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직업은 AI에게 안 뺏길 것 같나요?_돈쓸신잡 #34 || 엘르코리아 (ELLE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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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직업은 AI에게 안 뺏길 것 같나요?_돈쓸신잡 #34

AI는 내게 독일까? 기회일까?

김초혜 BY 김초혜 2022.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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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카페에 앉아서 노트북(맥북)으로 뭔가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맥북이 내게 말을 걸었다. “네, 부르셨어요?” 분명히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순간 당황했다. 도대체 누가 내 맥북을 깨웠지? 몇 초 뒤에야 의문이 풀렸다. 내가 앉은 테이블 왼쪽에 남성 둘이 앉아있었는데, 그중 한 명이 조금 전에 큰 목소리로 상대에게 “양보다는 질이야~”라고 말한 것이 떠올랐다. 내 맥북은 그 남자의 ‘질이야~’라는 말을 ‘시리야’(Siri야)로 인식한 것이다.
 
맥북을 사용하면서 한 번도 음성인식 기능을 이용해본 적이 없었다. 아이폰으론 몇 번 시리를 불러본 것이 전부였다. 맥북에서 처음으로 시리의 목소리를 들은 날 집에 와서 시리에게 계속 말을 걸어봤다. “시리야~ 내일 날씨 어때?” “시리야~ 압구정역 근처 맛집 알려줘” “시리야~ 아이유 음악 틀어줘” 시리는 어떤 질문엔 즉각 대답을 해줬고, 어떤 질문에는 당황스러워했다.
 
영화 ‘HER’가 생각났다. 사만다라는 인공지능과 사랑에 빠진 남자에 관한 영화다. 영화가 개봉했을 당시에만 해도 “이건 뭐, SF 영화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다수였다. 그만큼 비현실적인 이야기라고 보는 사람이 많았다. 저 영화가 나온 지도 8년이 지났다. 수개월 단위로도 세상이 휙휙 바뀌는 시대인데, 8년이면 사람들의 인식 틀 자체가 변화하고도 남을 시간이다. 지금 10대, 20대 초반의 세대가 ‘HER’를 보면 어떤 생각을 할까.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라며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이 8년 전보다는 많을 것이다.
 
AI는 꽤 오랫동안 추상적인 개념이었다. 지금은 어떤가. 더는 추상적이지 않다. 인간과 꼭 닮은 구체적인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아니, 이미 우리 곁에 섞여 있다. 심지어 우리의 직업까지 위협한다.
 

김래아, 로지, 한유아가 등장했다  

최근 가상 인간의 활약을 다룬 기사 타이틀을 조금만 나열해보자.
 
'사생활 깨끗' 김래아·로지·한유아, 가요계까지 접수
하이브·YG 모두 찜했다…가수 데뷔 앞둔 신예 광고 퀸의 정체
"음악, 연기 다 하겠다"…방시혁 하이브가 꽂힌 이 여성, 이름은 한유아
 
김래아, 로지, 한유아는 실제 인간이 아니다. 인간의 모습을 한 가상 인간이다. 이 가상 인간들이 광고에 등장한 것도 최근이다. 그 이후로 빠르게 연예계 곳곳에 침투하는 중이다. 이젠 드라마에 등장해 연기도 하고 대형 기획사와 계약을 맺고 음반도 낸다. 당연히 인스타그램, 유튜브도 운영하며 팬들과의 소통에도 적극적이다.
 
이런 기사에 달린 댓글 상당수는 우호적이지 않다. “영혼도 없는 그저 데이터 조각들” “징그럽다 치워라” “일시적일 뿐이지”
‘불쾌한 골짜기’라는 과학 이론이 있다. 인간이 아닌 것이 인간과 유사한 수준에 이르면 사람들은 그것에서 깊은 불쾌함을 느낀다는 이론이다. 하지만 골짜기는 영원하지 않다. 인간과 닮은 수준을 떠나 인간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발전하면 호감도는 다시 올라간다. 이미 지금 이 순간에도 기업들은 가상인간 인플루언서를 섭외하면서 이들과 함께할 미래를 모색하는 중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핫한 가상 인플루언서는 로지다. 다수의 기업과 광고 계약을 맺은 슈퍼스타다. 최근엔 이서진 주연의 드라마 ‘내과 박원장’에 깜짝 출연해 연기도 했다. 또 음원까지 발매했다. 몸이 10개라도 하기 어려운 일을 척척 해낸다. 영원히 늙지도 않고, 당연히 스캔들 걱정도 없다. 건강 문제로 일을 줄여야 할 일도 없고, 기술적으로만 따지면 동시에 100개 이상의 일도 할 수 있다. 연예 기획사 입장에선 노다지나 다름없다.
 

잉여인간들이 쌓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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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현상은 연예계뿐 아니라 사회 구석구석으로 퍼진다. 유기윤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와 그의 연구팀이 내놓은 미래 전망은 꽤 무섭다. 이 연구에 따르면 2090년엔 사회를 지배하는 1계급은 플랫폼 기술을 소유한 기업이다. 2계급은 인기 정치인, 연예인이며 3계급은 사회 전반의 일자리를 차지할 AI다. 나머지 99.997%는 단순 노동자 신세로 전락한다. ‘사피엔스’ 저자 유발 하라리 역시 “앞으로 AI로 인해 쓸모없어지게 될, 또 경제적으로 잉여 인간이 될 사람들의 인생에 어떻게 하면 의미를 줄 수 있을까 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로 대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AI가 일자리를 뺏을 수도 있다’라는 경고는 너무 많이 들어서 이젠 식상할 정도다. 그래서 상당수 사람은 ‘그래? 그렇구나~'라고 생각하며 마치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처럼 여기기도 한다. 하지만 한 번쯤 깊게 고민해봐야 한다. 내가 현재 하는 일은 10년, 20년 뒤에도 인간이 하고 있을까? 미래학자들은 그리 머지않은 미래에 인간이 운전하는 것 자체가 불법인 시대가 오리라 확신한다. 완벽한 자율주행 시대가 열린다는 것이다. 이 변화만으로도 수많은 직업이 한방에 사라진다. 당연히 기업들은 이 새 시대의 패권을 잡기 위해 막대한 투자를 하는 중이다. 현대차는 내년 인간 기사가 없는 무인 로봇 택시를 운행할 계획이다. 배달의민족 역시 음식 배달 로봇 개발을 마쳤고 이미 시범운영까지 했다. 치킨을 시키면 로봇이 온다. 배민 로봇은 엘리베이터를 타기 직전 그 안에 사람이 있으면 “저도 탈게요~ 가운데 자리를 비워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공손함까지 갖췄다.
 
이 밖에도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할 영역은 셀 수 없이 많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내고도 은행들이 고강도로 구조조정을 단행한 건 그만큼 인간이 필요 없어졌기 때문이다. 가수나 배우처럼 지극히 인간적인 숨결이 필요한 직업마저 AI가 속속 진출하는 와중에 ‘에이~ 저게 말이 되냐'라고 생각하며 팔짱만 끼다가는 훗날 불편한 진실을 마주할 수 있다.
 

AI의 습격에 대응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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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궁금한 건 이것이다. ‘AI가 인간의 직업을 빼앗는 이 거대한 습격사건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전 세계에서 가장 위협적인 AI 기업은 어디일까. 사람마다 이견은 있겠지만, 톱3 안에 반드시 구글은 들어가야 한다. 사람들은 기꺼이 구글의 플랫폼인 유튜브에 자신의 일상을 기록하고 있고, 구글은 이 모든 것을 학습한다. 전 세계 사람은 지금 이 순간에도 구글에서 무언가를 검색한다. 적어도 구글 검색창 안에서는 그 어떤 거짓말도 할 필요가 없다. 그렇게 구글은 인간의 속마음까지 수집하고 분석한다. 구글 빅데이터는 트럼프 당선과 브렉시트도 정확하게 예측했다. 애플은 어떤가. 애플 역시 지난 5년간 AI 관련 기업만 수십 개를 인수했다. 테슬라 역시 고객들의 주행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를 지배하는 기업들은 겉으로 보기엔 제각각 다른 사업을 하고 있지만 하나같이 “우리는 AI 기업이다"라고 주장한다.
 
다행히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으며, 누구든 돈만 있으면 기업의 지분을 살 수 있다. 거대한 AI 플랫폼과 인공지능의 공습에 맞서는 가장 좋은 방법은 오히려 내가 그들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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