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에 있는 시간이 가장 중요해진 요즘

집 안 구석구석이 중요해진 시대다

작은 쿠션 만으로도 공간 분위기가 달라진다
아파트 거실을 아틀리에로 쓰는 어느 화가 집을 방문했을 때 일이다. 실내에 들어서자마자, 작업 중인 여러 그림으로 어지러운 가운데도 마치 엽서 속 풍경처럼 조화로우면서 화사한 느낌이 들었다. 가만히 둘러보니 커다란 거실 창틀이 청록색 샤시였는데 그와 똑같은 색 콘솔이 눈에 잘 띄는 벽 가운데 있었다. “혹시 일부러 청록색 콘솔을 구하신 건가요?” 물었더니 “알아보셨군요. 이 집을 처음 봤을 때 창틀 색이 마음에 들었죠. 저 색을 중심으로 꾸며 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뭔가 통일감을 줄 가구가 필요했는데 만약 발견하지 못한다면 칠할까도 생각했답니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창틀이 인테리어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단 걸 그때 깨달았다.

타일이나 창틀 등 바꿀 수 없으면 마음에 드는 부분에 다른 요소들을 맞추면 된다

감각에 자신이 있다면 과감하게 비비드한 컬러를 선택하는 것도 방법
이탈리아와 프랑스 같은 디자인 강국은 도시부터 시골까지 ‘어쩌면 이렇게 감각적으로 잘 꾸몄지?’ 싶은 집이 많다. 그런데 온갖 골동품과 미술품으로 꾸민 집도 전체적으로 보면 전문 용어로 주조 색, 보조 색, 강조 색 다 합쳐도 세 가지 정도만 쓴 경우가 많다. 색에 대해선 강박적 면모까지 보여 노란 벽돌조에 파란 덧창이 달린 건물이면 입주자 전체가 그에 어울리는 같은 연노랑 커튼을 달고 절대 바꾸지 않는 것 같은 풍경도 흔하다. 베이지가 주조 색, 연회색이 보조 색이면 둘에 잘 어울리는 빨강을 강조 색으로 해 소파와 커튼을 통일하는 식으로 치밀하게 색 사이의 균형을 계산한다. 거기서 자유로울 수 있는 건 화병 속 꽃, 소파 위 여러 쿠션이나 복잡한 그림 정도일 텐데, 완벽을 추구하는 사람은 그마저 어울리는 색으로 맞춰서 배치한다.

베이지-아이보리 계열로 통일감을 주고 레드 카펫과 초록색 식물로 포인트를 준다

커튼과 소파를 맞추는 것은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

러너와 쿠션으로 화려함을 더할 것
홍콩은 세계 1, 2위를 다투는 비싸고 좁은 주택으로 유명하다. 게다가 평면이 네모반듯하지 않은 집이 많아 더욱 좁아 보인다. 그래서 조금이나마 넓어 보이도록 하려는 트릭을 많이 쓰는데 제일 흔한 게 한쪽 벽면 전체를 거울로 마감하는 것이다. 착시효과로 공간이 두 배, 아니 몇 배가 되기도 한다. 일조량이 적어 어두운 집은 창 반대편에 거울을 붙이면 창이 배로 늘고 실제로 더 밝아진다. 벽 전면에 거울을 붙이는 게 부담스러우면 가능한 커다란 거울을 걸거나 놓아도 된다. 벽지는 복잡한 패턴보다 밝고 무늬가 없는 것이 공간을 넓어 보이게 한다.

벽지는 밝은 컬러에 심플한 것으로, 거울을 달아 공간을 화사하게 만드는 것도 팁

이곳저곳 꽉 채워 수납하기 보다는 수납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
한국에 부임한 모 유럽 가구회사 임원의 집 인테리어를 흥미롭게 본 적이 있다. 자사 상품들과 본인의 수집품을 잘 아우른 훌륭한 인테리언데 왜 그리 답답해 보이나 했더니 천장 높이 낮은 전형적인 한국형 집 때문이었다. 우리나라 집들은 천장이 낮기로 유명한데 2.2m부터 2.7m까지 범위는 있지만, 아파트도2.3m가 평균이라고 한다. 물건, 색 모두 많으니 유럽처럼 위라도 빈 공간이 충분해야 하는데 한참 부족하다 보니, 미안한 말이지만 멋진 화물을 잔뜩 쌓아 둔 창고처럼 보였다. 나 역시 멋모르던 학생 때 북유럽산 캐노피 침대를 샀다가 기둥이 천장보다 높아서 기둥을 뽑고 쓴 슬픈 기억이 있다. 천장고를 늘릴 순 없으니 다른 것들이 낮아야 세로 비례가 맞는다. 길게 늘어지는 조명이나 높은 서랍장, 옷장 등을 피하고 가능한 낮은 가구와 소품을 써서 세로 공간을 어느 정도 비워 둔다. 정말 천장고가 낮은 조선시대 좌식에 가깝게 산다고 생각하면 쉽다.

층고가 낮은 집이라면 낮은 가구를 배치해야 공간이 넓어 보인다
정말 멋지게 집을 꾸미는 사람들은 디자이너가 가구 하나하나까지 정해주길 기대하지 않는다. 독수리처럼 활공하다가 딱 맞는 물건이 나타나면 곧바로 낚아챈다. 오래전 읽은 신일숙 작가의 〈사랑의 아테네〉란 순정만화 속엔 여자 주인공 세라가 다마스커스 여행길에 커다란 돌 장식품을 사 남자 주인공 다크가 메고 다니느라 짜증을 내는 장면이 있다. 바로 그렇게, 관조하는 자세로 살아가다가 원하는 소가구나 장식품과 마주하면 과감하게 돌진, 그것을 고대하던 자리에 들이는 것이다. 꼭 파는 물건일 필요도 없다. 유리 티 테이블 아래에 커다란 자연석을 괼 수도 있고, 할머니 유품인 나전칠기 함을 미니 화장대로, 문 닫는 레스토랑에서 버린 철제 스툴을 식탁 의자로 쓸 수도 있는 것이다. 결코 아무거나 주우란 뜻은 아니다. 호더와 재활용의 달인은 한 끗 차이니….

모든 물건이 꼭 디자이너 브랜드 혹은 새 것일 필요는 없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과거엔 전문가만 하던 작업에도 일반 소비자들이 손쉽게 도전할 수 있게 됐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집 시안을 보고 마음에 드는 부분을 우리 집에 적용할 수 있다. 하우즈(바로 가기)는 세계의 인테리어 디자이너, 시공업체가 결과물을 올리는 웹사이트다. 15개국을 넘나들 수 있어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넘치는 감각은 프랑스와 이탈리아, 스페인, 한국과 비슷한 환경을 찾으려면 싱가포르, 일본, 덴마크를 추천. 아파트먼트테라피(바로 가기)는 세계의 실제 거주자가 집 구경을 시켜주는 콘텐츠 위주 매체, 인테리어 팁도 충실하며 유튜브 채널도 있다. 소형 아파트, 원룸도 많아서 싱글족에게도 유용하다. 호미파이(바로 가기)는 원하는 인테리어 공사 전문가를 매칭시켜주는 사이트인데 훌륭한 매체로서의 역할과 무료 설계까지 해준다. 영감을 얻을 수 있는 사진들이 공간별로 정리돼 있다. 직접 3D 렌더링을 할 수 있는 모바일 앱도 많다. 홈디자인 3D(Home Design 3D), 룸스(Rooms), 아미카사(Amikasa), 룸크리에이터(Room Creator) 모두 공간 사이즈를 넣고 색과 자재, 가구를 바꿔가며 어떤 느낌이 될지 시행착오를 미리 겪을 수 있게 해준다.

비전문가도 앱으로 손쉽게 가상 공간을 그려볼 수 있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