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들의 전장에는 소위 ‘스타 파워’ 전략이 선봉장으로 자리한다. 콘텐츠 경쟁력이 OTT 생존 무기라면, 그 무기는 자본으로 만들어지고 그 자본을 안정적으로 끌어오는 건 이미 입증된 경쟁력을 지닌 스타와 제작진. 디즈니+는 조인성, 한효주 그리고 〈킹덤〉의 박인제와 원작자 강풀까지 합공에 나선 〈무빙〉과 강다니엘의 첫 연기 도전작인 〈너와 나의 경찰수업〉을 꺼내 들었다. 국내 오리지널 콘텐츠뿐 아니라 〈겨울왕국〉의 후속 단편 〈올라프가 전해요〉까지 앞세우며 전 연령대를 사로잡겠다는 포부까지. 넷플릭스는 배두나와 공유의 SF 스릴러 〈고요의 바다〉, 유아인과 박정민, 연상호 감독이 의기투합한 미스터리물 〈지옥〉, 하정우와 황정민, 윤종빈 감독이 가세한 〈수리남〉을 출격시킨다. 애플TV+는 이민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파친코〉에 윤여정, 이민호를 앞세워 공을 들이고, 신흥 세력인 쿠팡플레이의 카드는 김수현 주연의 하드코어 〈어느 날〉이다. 웨이브는 임시완, 손현주의 〈트레이서〉, 티빙은 한효주와 박형식의 〈해피니스〉를 무기로 내세운다. OTT사가 대형 스타를 앞세우는 것이 자체 경쟁력을 키울 강력한 무기라고 판단하는 배경은 무엇일까. OTT사들은 특히 동남아시아 권역의 시청자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한류 스타들에게 여전히 환호하고, 화제성과 연기력까지 겸비할 수 있으면 ‘땡큐’로 여긴다. 김종원은 “스타들 역시 OTT 작품에 출연하는 것이 자신의 평판을 높일 수 있는 기회로 해석하니, 이해관계가 잘 맞아떨어질 수밖에 없는 현상”이라고 언급한다.
오랜 기간 배우 전문 매니지먼트사에 몸담아 온 관계자 A씨는 “어떤 시장을 겨냥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오래전부터 한류 콘텐츠에 관심을 가져온 아시아 권역에서는 스타 파워의 영향이 엄청나다. K콘텐츠의 화제성이나 확장성이 이제 물리적·금전적 성과를 내고 있는 시점”이라고 해석했다. 넷플릭스는 한술 더 떠 대형 스타들 사이 〈오징어 게임〉의 박해수, 모델 출신의 정호연, 이유미와 같이 연기력이 검증된 중견이나 신인급도 사이드 전술로 적극 활용한다. 어찌 보면 배우 생태계의 다양성까지 꾀하게 된 상황. A씨는 “제작비가 커진 덕에 장르적 다양성과 작품 퀄리티는 더 높아졌고, 배우라면 누구나 오리지널 콘텐츠를 우선순위로 고려할 수밖에 없다”며 반가움을 표했다. 또 최근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 최다 시청 콘텐츠로 급부상하면서, 출연한 스타 대부분의 SNS 팔로어 수가 곱절로 증가했는데, A씨는 “K콘텐츠의 자부심이 높아진 가운데 〈오징어 게임〉의 성공이 배우들에게 더 큰 동기 부여가 된 듯하다. 마치 신기루처럼 느껴지던 시장이 도전해 볼 만한 곳으로 인식이 바뀌었다”고 덧붙였다. 반드시 톱스타뿐 아니라 신인에게도 엄청난 기회의 영역. 작품 수가 많아졌고, 업계 종사자들도 신선한 얼굴을 발굴해 ‘스타’를 만들겠다는 열망을 건드리는 동력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영화 전문 홍보 마케터 B씨는 “이전에는 극장 개봉작이 배우들의 선택 1순위였다면, 최근엔 OTT가 그 자리를 빼앗았다. 안정성이 보장된다는 점 때문”이라고. 제작비 상승에 힘입어 스타들의 출연료 또한 동반 상승하는 추세. A씨는 “기존 촬영이 3~4개월이 걸렸다면, 지금은 6~8개월씩 걸린다. 제작 기간이 늘어나니 함께 다니는 스태프의 인건비, 교통비, 식대 등 진행비 규모도 몇 배로 커진다. 소속사도 유지 비용이 어느 정도 필요한데, 해가 갈수록 인건비와 사무실 비용, 차량 비용 등에서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으니 배우의 개런티가 상승하는 건 당연한 수순으로 여기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과연 스타와 자본 규모를 내세운 지금과 같은 과열 경쟁이 장기적으로 국내 콘텐츠 시장의 발전에 좋은 영향을 끼친다고 볼 수 있을까. 김 작가는 “제작 산업 자체가 선진화되고,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대우받고 출연할 수 있다는 측면은 긍정적이다. 한국 콘텐츠 브랜드가 글로벌 시장을 확보한다면 제2차, 3차의 후반 산업 영역까지 활성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희망적 전망을 내놓았다. B씨는 “콘텐츠뿐 아니라 마케팅 경쟁도 치열하다. 기존에는 IT기업 마케터들이 내부 인원으로 콘텐츠 홍보를 소화했다면, OTT 플랫폼에서는 영화 콘텐츠 마케팅에 노하우가 있는 영화홍보사로 업무를 외주화하는 흐름”이라며 선순환 구조에 관해 설명하기도. “극장 개봉작의 경우 개봉주 단기간에 승부를 보고 그 결과가 흥행의 성패로 직결된다면, OTT 콘텐츠는 공개된 이후에도 작품을 지속적으로 소개할 수 있고 비교적 흥행이나 성공에 대한 부담이 적으며 빠르게 인지도를 높일 수 있다”고 언급한 점 또한 긍정적이다. A씨는 “그 어느 때보다 스타들이 연기라는 본업의 퀄리티를 높여야 하는 시점이라고 본다. 본업에서 발전이 없으면 오히려 도태되기 쉬운 시장 상황이라 다들 긴장하는 분위기”라고 말을 보탰다.
물론 우려 섞인 목소리도 존재한다. “거대 OTT사가 제작비와 일정량의 수익은 보장하고 있지만, 저작권과 지적재산권(IP)을 독점하는 수익 분배 방식이 우려된다”는 것이 작가의 설명이다. A씨 또한 “환경적으로는 훨씬 좋아진 부분이 분명 존재하지만, 장기적으로 해외 OTT의 자본적 강점 이면의 부작용에 대해서도 미리 예측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콘텐츠 경쟁은 치열해지는 데 비해 국내 스타를 기용할 수 있는 범위는 한정적이어서 몸값 쏠림과 양극화 현상도 이어질 우려가 있다. A씨는 “스타라고 말하는 배우들의 개런티가 솟구치는 가운데 제작사 쪽은 점차 ‘가성비’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해 냉정하게 바라보기 시작한 듯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작품이 잘돼도, 망해도 화제성이 이어지는 기간은 몹시 짧아졌다. 그 누구도 안주할 수 없을 만큼 전체 콘텐츠 시장이 치열해졌으니,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 모두 상당한 각오가 필요하다”고 언급한다. “과열이라고 무작정 불을 끄기보다 열기를 올바른 방향으로 활용하는 것이 국내 콘텐츠 시장을 성장시킬 수 있는 방법”이라는 김종원 작가의 말은 다소 위로가 된다. 냉정하게 말해 소비자이자 시청자 입장에서는 손해 볼 일이 없다. 유능한 스타와 제작진이 한층 커진 판에 제대로 등판해 자본 제약 없이 기량을 뽐내고, 신예들이 재기 발랄함을 뽐내며 성장하는 모습은 제대로 ‘팝콘각’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