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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 자체가 ‘심쿵해’ 크리스틴 스튜어트_요주의 여성 #31

숏컷, 청바지, 샤넬이 잘 어울리는 여자. ‘멋지다’는 말로는 한없이 부족한 크리스틴 스튜어트.

BY김초혜2021.09.24
베니스 영화제를 찾은 크리스틴 스튜어트 @GettyImages

베니스 영화제를 찾은 크리스틴 스튜어트 @GettyImages

베니스 영화제를 찾은 크리스틴 스튜어트 @GettyImages고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스펜서〉의 포스터
지난 9월 11일 막을 내린 제 78회 베니스국제영화제. 비대면으로 진행된 작년과 달리, 정상적으로 열린 올해 영화제에는 많은 스타들이 참석해 열기를 더했습니다. 그중에서도 고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삶을 다룬 영화 〈스펜서〉로 영화제를 찾은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가는 곳마다 시선 집중. 드레스에 얼굴을 파묻은 프린세스의 뒷모습을 담은 포스터로 기대감을 높였던 작품은 공개된 후 주연을 맡은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연기력에 대한 호평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매해 최악의 영화를 꼽는 라즈베리 시상식의 단골 후보였다는 걸 기억하나요? 아역배우로 연기에 입문해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주인공으로 ‘벼락’ 스타덤에 오른 그는 계속되는 연기 혹평과 사생활에 관한 무분별한 보도로 힘겨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루퍼트 샌더스 감독과의 사이에서 불거진 불륜설로 ‘악녀’ 딱지가 붙으며 배우 생활이 위태로웠던 때도 있었지요.
 
 
모두 색안경을 쓰고 나를 바라보는 상황에서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한걸음한걸음 진정한 자신을 찾아갔습니다. 보다 작은 규모의 유럽 영화, 독립 영화에서 비중에 상관없이 다양한 배역을 연기하며 변신을 꾀했고 차츰 관객들이 그를 다시 보기 시작한 것.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에서 줄리엣 비노쉬와 호흡을 맞추는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화장기 없는 얼굴은 얼마나 새로웠던지! 〈스틸 앨리스〉에서는 알츠하이머에 걸린 엄마의 옆을 지키는 딸을 연기하며 한층 성숙한 모습을 보여줬죠. 2016년 칸 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퍼스널 쇼퍼〉에서 주인공의 혼란한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해낸 그에게 ‘연기력 논란’은 어느덧 과거의 해프닝이 됐습니다.
영화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 영화 〈스틸 앨리스〉 영화 〈퍼스널 쇼퍼〉
 
〈트와일라잇〉 시절의 미소녀에서 벗어나 중성적인 이미지와 ‘쿨’한 분위기에서 풍기는 그만의 매력은 점점 더 많은 이들을 매료시켰습니다. 2016년에 발매된 롤링스톤즈의 앨범 〈Blue & Lonesome〉의 타이틀곡 ‘Ride ‘Em On Down’ 뮤직비디오는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반항아적인’ 매력을 듬뿍 살린 작품. 리바이스 청바지를 입고 주유소에서 몸을 흔드는 모습은 압도적으로 매혹적이죠.
 
 
이 비범한 배우의 영혼에서 가브리엘 샤넬의 DNA를 발견한 칼 라거펠트는 그를 샤넬의 뮤즈로 선택했고, 이후 크리스틴 스튜어트와 샤넬은 서로 뗄 수 없는 관계가 됐습니다. 카지노 컨셉트로 꾸며진 무대에 ‘영화처럼’ 등장했던 2015년 F/W 오트쿠튀르 쇼, 빛을 향해 질주하는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강렬한 모습을 담은 ‘가브리엘 샤넬’ 향수 광고 등 샤넬과 협업한 여러 광고와 화보에서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레전드 신’이 탄생했습니다.
 
‘본색’을 찾은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스크린 밖에서도 보다 자유롭고 대담해졌습니다. 2018년 칸 영화제에서 ‘굽이 없는 신발을 신으면 안 된다’는 영화제 측의 규정에 항의해 하이힐을 벗고 맨발로 레드카펫에 오른 사건은 아직도 회자됩니다. 여자친구들과 데이트하는 모습이 자주 목격되는 그는 양성애자로 알려졌지만 이에 관한 직접적인 언급은 피하는 편. “나는 나일 뿐”이라며 자신을 숨기거나 규정짓고 싶지 않다는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한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은 일화를 들려주기도 했죠. “‘만약 여자친구와 손잡고 다니지만 않는다면, 당신은 마블 영화에 출연할 거예요.’ 이런 소리를 지겹도록 들었어요. 그런 사람들과는 일하고 싶지 않아요.”  
 
“저를 반항적인 사람이라고 이야기하기에는 무리가 있어요. 지금껏 누구와도 싸우지 않았어요. 단지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살아왔을 뿐이에요.” - 2017년 〈엘르〉 코리아 10월호 인터뷰 중에서
 
어릴 적 영화계에서 일하는 부모님의 촬영장을 오가며 감독을 꿈꿨던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2017년 단편영화 〈컴 스윔〉을 선보였습니다. 현재는 작가 리디아 유크나비치의 자서전 〈숨을 참던 나날〉(원제는 〈The chronology of Water〉)을 각색한 첫 장편영화 연출을 준비 중. 양성애자인 작가가 살아오면서 경험한 지독한 절망과 슬픔 그리고 이를 넘어선 삶의 기록을 담은 책으로,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왜 이 책을 읽고 직접 판권을 구입하러 나섰는지 어렴풋이 짐작하게 하죠.    
 
영화 〈스펜서〉영화 〈세버그〉
 
아역 배우로 시작해 블록버스터 프랜차이즈의 프린세스를 거쳐 자신만의 카리스마를 지닌 진정한 배우로 인정받기까지.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지난날은 껍질과 구속을 벗고 “진짜 나”가 되기 위한 고민과 도전의 시간이었습니다. ‘미스 캐스팅’이라는 우려를 딛고 고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고독한 영혼을 그려낸 〈스펜서〉는 2022년 찾아올 예정. 이에 앞서 그가 실존 인물을 연기한 또 다른 작품, 프랑스의 아이콘적인 배우 진 세버그의 전기영화 〈세버그〉가 오는 11월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어떤 설명이나 수식 필요 없이 그 자체로 존재하고자 하는 크리스틴 스튜어트. ‘멋지다’는 말로는 한없이 부족한 그에게 계속해서 반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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