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헐크'로 사는 건 피곤해_요주의여성 #70 || 엘르코리아 (ELLE KOREA)
SOCIETY

'쉬헐크'로 사는 건 피곤해_요주의여성 #70

<변호사 쉬헐크>가 '원조 훨크' 이야기랑 다른 점.

김초혜 BY 김초혜 2022.09.05
디즈니+ 마블 오리지널 시리즈 〈변호사 쉬헐크〉

디즈니+ 마블 오리지널 시리즈 〈변호사 쉬헐크〉

새로운 헐크가 등장했습니다. 디즈니+ 마블 오리지널 시리즈 〈변호사 쉬헐크〉가 지난 8월 18일부터 매주 목요일 에피소드를 공개하고 있습니다.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던 검사 ‘제니퍼 월터스’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사촌 브루스 배너(헐크)의 피가 몸에 들어오면서 거대한 몸과 강력한 힘을 가지게 됩니다. 초인적인 힘을 가졌으니 응당 지구를 수호하는 영웅이 되겠거니 생각했는데… 이 여자 헐크는 슈퍼히어로로 살기를 거부합니다. 심지어 자기 맘대로 쉽게 커졌다 줄었다 합니다. 헐크로 살아가려면 분노를 다스릴 줄 알아야 한다고 잔소리를 늘어놓는 사촌오빠를 향해 제니퍼는 말합니다.  
 
“화를 참는 건 이미 내 전문이야. 늘 하는 일이야. 거리에서 희롱을 당해도, 무능한 인간이 내 일에 훈수질을 해도, 늘 화를 참아. 만약 폭발하면 감정적이거나 까다롭다는 소리나 듣고 어쩌면 칼 맞을 수도 있으니까.”
 
근육질의 여자 헐크가 보여주는 화끈한 액션을 예상했는데, 공개된 〈변호사 쉬헐크〉는 전혀 다른 각도로 이야기를 펼쳐갑니다. 일상에 복귀한 제니퍼가 당장 고민해야 할 것은 헐크의 정체성이나 우주 평화가 아닙니다. 갑자기 ‘쉬헐크’라 불리며 주목받게 된 워킹 우먼, 한 명의 여성이자 특별한 외관(?)을 지닌 소수자로서 겪는 고충이 유쾌하게 펼쳐집니다. 〈변호사 쉬헐크〉는 ‘힘’을 가진 뒤에도 여전히 고군분투하는 제니퍼의 삶을 통해 여성에 대한 사회의 차별과 편견, 이중잣대를 꼬집어 냅니다.
 
디즈니+ 마블 오리지널 시리즈 〈변호사 쉬헐크〉

디즈니+ 마블 오리지널 시리즈 〈변호사 쉬헐크〉

“헐크의 남자다움을 뺏어서 그걸 웬 여자한테 줘요?”
“왜 슈퍼히어로를 다 여자로 바꿔요?”
“미투 운동을 하더니 남자 히어로 씨가 말랐나?”
“여자 히어로도 괜찮은데 자기 캐릭터를 만들라고요.”
 
〈변호사 쉬헐크〉 3화에서 제니퍼를 향해 쏟아지는 악플은 사실 현실을 그대로 캡처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블로그나 SNS를 조금만 찾아봐도 정확히 저 말들과 동일한 코멘트를 찾을 수 있으니까요. 이 밖에도 각 에피소드에는 여자라면 ‘공감’ 내지 ‘기시감’이 느껴지는 순간들이 가득합니다. 1화에서 화장실에서 우연히 만난 여성들이 초췌해진 제니퍼(헐크로 변신했다가 돌아와)를 보고 한마음으로 달려와 옷과 신발을 빌려주는 장면, 3화에서 ‘쉬헐크’의 모습으로 나선 방송 인터뷰에서 진행자가 ‘다이어트와 운동 비법’에 관해 묻는 장면 같은 것 말이죠.
 
〈변호사 쉬헐크〉는 확실히 여성 시청자를 위한 쇼인 게 분명합니다. 여성의 삶을 이해하는 여성 제작진이 만든 마블 프랜차이저는 이렇게 새로울 수 있다는 걸 다시 한번 보여주지요. 〈오펀 블랙〉에서 일인다역을 선보였던 타티아나 마슬라니의 연기력, 앞으로 등장할 더 많은 슈퍼휴먼 캐릭터들의 법정 스토리도 기대됩니다.  
 
그리고 아무리 “화를 참는 데 전문”이라지만, 저는 앞으로 제니퍼가 화를 내는 장면도 종종 보고 싶어요. 참고 사는 건 이제 그만할 때가 됐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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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주의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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