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넷플릭스 오리지널 〈브리저튼〉 시즌 2
먼저 알려졌듯이 이번 시즌의 주인공은 브리저튼 가문의 장남인 앤소니(조나단 베일리). 구레나룻을 밀고 말쑥해진 모습으로 등장한 그는 가문을 빛낼 ‘최고의 신붓감’ 찾기에 나섭니다. 인도에서 온 어여쁜 아가씨 에드위나 샤르마가 목표물로 지정되는데, 마음은 자꾸 언니 케이트 샤르마로 향하면서 벌어지는 삼각 로맨스.
첫 시즌 다프네와 사이먼 커플의 ‘고 자극 밀당’을 기억하는 팬들에게 이번 시즌이 ‘덜’ 화끈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어요. 그러나 서로에 대한 이끌림을 애써 무시하면서 생기는 긴장감, 매회 조금씩 변해가는 두 사람의 감정선을 차곡차곡 따라가는 재미란! 다양한 피부색, 다양한 생김새의 배우들이 이루는 하모니는 의심의 여지 없이 즐겁습니다.

넷플릭스 〈브리저튼〉 시즌 2의 앤소니와 케이트
주인공 커플의 러브 스토리 외에 새 시즌을 보면서 흥미로웠던 점은 또 있습니다. 극 속 여성 캐릭터들이 보다 주체적이고 적극적으로 묘사된다는 점이죠. 〈브리저튼〉은 1800년대 영국, 여성들에게 결혼이 최고 목표일 수밖에 없던 시절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 때문에 시즌1이 방영됐을 때, ‘결혼에 목매는’ 다프네를 페미니즘 시각에서 어떻게 봐야할 지 얘기가 나오기도 했죠. 당시 다프네를 연기한 피비 디네버는 〈글래머〉 매거진을 통해 이렇게 답했습니다. “여러분이 보시기에 다프네가 명백한 페미니스트는 아닐지라도, 그녀는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자신의 운명을 책임지고 있어요.”
〈브리저튼〉 시즌 2 속 여인들은 시대의 구조적 한계 속에서 보다 능동적으로 움직이고 과감하게 발언합니다. 이번 시즌의 히로인인 케이트 샤르마부터 살펴볼까요. 첫 등장부터 남자를 능가하는 뛰어난 승마 실력으로 앤소니의 눈길을 끄는 케이트. 스물여섯, 사교계에서 노처녀 취급을 받는 나이에도 그녀는 결혼에 뜻을 두지 않고 “가정교사로 일하며 나만의 집을 꾸리겠다”고 말합니다. 자신의 의지대로 결혼식장을 뛰쳐나오는 에드위나, 정략결혼 대신 사랑을 선택한 샤르마 자매의 어머니까지 관습에서 벗어난 세 모녀의 행보는 이야기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넷플릭스 〈브리저튼〉 시즌 2의 샤르마 자매
〈브리저튼〉의 젊은 세대, 페넬로페와 엘로이즈의 서사도 더욱 비중이 커졌습니다. ‘레이디 휘슬다운’ 페넬로페는 인쇄소와 거래를 하면서 자신의 몫을 당당히 주장하며 “신문팔이 소년들의 임금을 올려주라”는 조건까지 덧붙입니다. 여성이 글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피력하고 스스로 돈을 버는 행위, 〈브리저튼〉의 세계에서는(어쩌면 우리 현실에서도 여전히) 놀라운 일이지요. 브리저튼 가문의 다섯째 엘로이즈의 고민도 깊어집니다. 결혼 말고는 다른 인생이 허락되지 않는 현실을 한탄하던 그녀는 인쇄소에서 만난 청년과 비밀스러운 교류를 나누며 여성의 권리에 대한 책자를 읽습니다. 비록 이번 시즌은 레이디 휘슬다운의 정체를 눈치챈 엘로이즈와 페넬로페의 충돌로 끝나지만 ‘다른 미래’를 모색하는 두 친구가 결국 뜻을 같이할 것이라는 건, 우리 모두 짐작할 수 있습니다.

넷플릭스 〈브리저튼〉 시즌 2의 페넬로페

넷플릭스 〈브리저튼〉 시즌 2의 엘로이즈
예상 밖의 활약을 펼친 또 다른 캐릭터가 있으니, 바로 페더링턴 부인입니다. 남편이 죽고 곤궁한 상황에 처한 그녀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음모와 계략도 서슴지 않습니다. 딸의 약혼자(!)와 야릇한 관계에 빠지는 듯 보였으나 자신이 진정 사랑하는 것을 지키기 위해 남자의 유혹을 거절하기까지, 이번 시즌 가장 입체적으로 묘사된 캐릭터가 아닐 수 없습니다.
앞으로도 〈브리저튼〉 형제자매들의 러브 스토리가 이어질 것이고, 그 속에서 여성 캐릭터는 어떻게 성장하고 우리와 호흡할까요? 엘로이즈는 과연 엄마나 언니와는 다른 인생을 살게 될까요? ‘레이디 휘슬다운’은 펜으로 무엇까지 이룰 수 있을까요? 짜릿한 로맨스 외에도 〈브리저튼〉 시즌 3, 시즌 4를 기다릴 이유는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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