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애완동물이라는 단어보다 반려동물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애완동물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면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 취급을 받기도 한다. 언어의 변화는 인간의 사고방식이 변화했다는 증거다. 반려동물의 사전적 정의는 이렇다. ‘사람과 더불어 사는 동물로, 동물이 인간에게 주는 여러 혜택을 존중하며 사람의 장난감이 아닌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
반려동물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얼마나 큰지에 대해선 동물을 기르지 않는 사람들도 쉽게 감지할 수 있다. 당장 현재 대선후보의 공약만 뜯어봐도 된다. 유력 대선후보 모두 반려동물과 관련한 공약을 내걸었다. 주로 진료비와 관련한 이슈다. 반려동물 병원비에도 건강보험 혜택을 적용하자는 식이다. 대선 후보들이 약속한 정책을 더 나열해 보자. 공공 장례시설 확충, 대규모 번식장 폐쇄, 길고양이 급식소 확대, 반려견 등록제 등등. 모두 동물권과 관련한 정책들이다.
정치 성향과 상관없이 대선후보들 모두가 동물권을 강조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우리나라에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는 어림잡아도 1500만 명에 달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 수치는 더 올라갈 것이다. 동물을 키우는 사람들 대부분에게 반려견, 반려묘는 가족이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동물권은 앞으로 더 확대될 수밖에 없다.
독일과 같은 선진국에선 동물권이 헌법에도 보장돼 있다. 이런 나라에선 유기견 안락사와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또한 독일은 아무나 반려동물을 입양할 수 없다. 필기시험과 실기시험까지 통과해야만 동물을 기를 자격이 주어진다. 간디는 동물에 대한 대우가 그 나라의 도덕성과 위대함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동물권이 발달한 나라일수록 인권 역시 견고하다.
자본은 빠르다. 반려동물 시장에 막대한 돈이 몰리는 중이다. 국내만 따져도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2027년까지 약 6조 원 이상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반려동물 관련 산업은 주로 사료와 의료였다. 하지만 이젠 거의 모든 영역에서 반려동물 상품과 서비스가 창출된다고 보면 된다. 보험사들은 반려동물 보험을 속속 출시하는 중이다. 최근 스타벅스는 남양주에 반려동물을 테마로 한 지점을 새로 오픈했다. 콧대 높은 특급호텔들마저 ‘펫캉스 패키지’ 상품을 쏟아내는 중이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곳은 명품업계다. 이곳에서도 반려동물 아이템을 내놓고 있다. 이벤트성 상품이 아니다. 꽤 진심이다. 명품 중에서도 명품인 에르메스는 이미 다양한 반려동물 제품을 출시했다. 반려견 의류는 물론 밥그릇까지 만들 정도다. 에르메스 개 밥그릇 가격은 153만 원이다. 에르메스 개 목줄은 83만 원이다. 패딩으로 유명한 몽클레르 역시 반려견 전용 패딩을 출시했다. 한 벌에 60만 원 정도다. 이 세상엔 자신이 기르는 동물에게 기꺼이 큰돈을 지불할 여력이 있는 사람이 수두룩하다. 명품업계에서 반려동물 용품은 없어서 못 파는 인기 아이템이다.
동물권이 확대되고 반려동물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이와 관련한 투자 상품도 덩달아 인기다. 국내 자산운용사들은 반려동물과 관련한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를 출시했다. 주로 반려동물 사료, 의료 기업에 분산 투자를 하는 상품이다.
당연히 미국 증시에는 반려동물 산업 전반에 고루 투자할 수 있는 ETF가 상장돼 있다. 2018년 1월에 상장한 ETF ‘PAWZ’는 미국뿐 아니라 영국, 스위스, 독일, 일본 등 전 세계 대표 반려동물 기업에 투자한다. 상장 이후 현재까지 누적 수익률은 대략 60%다.
개별 기업으로 따져보면 가장 눈에 띄는 곳은 ‘츄이’(Chewy)다. 이 기업은 반료동물계의 아마존으로 불리며 고속 성장하는 중이다. 개, 고양이뿐만 아니라 새, 파충류, 물고기 등 거의 모든 반려동물과 관련한 상품을 파는 온라인 쇼핑몰이다. 츄이가 단순히 상품만 파는 건 아니다. 24시간 고객서비스센터를 운영하는데, 상담사는 반려동물 전문교육을 받은 인력들이다. 고객은 언제든지 전화를 해서 자신의 반려동물에게 필요한 사료나 영양제를 추천받을 수 있다. 또한 츄이는 반려동물의 생일에 카드를 보내준다거나 매달 1000여 명의 고객을 선별해 반려동물 초상화를 그려주는 주는 이벤트도 진행한다. 츄이의 감성 마케팅 덕분에 이 기업에는 충성 고객 많다. 애플, 나이키, 스타벅스처럼 오랫동안 사랑받은 기업들의 핵심은 팬덤의 여부다. 츄이라는 기업의 전략은 앞으로도 눈여겨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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