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레알-유네스코 여성과학자상' 시상식에서 만난 어메이징한 우먼들!
‘로레알-유네스코 여성과학자상’이 열린 파리와 서울, 두 도시에서 마주한 명예로운 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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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로레알-유네스코 여성과학자상 시상식 패널 디스커션 현장.
SCIENCE NEEDS WOMEN
우리에게 ‘퀴리 부인’으로 익숙한 ‘마리 퀴리(Marie Curie)’를 기억하는가. 방사능 연구의 선구자이자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이동식 X선 장치 ‘리틀 퀴리’를 개발해 부상자 진단에 혁신을 가져온 인물이다. 남편 피에르 퀴리(Pierre Curie)와 함께 방사선 원소인 라듐(Radium)을 발견하는 놀라운 업적을 세웠지만, 1903년 노벨 물리학상 후보 발표 당시 그녀의 이름은 첫 명단에 존재하지 않았다. 오직 남편의 이름만 있었던 것! 피에르의 강력한 항의 끝에 마리는 가까스로 공동 수상자로 이름을 올릴 수 있었는데, 이는 ‘여성의 정신 구조로는 과학을 할 수 없다’는 편견이 지배했던 당시 학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과학은 오랫동안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졌고, 여성이 과학자로 인정받기란 이토록 어려웠다. 이런 고착화된 과학계의 벽을 허물기 위해 로레알 그룹은 유네스코와 손잡고 ‘로레알-유네스코 세계여성과학자상’을 제정했다. 올해로 제27회를 맞은 이 상은 매년 각 대륙에서 인류의 미래를 밝히는 연구 성과를 거둔 다섯 명의 여성 과학자를 선정해 그 성취를 조명한다. 지금까지 총 137명의 수상자를 배출했으며, 이 중 일곱 명은 노벨상 수상자로도 이름을 올렸다. 오늘날 과학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시상식 중 하나로 자리매김한 셈! 한국에서도 2002년부터 로레알코리아 · 유네스코한국위원회 · 여성생명과학기술포럼이 함께 ‘한국 로레알-유네스코 여성과학자상’을 운영해 국내 여성 과학자들이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든든한 발판을 마련 중이다. 올해 과학계를 빛낸 주인공들을 만나기 위해 에디터는 먼저 6월 파리에서 열린 로레알-유네스코 세계여성과학자상 시상식 현장으로 향했다.

제27회 로레알-유네스코 세계여성과학자상 시상식 그룹 포토.

제24회 한국 로레알-유네스코 여성과학자상 수상자들.
WOMEN CHANGING THE WORLD
올해에도 과학의 미래를 선도하는 다섯 명의 여성 과학자가 로레알-유네스코 세계여성과학자상을 수상했다. 수상자들은 각기 다른 대륙에서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인류와 지구를 위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었다. 샤오윈 왕(Xiaoyun Wang) 교수는 일반 통신 프로토콜에 사용되는 해시 함수의 근본적인 결함을 발견하고 새로운 해시 함수 표준을 제시한 성과로 수상했다. 프리실라 베이커(Priscilla Baker) 교수는 환경오염물질 감지를 위한 고감도 전기화학 마이크로 센서를 개발해 의약 · 식품 · 에너지 산업 전반에 실질적 기여를 이끌었다는 점에서 상을 받았다. 물리학 · 수학 · 화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연구로 녹색 에너지 기술의 잠재력을 지닌 자성 물질을 발견하고 ‘위상 양자화학’이라는 분야를 개척한 클라우디아 펠저(Claudia Felser) 교수 역시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마리아 테레사 도바(María Teresa Dova) 교수는 힉스 입자 발견과 특성 규명 및 우주선 물리학 연구 등 고에너지 물리학 발전에 기여했다. 바버라 핀레이슨-피츠(Barbara Finlayson-Pitts) 교수는 광화학 스모그 생성 메커니즘을 규명해 대기화학 연구의 혁신을 이끌었으며, 이를 관련 공공 정책에 응용해 대기 질 개선에 기여한 업적으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다양한 분야에서 과학의 패러다임을 바꾼 여성 과학자들의 여정을 목격하는 건 에디터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그 길을 묵묵히 응원하는 로레알의 진심 역시 마음 깊이 전해졌다.

한국 로레알-유네스코 여성과학자상 학술진흥상 수상자 임미희 교수의 수상 장면.

연구 주제에 대해 발표 중인 한국 로레알-유네스코 여성과학자상 펠로십 수상자 이정현 교수.

후배 과학자들에게 조언을 전하는 유명희 박사.
A NEW ERA FOR KOREAN women in SCIENCE
파리에서 느낀 감동은 서울에서도 이어졌다. 제24회 한국 로레알-유네스코 여성과학자상은 학문적 성취가 탁월한 한 명에게 ‘학술진흥상’을, 미래가 기대되는 신진 여성 과학자 네 명에게 ‘펠로십’을 수여하며 국내 여성 과학자들의 연구 활동을 지원한다. 행사의 포문은 당시 로레알코리아 대표였던 사무엘 뒤 리테일(Samuel du Retail)이 열었다. 그는 “과학이야말로 지난 116년 동안 로레알의 여정을 이끌어온 핵심이었음을 느낀다”며 과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올해 학술진흥상은 카이스트 자연과학부 화학과 임미희 교수에게 돌아갔다. 그녀는 화학자로서 알츠하이머의 발병 원인을 분자 수준에서 규명하고, 치매 유발 인자의 독성을 촉진하는 단백질의 메커니즘을 밝혀낸 업적으로 수상했다. 펠로십 부문 수상자들의 활약도 눈부셨다. 고려대학교 보건환경융합과학부 강미경 교수는 병든 부위에서만 효과를 내도록 하는 ‘약물 전달 시스템’ 기술을 중심으로 정밀의료 기반 융합형 치료 플랫폼 기술을 연구한 성과로 수상했다. 경상국립대학교 생명과학부 전지혜 교수는 줄기세포 기반의 연구를 통해 간질환과 노화에 따른 대사 기능 장애 치료 전략을 제시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부산대학교 의과대학 조유나 교수는 T세포 기반의 항암 면역 연구에서 면역 세포들이 소통하는 신호물질인 사이토카인(Cytokine)의 작동 원리를 규명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국립공주대학교 환경교육과 이정현 교수는 해양 생태계를 위협하는 유해화합물 40여 종을 밝혔으며, 연구뿐 아니라 환경부 ‘국가 온실가스 통계관리위원회’, UNEP 산하 ‘NOWPAP 오염모니터링 전문가위원회’ 등에서도 활발히 활동한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 시상 후 ‘글로벌 무대를 향한 한국 여성 과학자들의 여정’을 주제로 한 패널 디스커션이 진행됐다. 1998년 로레알-유네스코 세계여성과학자상 첫 국내 수상자인 유명희 박사와 2019년 한국 로레알-유네스코 여성과학자상 펠로십 수상자인 김필남 교수 등이 참여해 글로벌 연구 경험을 공유했고, 후배 과학자들을 위한 조언을 전했다. 파리에서 서울까지 이어진 여정을 통해 에디터가 확신한 건 단 하나. ‘과학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여성은 과학을 더 멀리 나아가게 한다.’ 이 상이 앞으로도 반짝이는 비전을 지닌 수많은 여성이 과학의 지평을 열어가는 데 영감을 주는 시작점이 되길 바란다.

Credit
- 에디터 김하늘
- 아트 디자이너 민홍주
- 디지털 디자이너 김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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