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 시대, 온라인으로 옷 잘 사는 법_선배's 어드바이스 #19 || 엘르코리아 (ELLE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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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택트 시대, 온라인으로 옷 잘 사는 법_선배's 어드바이스 #19

오늘도 잘못 산 옷 반품할 걱정인가? 누구나 하지만 잘한다고 안심하긴 어려운 온라인 패션 쇼핑, 그 내공을 높이는 기술.

권민지 BY 권민지 2020.06.29
운 좋게도 주위에 “정말 멋쟁이……”란 감탄이 절로 터져 나오는 여사님이 계시다. 옷장이 현대 패션사 그 자체고 ‘어떻게 저런 매치를 생각해 내셨지?’ 싶게 남들과 확실히 다르면서도 TPO에 잘 맞고, 일부러 차려입은 티는 나지 않는다. 라인 스톤 묵직한 케네스 제이 레인 풍 코스튬 주얼리 팔찌를 어디에 해야 할까 고민하는 나에게 “흰 티셔츠와 청바지에 모자, 다른 건 아무것도 하지 말고……”처럼 생각하지 못한 명답을 주시곤 한다. 하지만 그런 분이 도저히 못 하시겠다는 게 온라인 쇼핑이다.
 
“어떻게 옷을 느껴보지도 않고 사니? 만져보고 입어 봐야지……”가 이유인데 맞는 말씀이다. 사실 사진, 동영상은 질감도, 핏도, 색감도, 아무것도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는다. 사람들이 사는 건 상상한 이미지일 뿐……. 옷 한 벌 사려면 최소 열 벌은 거친 후에야 ‘100% 내 옷’임을 결정하는 그분에게 온라인 쇼핑이란 얼토당토않은 사기극일 수 있다.
 
늘 해왔으면서도 자꾸만 실패하게 되는 온라인 쇼핑! 사진/ Charles Deluvio on Unsplash

늘 해왔으면서도 자꾸만 실패하게 되는 온라인 쇼핑! 사진/ Charles Deluvio on Unsplash

하지만 우리 범인 대부분은 이미 온라인으로 옷을 사 왔다. 일상의 일부이자 흔한 취미생활이기도 하다. 온라인 쇼핑이 처음 등장했을 때 회의적이던 럭셔리 브랜드들조차 온라인 패션쇼와 광고, 소셜미디어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LVMH 같은 경우 자체 온라인 쇼핑몰 ‘24세브르(24s.com)’를 운영 중이며 쇼핑몰 검색 사이트 ‘리스트(LYST.COM)’에도 거액을 투자했다. 프라다, 카르티에에 이어 에르메스까지 얼마 전 국내 공식 온라인 쇼핑몰을 론칭했다. 어디에 붙어 있는지도 모를 세계 편집매장들도 파페치(farfetch.com)를 통해 쉽게 들를 수 있다.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 카타니아에 갔을 때, 내가 종종 상품을 주문하던 편집매장이 골목 안쪽에 실존하는 걸 보고 ‘우와! 진짜 있었네?’ 하는 이상한 반가움을 느낀 기억이 난다. 온라인 쇼핑이 아니었으면 연이 닿지 않았을 곳이다.
 
럭셔리 브랜드와 세계 곳곳의 편집매장들도 온라인으로 만나볼 수 있는 시대다. 사진/ 이선배럭셔리 브랜드와 세계 곳곳의 편집매장들도 온라인으로 만나볼 수 있는 시대다. 사진/ 이선배럭셔리 브랜드와 세계 곳곳의 편집매장들도 온라인으로 만나볼 수 있는 시대다. 사진/ 이선배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이 중요해지기까지 했으니, 이제 온라인 쇼핑은 거스를 수 없는 운명인 것이다. 이 때문에 소비자는 즐거움뿐 아니라 여러 골칫거리 역시 떠안게 됐다. 일단 소재의 하향 평준화는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문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름만으로 좋은 품질을 담보했던 브랜드가 온라인이 주요 판매 채널이 되면서 소재에서부터 원가를 절감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전과 가격은 비슷해도 훨씬 싼 소재를 쓴다는 것. 예전 같으면 100% 실크였을 블라우스가 비스코스(레이온의 일종)도 아닌 폴리에스테르 100%, 캐시미어까지는 아니어도 메리노울 100%일 법한 스웨터가 울은 10%로 생색만 내고 몽땅 아크릴로 나온다. 소재가 나쁜 옷은 단지 보기에 아름답지 않은 것을 떠나 보온력이 떨어지거나 드레이프(자연스럽게 늘어지는 성질)가 제대로 생기지 않는 등 온라인에서 확인할 수 없는 단점을 곧 드러낸다. 특수한 기능성 의류가 아닌 한 캐시미어, 메리노울, 실크, 피마코튼 등 좋은 천연 소재를 많이 쓰고 최대한 구체적으로 종류를 묘사한 게 좋은 옷일 확률이 높다.
 
 세계의 편집 매장이 상품을 내놓는 파페치. 새로이 론칭된 브랜드와 다음 계절 컬렉션도 둘러볼 수 있다. 사진/ 파페치 웹사이트

세계의 편집 매장이 상품을 내놓는 파페치. 새로이 론칭된 브랜드와 다음 계절 컬렉션도 둘러볼 수 있다. 사진/ 파페치 웹사이트

툭하면 불거지는 사이즈 문제는 자기에게 안 맞는 옷, 쇼핑몰을 배척함으로써 조금이나마 개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프리 사이즈’라고 나오는 사실상 단일 사이즈 옷은 우연히도 크기, 핏 모두 맞는 사람을 만나기 전엔 절대다수에게 안 맞는다. 국내 쇼핑몰 옷들이 점점 작아진다며 아이처럼 작고 말라야만 어울린다고 불평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 작은 사람인 나도 안 어울린다. 적어도 더 돋보이게 해주는 핏은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라 프리 사이즈는 오래전 고려 대상에서 빼 버렸다.
 
'프리 사이즈'란 쉬운 방법 대신 실측 사이즈를 꼼꼼히 체크할 것. 사진/ patricia serna on Unsplash

'프리 사이즈'란 쉬운 방법 대신 실측 사이즈를 꼼꼼히 체크할 것. 사진/ patricia serna on Unsplash

당연히 다양한 사이즈를 내놓는 브랜드일수록 더 훌륭한 스타일을 보장한다. 외국 브랜드면 크기 외에 프티트(Petit)와 톨(Tall), 커비(Curvy) 등 체형까지 고려하는 브랜드가 더 좋다. 물론 옷에 표기된 사이즈가 본인 사이즈라 생각하더라도, 실측 사이즈(신체와 옷)를 비교하는 게 훨씬 정확하다. 또, 사이즈는 같은 시스템을 쓴다고 해도 브랜드마다 기본으로 하는 체형이 다르다. 어떤 브랜드는 유난히 마르고 밋밋해야 잘 어울린다. 다른 브랜드는 키는 조금 작더라도 올록볼록하다 할 만큼 들어갈 데 들어가고 나올 데 나온 체형을 기준으로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웬만한 브랜드 옷을 다 입어보고 경험치를 쌓아 올리는 것이지만, 어렵다면 신체 치수를 밝힌 모델이 입었을 때 어떤 느낌인지를 본다. 20주년을 맞은 네타포르테(Netaporter.com)는 모델의 각 신체 부위 사이즈와 모든 옷을 실측한 사이즈 표를 제공한다. 키가 180cm인 모델에게 발목까지 오는 바지라면 160cm인 사람은 근 20cm를 잘라야 한단 얘기다. 모델한테 10cm 이상 짧다 싶어야 하이힐과 함께 입든 말든 고려라도 할 수 있다. 신체 사이즈, 체형이 나와 비슷한 모델에게 잘 어울리는 옷이 나에게도 잘 어울릴 확률이 높다. 반대인 사람의 단점을 부각시키는 옷 역시 그렇다. 그렇게 해서 성공 경험이 쌓인 브랜드를 자신의 영역에 들이고 집중적으로 사면 된다.
 
기민하게 한국어 인터페이스를 제공해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는 매치스패션. 세일을 잘 노리면 럭셔리 브랜드도 SPA 브랜드 가격에 살 수 있다. 사진/ 매치스패션 웹사이트

기민하게 한국어 인터페이스를 제공해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는 매치스패션. 세일을 잘 노리면 럭셔리 브랜드도 SPA 브랜드 가격에 살 수 있다. 사진/ 매치스패션 웹사이트

봉제 역시 소재에 따라, 재봉사의 기술에 따라 원가를 결정하는 요소. 좋은 옷은 봉제도 꼼꼼하고 튼튼한데 온라인 쇼핑몰에선 가장 잘 나온 옷을 실밥 등까지 깔끔하게 정리해 샘플로 촬영한다. 사진을 최대한 확대해서 밑단, 단추 구멍, 칼라 끝, 잔주름 등 세부 봉제와 흐물흐물 늘어지지 않고 탄탄한 실인지, 천을 이었으면 무늬가 딱 맞는지를 확인한다. 내가 받을 옷은 그보다도 못할 확률이 높다.
 
사진을 최대한 확대해 세부 봉제를 철저히 확인하자. 사진/ DEVN on Unsplash

사진을 최대한 확대해 세부 봉제를 철저히 확인하자. 사진/ DEVN on Unsplash

디자이너 이브 생로랑은 “블랙에는 무수히 많은 색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언뜻 한 가지일 것 같은 블랙에도 다양한 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하물며 화면으로 보면 색은 대충 파악하더라도 톤을 정확히 알아보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오렌지, 살구색 등 웜 톤인 게 확실한 색 말고 민트처럼 애매한 색이 특히 그런데, 저가일수록 의도치 않은 누르스름한 기가 돌아 웜 톤일 확률이 높다고 보면 된다. 민트, 스카이 블루, 핑크, 체리 등을 깨끗한 쿨 톤으로 뽑으려면 원단과 염색 기술도 어느 정도 좋고, 끝까지 신경을 쓴 옷이어야 한다.
 
온라인 화면으로 색을 파악하는 건 쉽지만 톤을 정확히 알아보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사진/ Mel Poole on Unsplash

온라인 화면으로 색을 파악하는 건 쉽지만 톤을 정확히 알아보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사진/ Mel Poole on Unsplash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고려하는 쇼핑 요소, 가격은 사실 품질의 절댓값이 아니다. 특히 온라인 쇼핑몰에선 같은 옷도 가격이 최대 열 배까지 왔다 갔다 한다. 제철을 맞았거나 예측한 유행에 딱 맞아떨어졌고 회사 자금에 여유가 있으면 정가에, 즉 비싸게 판다. 반대 경우에다 재고를 꼭 털어내야 할 땐 세일 폭이 최대로 커진다. 유행 안 타는 디자인에 질 좋은 겨울 외투를 산다면 겨울 끝날 즈음, 또는 여름철 육스(Yoox.com)나 더아웃넷(Theoutnet.com) 같은 아울렛 사이트가 가장 싸다. 하지만 어딘가 인기 없을 만한 허점이 있어서 1~2년 이상 악성 재고로 남은 모델일 수도 있으니 까다로운 안목이 필요하다. 만약 그 허점이 ‘딱 하나 남은 사이즈’처럼 품질, 디자인과 무관한 것이면 온라인 쇼핑몰은 손해를 보고서라도 처리하려 하기 때문에 최저가로 살 수 있다. 하지만 ‘교환, 환불 불가’ 조건이 붙었는지 확인할 것. 핏이나 디자인이 난해해서 쉽게 소화하기 어려운데 외국 쇼핑몰이고 교환, 환불까지 안 되는 조건이면 리스크가 너무 크다. 배달받는 시점에 이미 쇼핑몰 측이나 배송사측 잘못으로 파손된 상품이 확실하다면 교환, 환불이 가능하니, 증거로 개봉하는 동영상을 찍어 두는 것도 좋다.
 
네타포르테의 아울렛 사이트, 더 아웃넷. 파격가에 품질 좋고 유행 안 타는 상품을 고를 수 있다. 세일도 빨리 들어간다. 사진/ 더 아웃넷 웹사이트

네타포르테의 아울렛 사이트, 더 아웃넷. 파격가에 품질 좋고 유행 안 타는 상품을 고를 수 있다. 세일도 빨리 들어간다. 사진/ 더 아웃넷 웹사이트

온라인 쇼핑은 무도를 닦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사소한 쇼핑 경험이 쌓여 내공이 올라가고 더 좋은 조건에 사게 된다. 그렇게 패션은 가더라도, 스타일은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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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글 이선배
    사진 이선배/ 언스플래시/ 각 브랜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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