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는 세계 최대 부동산 기업입니다_돈쓸신잡 #26 || 엘르코리아 (ELLE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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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날드는 세계 최대 부동산 기업입니다_돈쓸신잡 #26

현금 잘 버는 기업의 마지막 투자처는 결국, '이것'이다.

김초혜 BY 김초혜 2021.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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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예술은 어떤 식으로든 우리 삶에 관여한다. 영화 역시 예술이다. 그래서 어떤 영화를 보고 나면 내 삶까지 되돌아보게 된다. 어떤 영화는 ‘조금 더 잘 살아야겠다’라는 목표 의식을 심어준다. 또 어떤 영화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혀준다.
 
경제와 관련한 영화는 어떤가. 경제라는 단어만 들어도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럼에도 나는 경제를 주제로 삼은 영화는 되도록 챙겨본다. 우리 삶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경제기 때문이다. 경제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그렇기에 평균 이상의 경제적 인사이트를 보유한 사람은 무조건 유리하다. 영화를 통해서도 경제 공부를 할 수 있다.
 

〈빅쇼트〉 누구나 틀릴 수 있다

영화 〈빅쇼트〉의 마이클 버리 (크리스찬 베일)

영화 〈빅쇼트〉의 마이클 버리 (크리스찬 베일)

이젠 할아버지가 손주에게 애플, 구글, 디즈니 주식을 사주는 시대다. 해외주식 투자자가 늘어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명성을 얻은 투자자가 있다. 아크 인베스트라는 투자사를 운영하는 캐시 우드다. 아크 인베스트가 운용하는 ETF 수익률이 치솟으며, 전 세계가 캐시 우드를 주목했다. 캐시 우드의 투자 스타일을 요약하면 ‘혁신 기업’이다. 그는 “세상을 바꾸는 기업에 투자하라”라고 주장한다. 지금 당장은 수익을 못 내고 있더라도 혁신적인 기술을 확보한 기업에 선제적으로 투자하라는 의미다. 이 원칙을 적용해 캐시 우드가 오랫동안 투자해온 기업이 테슬라다. 세상이 테슬라를 두고 곧 망할 회사라며 조롱할 때도 캐시 우드는 테슬라를 지지하고 투자를 늘렸다.
 
이런 캐시 우드에게 의문을 품고 선전포고를 한 사람이 마이클 버리다. 마이클 버리 역시 월스트리트의 거물 투자자다. 그는 캐시 우드와 테슬라를 동시에 공격했다. 테슬라의 주가가 반 토막이 나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거라고 말했다. 테슬라 주식에 거품에 가득하다는 것이 마이클 버리의 주장이었다. 그는 테슬라 주가 하락에 큰돈을 베팅했다. 캐시 우드는 마이클 버리를 향해 “그는 혁신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다”라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마이클 버리의 완벽한 패배로 끝났다. 그의 예상과 달리 테슬라 주가는 꾸준히 우상향했다. 이유 없는 주가 상승도 아니었다. 테슬라 전기차 판매량이 늘어나며 실적이 시장의 예상보다 더 크게 개선됐다. 마이클 버리는 “더 이상 테슬라 하락에 투자하지 않겠다”라며 백기 투항을 했다. 자신의 실패를 인정했다. 
영화 〈빅쇼트〉 포스터

영화 〈빅쇼트〉 포스터

 영화 〈빅쇼트〉의 마이클 버리 (크리스찬 베일)

영화 〈빅쇼트〉의 마이클 버리 (크리스찬 베일)

 
마이클 버리는 영화 〈빅쇼트〉의 주인공이다. 영화 속에서 크리스찬 베일이 연기한 남자의 실제 모델이 마이클 버리다.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기 전 누구보다 빠르게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예측한 인물이다. 자본시장 붕괴에 큰돈을 베팅했고, 어마어마한 수익을 거두며 전 세계 금융시장에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영화 〈빅쇼트〉는 마이클 버리라는 사람이 얼마나 영민하고 인내심이 강한 투자자인지 묘사한다. 그래서 마이클 버리가 테슬라 주식에 대해 부정적인 목소리를 내고 캐시 우드를 폄하할 때도 많은 사람은 이번에도 그가 옳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투자가 어려운 이유는 누구든 틀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번에 맞췄다고 이번에도 맞출 수는 없는 법이다. 마이클 버리처럼 천재적인 감각을 타고난 투자자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누구나 실수를 저지른다. 하지만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깨끗하게 인정하는 사람은 드물다. 마이클 버리는 자신이 내린 틀린 결정에 대해 승복했다. 그리고 아마도 그는 왜 틀렸는지 꼼꼼하게 복기할 것이다. 무서운 사람은 언제나 정답을 맞히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이 저지른 오류를 정확하게 바라보며 분석하는 사람이다.
 

〈파운더〉 왜 그들은 계속 부동산을 사는가

영화 〈파운더〉 포스터

영화 〈파운더〉 포스터

국내 기업 중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는 곳이 있다.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 이야기다. 투자 업계에서는 두나무 몸값을 최소 20조원으로 평가한다. 대략 LG전자와 맞먹는 시가총액이다. 두나무가 성장한 건 가상화폐 시장이 확 커졌기 때문이다. 업비트 누적 가입자만 1000만명에 육박한다. 최근 발표한 두나무 실적을 보고 놀란 사람이 많다. 영업이익률이 무려 92%다. 두나무가 ‘매우 효율적으로’ 돈을 잘 버는 무서운 기업이라는 뜻이다. 대부분 수익이 가상화폐 거래 수수료에서 나오기 때문에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돈을 쓸어 담는다.
 
이렇게 가상화폐를 통해 어마어마한 돈을 벌어들이는 두나무는 최근 부동산에 투자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인근 땅과 빌딩을 3000억원에 매입했다. 서울 안에서도 가장 좋은 입지에 있는 부동산을 산 것이다. 그것도 100% 현금으로. 두나무는 그곳에 신사옥을 지을 예정이다. 결국 가상화폐를 통해 현금을 벌어들인 기업 역시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이다. 왜 그럴까. 부동산도 비트코인처럼 희소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현금의 가치는 시간이 지날수록 하락하기에 기업들은 이 현금을 어딘가에 저장해둬야 한다. 현재까지 이 역할을 가장 잘 수행하는 자산이 부동산이다.
 
영화 〈파운더〉

영화 〈파운더〉

 영화 〈파운더〉

영화 〈파운더〉

영화 〈파운더〉 역시 결국 부동산의 위력에 대해 말한다. 이 영화는 맥도날드라는 기업을 글로벌 프랜차이즈로 일군 레이 크록이라는 남자에 관한 작품이다. 레이 크록은 식당에 밀크셰이크 기계를 판매하는 세일즈맨이었다. 어느 날 어떤 식당에서 한 번에 꽤 많은 밀크셰이크 기계를 주문했다. 레이 크록은 호기심이 생겨 직접 그 식당을 찾는다. 그곳은 맥도날드 형제가 운영하는 햄버거 가게였다. 당시만 해도 맥도날드는 동네 맛집 수준이었다. 레이 크록은 맥도날드 형제에게 프랜차이즈 사업을 제안하며 그들의 동업자가 된다. 그리고 결국 본인이 맥도날드를 모두 삼킨다. 맥도날드 형제는 맥도날드에서 쫓겨난다. 여기까지만 보면 레이 크록은 피도 눈물도 없는 잔인한 기업인처럼 보인다. 하지만 어쨌든 맥도날드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운 건 레이 크록이다. 그는 어떻게 맥도날드 제국을 일궜을까?
 
영화 〈파운더〉 속 맥도날드

영화 〈파운더〉 속 맥도날드

미국 전역에 많은 맥도날드 지점을 내고도 레이 크록은 위기에 봉착했다. 생각보다 본사로 들어오는 돈이 적었기 때문이다. 이때 한 재무 전문가가 레이 크록에게 조언한다. 그는 “본사가 맥도날드 지점이 들어설 땅을 직접 매입하고, 점주들에게 임대료를 받아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레이 크룩은 이 방침을 철저하게 따랐다. 맥도날드라는 기업의 정체성을 햄버거 가게에서 부동산 투자사로 바꾼 것이다. 본사에서 상권을 꼼꼼하게 따진 후 유망한 지역의 땅을 사들인 후 그곳에서 맥도날드를 운영할 점주를 모집하는 방식이다. 본사는 가맹점으로부터 로열티와 함께 임대료까지 챙긴다. 이 공식을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적용했다. 이것이 오늘날 맥도날드라는 거대한 기업을 만들었다.
 
현금을 잘 버는 기업들을 유심히 보라. 제각각의 사업이나 서비스로 돈을 벌지만, 결국 마지막에 무엇에 투자를 하는지. 대부분은 부동산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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