연 〈빈센조〉의 시크한 홍차영을 연기했던 배우가 맞나 싶을 정도. 극 초반에 지효는 꿈도 목표도 없는, 무기력한 인물로 묘사됩니다. 그럭저럭 ‘어른’의 모습으로 살아가고는 있으나 ‘이게 정말 나인가?’하는 의문을 품고 있는 30대. 〈글리치〉는 그런 지효가 외면하고 미뤄뒀던 질문을 직면하기로 마음먹고 앞장서서 담을 넘는 여정을 그립니다. 방황과 혼돈, 공포의 순간을 통과해 눈물범벅으로 미소 짓기까지, 온몸과 마음으로 지효의 모험을 수행한 전여빈에게 박수를 치지 않을 수 없어요.
 
노덕 감독이 “이때다 싶어 캐스팅했다”는 보라 역의 나나 또한 매력이 넘칩니다. 2화에서 히피펌을 하고 두 팔의 타투를 드러낸 채 담배를 물고 있는 보라가 등장하는 순간, ‘진짜 이야기가 시작됐다’는 느낌을 받게 되지요. 2016년 첫 드라마 데뷔작 〈굿와이프〉에서 호평받으며 미녀 아이돌에서 배우로 거듭난 나나. 외모부터 말투까지 ‘똘기’가 느껴지는 캐릭터를 제 옷처럼 입고 누비는 그를 보면서 벌써부터 ‘다음’을 기대하게 됩니다.        
 
겉모습만 봐도 ‘극과 극’인 두 사람, 이렇게 별나고 흥미로운 여성 콤비를 본 게 얼마 만인지! 지효과 보라가 나란히 선 모습만으로도 이미 선물을 받은 것 같은 기분. 아역 배우들이 등장하는 ‘과거 신’은 모든 장면이 좋았어요(어쩜 그렇게 둘을 쏙 닮은 소녀들을 찾아낸 거죠?). 서로 다른 두 소녀가 친구가 되고, 일련의 사건으로 헤어졌다가 재회하여 함께 위험한 모험을 감행하는 이야기. 자신들이 찾는 답을 향해 ‘끝까지’ 손잡고 달려가는 두 사람을 보면서 ‘내게도 저런 내 편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스쳤지요. “어쩌면 보라는 지효가 만들어낸 상상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는 노덕 감독의 말처럼, 두 사람의 관계를 정의 내리지 않고 열어 둔 점도 작품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줍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글리치〉

넷플릭스 오리지널 〈글리치〉

어린 시절 내가 봤던 영화와 소설에서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와 미스터리를 쫓아 달리는 캐릭터들은 늘 남자이고 소년이었어요. 〈글리치〉의 지효와 보라를 보면서, 비로소 내가 기다렸던 이야기를 만났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엉뚱하고 어리석고 이상하고 어딘가 ‘미친 것 같은’ 여자아이들의 모험담.
 
극의 결말에서 지효는 ‘철갑상어’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요(스포일러가 될까 봐 자세한 언급은 피하겠어요). 모험을 떠난 여자아이들은 과연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요. 〈글리치〉를 통해 “더 잘 살아나갈 힘을 얻었다”는 전여빈 배우의 말처럼, 지효와 보라의 모험담이 우리에게 더 멀리 갈 수 있는 용기를 전해주길 바랍니다.
 
.

.

 

'요주의 여성' 더 보기

 
팝업 닫기

로그인

가입한 '개인 이메일 아이디' 혹은 가입 시 사용한
'카카오톡, 네이버 아이디'로 로그인이 가능합니다

'개인 이메일'로 로그인하기

OR

SNS 계정으로 허스트중앙 사이트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회원이 아니신가요? SIGN U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