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기기 1도 없는 안드로이드 유저의 애플TV 4K 솔직 후기 || 엘르코리아 (ELLE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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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기기 1도 없는 안드로이드 유저의 애플TV 4K 솔직 후기

사용자를 애플 생태계로 유혹하는 애플TV 4K.

라효진 BY 라효진 2021.11.19
11월4일 이전의 애플 유저들이라면, 기기에 깔려는 있는데 하등 쓸모 없는 애플리케이션 하나가 존재한다는 걸 알고 계실 듯합니다. 그간 한국에서 공식 서비스되지 않았던 애플TV죠. 누군가는 방치했을 테고, 누군가는 아예 지워 버렸을 이 앱을 드디어 쓸 수 있게 됐어요.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4일 애플TV가 한국에 정식 상륙한 덕입니다.
 
 
애플은 애플TV 한국 서비스 론칭과 동시에 셋톱박스, 프리미엄 OTT 서비스를 출시했습니다. 정식 명칭을 살펴 볼게요. 셋톱박스는 애플TV 4K, OTT 서비스는 애플TV+(플러스)입니다. 벌써 이름과 용도가 헷갈리기 시작하니 다시 한 번 짚어 보죠. 애플TV는 기본 앱이고, 애플TV 4K는 셋톱박스, 애플TV 플러스는 유료 OTT 서비스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속 가장 수혜를 입은 게 OTT 산업이라는 사실에 동의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겁니다. 특히 아시아권에서 한류 붐을 일으켰던 K-콘텐츠는 글로벌 OTT를 타고 전 세계에서 그 힘을 입증하고 있어요. 때문에 한국에선 토종 OTT들의 파워도 작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제 OTT 서비스에 가입할 사람들은 거의 다 가입한 분위기입니다. 커질대로 커진 OTT 시장 파이를 획기적으로 늘리기 힘든 데다가 IP 공룡들이 앞다퉈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현 상황은 소프트 콘텐츠의 중요성이 이전보다 더 많이 부각되고 있는 배경이죠.
 
 
애플이 OTT 대전에 참가하며 시장에 내놓은 것 중 눈에 띄는 제품은 애플TV 4K, 소프트웨어가 아닌 하드웨어입니다. 물론 애플TV 플러스 오리지널 콘텐츠의 라인업도 화려하지만 소비자가 기꺼이 지갑을 열 만큼 많은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진 않아요. 이런 국면에서 애플TV 4K는 일단 애플 생태계에 안착한 사람들에게 매력을 어필합니다. 자, 여기서 밝히고 들어가겠습니다. 저는 현재 애플 기기를 단 한 대도 사용하고 있지 않은 안드로이드와 윈도우즈 유저입니다. 애플의 잠재적 고객(?)으로서 체험해 본 애플TV 4K 후기를 시작할게요.
 

#1. 셋톱박스 본체

 
애플 특유의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을 자랑하는 검은 셋톱박스는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모노리스를 연상케 하는데요. 애플의 디자인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집에 두고 싶어질 만한 자태입니다. 평범한 구형 IPTV 셋톱박스와 비교하자면 크기는 작고, 무게는 묵직합니다.
 
 
셋톱박스의 후면에는 전원 연결부와 HDMI 케이블 연결부, 랜선 연결부가 있습니다. 랜선은 직접 연결해도 되고,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도 있어요. 애플TV 4K를 완벽하게 즐기기 위해서는 최소 4K HDR을 지원하는 고사양의 HDMI 케이블이 필수인데, 예상하셨듯 패키지에는 포함돼 있지 않습니다. 돌비비전과 돌비애트모스가 지원되는 몇 없는 셋톱박스이기 때문에 HDMI 케이블은 이 기기의 핵심 악세사리임을 명심하세요.
 
 
IPTV 셋톱박스가 있는데 애플TV 4K를 사면 기기가 중복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들 법도 합니다. 애플TV 4K가 편한 건 셋톱박스 하나에 각 IPTV, OTT 정보를 입력하기만 하면 해당 플랫폼에 존재하는 모든 콘텐츠들을 한 곳에 모아 볼 수 있다는 점이예요. 하지만 이미 스마트TV의 보급률이 높고, 일반 TV도 크롬캐스트를 구입하면 스마트TV처럼 쓸 수 있기 때문에 엄청난 매력으로 다가오는 기능은 아닌 듯합니다.
 

#2. 시리 리모트

 
Unsplash

Unsplash

 
'시리 리모트'라는 이름의 리모컨에도 애플의 DNA가 묻어 있어요. 잠깐 TMI를 언급하자면, 지금 저는 애플 기기를 쓰지 않고 있긴 하지만 흑백 시절 1세대부터 모델과 세대별로 전부 아이팟을 모았었어요. 특히 원을 그리며 문지르면 휠이 굴러가는 듯한 경쾌한 효과음과 함께 원하는 콘텐츠로 이동하게 해 주던 클릭휠을 정말 좋아했는데요. 아이팟 터치의 등장 이후엔 자취를 감췄던 클릭휠이 애플TV 4K의 시리 리모트에 다시 나타났습니다. 옛날 생각에 시리 리모트 클릭휠 소리를 낼 수 있는지 만지작거려 봤는데, 저는 아직 그 설정을 찾지 못했어요. 물론 클릭휠을 쓰지 않아도 상하좌우 이동은 가능합니다. 충전은 라이트닝 케이블로 하고요. 그런데, 클릭휠에 루프 기능이 없다는 건 조금 아쉽네요.
 
 
이외의 버튼도 몹시 심플해요. 이전으로 돌아가기, 재생/일시정지, 음소거, 볼륨 업/다운, 외부입력, 시리 호출 버튼이 전부입니다. 전원 버튼을 꾹 누르면 셋톱박스와 TV 전원을 동시에 켤 수 있습니다. 또 시리 리모트 오른쪽에 위치한 시리 호출 버튼을 누른 채로 "이선균 나오는 영화 찾아 줘" 등의 명령을 하면 즉시 결과가 나오는데요. 잠깐 화면을 놓쳤을 때 "방금 뭐라고 했어?"라고 시리에게 물으면 10초 전의 화면을 되감아 보여 주기도 해요. 다만 저의 부실한 영어 발음은 인식을 잘 못하더군요. 숫자 키가 없어 채널 이동이 다소 쉽지 않으나 기존에 쓰던 IR 리모컨으로 애플TV 4K를 조작할 수도 있습니다. 아이폰을 쓰시는 분들은 핸드폰으로 리모컨을 대신할 수도 있고요. 애플TV 4K가 연결된 TV에 아이폰을 갖다 대면 캘리브레이션 기능으로 색감 조정도 가능합니다.
 

#3. 집에서 구현할 수 있는 애플 생태계

 
많은 사람들이 애플에서 탈주하는 이유이자, 헤어 나오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한 애플만의 생태계에 이 셋톱박스는 완벽한 구심점의 역할을 합니다. 특히 집에서 쓸 때는 최상의 화질과 사운드 시스템으로 이용자들이 애플 기기에 담아 둔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데요. 애플TV 플러스를 통해 구입 혹은 대여한 콘텐츠는 이동 중 아이폰으로 감상하는 것도 됩니다. 데이터를 쓰지 않고요. 애플의 AI스피커 홈팟까지 보유하고 있다면 손 하나 까딱 않고도 아이폰으로 찍은 영상을 TV에서 재생 가능합니다.
 
방음 문제로 빵빵한 돌비 애트모스 사운드를 십분 체험할 수 없는 환경이라면, 에어팟 3세대를 연결해 공간 음향을 만끽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건 애플 기기를 최소 1대 이상 보유하고 있을 때 사용 가능한 기능들입니다. 이미 후발주자가 돼 버린 애플이 이용자들을 끌어오려면, 일단은 오리지널 콘텐츠를 적극 확보하는 것이 먼저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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