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넷플릭스 오리지널 〈글리치 〉
〈연애의 온도〉의 노덕 감독, 〈인간수업〉의 진한새 작가가 의기투합해 탄생한 〈글리치〉는 과연 지금껏 한국에서 본 적 없는 개성을 뽐내는 작품입니다. 외계인이란 비현실적인 소재가 친숙한 대한민국의 풍경, 일상적인 이야기에 녹아 들며 벌어지는 사건은 예상외로 귀엽게, 천천히 흘러가다가(톡톡 튀는 캐릭터들!) 중반부를 지나며 예측을 훌쩍 벗어나기 시작합니다. 점차 가속도를 내며 뻗어 나가는 이야기는 ‘끝’에 다가갈수록 이것이 ‘외계인’에 관한 것이 아니라 두 여성의 성장기이며, ‘믿음’에 대한 이야기란 걸 드러냅니다.
장르적 재미를 기대하고 열어본 〈글리치〉는 생각보다 ‘버디 무비’의 매력이 빛나는 작품입니다. 배우 전여빈과 나나가 연기한 지효와 보라, 두 사람의 케미스트리는 〈글리치〉의 가장 중요한 동력입니다.

넷플릭스 〈글리치〉의 전여빈

넷플릭스 〈글리치〉 의 나나
노덕 감독이 “이때다 싶어 캐스팅했다”는 보라 역의 나나 또한 매력이 넘칩니다. 2화에서 히피펌을 하고 두 팔의 타투를 드러낸 채 담배를 물고 있는 보라가 등장하는 순간, ‘진짜 이야기가 시작됐다’는 느낌을 받게 되지요. 2016년 첫 드라마 데뷔작 〈굿와이프〉에서 호평받으며 미녀 아이돌에서 배우로 거듭난 나나. 외모부터 말투까지 ‘똘기’가 느껴지는 캐릭터를 제 옷처럼 입고 누비는 그를 보면서 벌써부터 ‘다음’을 기대하게 됩니다.
겉모습만 봐도 ‘극과 극’인 두 사람, 이렇게 별나고 흥미로운 여성 콤비를 본 게 얼마 만인지! 지효과 보라가 나란히 선 모습만으로도 이미 선물을 받은 것 같은 기분. 아역 배우들이 등장하는 ‘과거 신’은 모든 장면이 좋았어요(어쩜 그렇게 둘을 쏙 닮은 소녀들을 찾아낸 거죠?). 서로 다른 두 소녀가 친구가 되고, 일련의 사건으로 헤어졌다가 재회하여 함께 위험한 모험을 감행하는 이야기. 자신들이 찾는 답을 향해 ‘끝까지’ 손잡고 달려가는 두 사람을 보면서 ‘내게도 저런 내 편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스쳤지요. “어쩌면 보라는 지효가 만들어낸 상상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는 노덕 감독의 말처럼, 두 사람의 관계를 정의 내리지 않고 열어 둔 점도 작품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줍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글리치〉
극의 결말에서 지효는 ‘철갑상어’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요(스포일러가 될까 봐 자세한 언급은 피하겠어요). 모험을 떠난 여자아이들은 과연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요. 〈글리치〉를 통해 “더 잘 살아나갈 힘을 얻었다”는 전여빈 배우의 말처럼, 지효와 보라의 모험담이 우리에게 더 멀리 갈 수 있는 용기를 전해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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