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Y

제모의 딜레마! 털,털,털을 어떻게 할 것인가?_선배's 어드바이스 #17

푹푹 찌는 폭염의 계절이다. 짧은 옷을 입을 때도, 수영장 갈 때도 털이 문제. 이 달갑지 않은 소꿉친구를 없애버릴 것인가? 받아들일 것인가?

BY권민지2020.06.15
덥거나 습한 나날, 수영장에 안 가더라도 팔, 다리 중 어딘가는 내놓아야 할 계절이 닥쳐왔다. 카메라에 일거수일투족이 포착되는 케이팝 아이돌은 언젠가부터 남녀 막론 팔다리 제모를 한다. 언제까지나 네버랜드에 사는 아이들처럼 ‘겨털’이나 다리털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 같다. 모낭의 흔적마저 안 보이는 겨드랑이를 팬들은 ‘클겨’라며 좋아하기도 한다. 반면 서양에선 ‘Body hair love’라는 자기 그대로를 인정하자는 운동이 벌어져 겨드랑이, 팔다리 털을 드러내고 찍은 사진에 해시태그로 붙이기도 한다.
 
'Long Hair... Don't care' 이라는 코멘트와 함께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에 사진을 포스팅한 마돈나. 사진/ 인스타그램 @madonna

'Long Hair... Don't care' 이라는 코멘트와 함께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에 사진을 포스팅한 마돈나. 사진/ 인스타그램 @madonna

사실 그 장면이 그리 어색하지 않은 것이, 내가 어릴 때 부모님 세대는 민소매, 반바지를 안 입었으면 안 입었지 여름에도 제모를 잘 하지 않았다. 여름에 팔을 들면 성인들은 겨드랑이에 털이 있는 게 당연했고, 심지어 여자 팔에 털이 가지런히 나 있으면 “털 많으면 미인이래.”라며 칭찬하는 사람마저 있었다. 그러던 게 1990년대부터 면도기, 제모기 등 판촉과 함께 여자만 제모를 하는 문화로 바뀌었다. 그 시절이 떠오르게 한 건 몇 년 전 곱게 화장을 하고 머리를 공들여 만 어느 중국인 관광객 아가씨였다. 남자친구인 듯한 사람과 관광을 다니다가 팔을 들었는데 수북하게 털이 나 있는 걸 발견한 순간. 지금은 중국도 서양 문화 영향으로 제모를 많이 하지만 긴 역사 동안 제모를 안 한 몸이 사회적으로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영화 〈색계〉 속 탕웨이가 겨드랑이털을 드러내도 양조위 포함 누구 하나 제모를 외치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사실 서양도 고대 이집트 시대 성직자들이 온몸의 털을 제모했다고 알려졌을 뿐 1970년대까지는 남녀 모두 털을 자연스럽게 드러낸 모습을 당시 영화에서 종종 볼 수 있다. 프랑스를 위시한 유럽이 유독 그랬다. 북미, 특히 핀업 걸이 잡지와 신문 표지를 장식한 미국에서 훨씬 빨리, 최근 몇십 년간 여자의 제모가 매너인 것처럼 크게 히트한 것이다.
 
눈썹 왁싱을 하지 않은 당당함으로 유명한 모델 소피아 하지판텔리. 사진/ 인스타그램 @sophiahadjipanteli

눈썹 왁싱을 하지 않은 당당함으로 유명한 모델 소피아 하지판텔리. 사진/ 인스타그램 @sophiahadjipanteli

남자의 제모 유행은 훨씬 늦게 닥쳐왔다. 감수성 예민했던 십 대 때 수영장에서 만난 한 아저씨가 아직도 기억에 남았다. 털이 별로 없는 우리 집안 남자들과 달리 배꼽 위아래, 허벅지와 다리에 빽빽이 털이 나 있던 어느 아저씨, 당시엔 삼각 수영 팬티가 유행이어서 물에 젖으니 중요 부위 형태(?)마저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민망해서 그 아저씨를 피해 다니다가 순간 ‘아니 모양도 보이고 털도 보이면 수영복은 왜 입은 거야? 하나는 안 보여야 되는 거 아니야?’란 생각이 들었다.
 
2008년 남성 왁싱 붐을 일으킨 데이빗 베컴의 엠포리오 아르마니 광고. 사진/ JTBC Plus 자료실

2008년 남성 왁싱 붐을 일으킨 데이빗 베컴의 엠포리오 아르마니 광고. 사진/ JTBC Plus 자료실

남자 제모 역사상 가장 괄목할 만한 변화는 2008년에 일어났다. 엠포리오 아르마니 남성 속옷 광고에 등장한 축구 스타 데이비드 베컴의 몸에 털이 한 올도 없었던 것이다. 극동 아시아인에겐 그리 어색하지 않은 이 장면이 서양인에겐 센세이션을 안겼다. 으레 털로 뒤덮여 있을 거라 생각한 남자 중의 남자, 베컴이 마치 물개처럼 미끈한 몸을 나른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백인, 흑인 남자 중 털이 많은 사람은 팔다리, 가슴과 배꼽 아래뿐 아니라 어깨, 등, 목에까지 빽빽하게 털이 나 진화론을 든든히 뒷받침하는 게 보통이다. 다행히도 동양인, 특히 한민족은 유전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털이 적은 사람들이다.
 
영화 〈40살까지 못해본 남자〉 스틸 중

영화 〈40살까지 못해본 남자〉 스틸 중

‘메트로섹슈얼’이란 말을 퍼뜨렸을 만큼 미에 관심 많은 베컴은 평소 전신 왁싱을 받았으며 특히 ‘Back, sack and crack’이라는, 즉 등, 성기, 엉덩이골을 제모하는 ‘보이질리언(Boyzilian)’ 상품을 애용하는 걸로 밝혀졌고 남성들이 왁싱 숍으로 몰려드는 기폭제가 되어주었다. 지금은 많은 남자가 주기적으로 전신 왁싱을 받는다. 민망한 자세와 극한의 고통을 참고 가장 내밀한 곳까지 타인에게 맡기는 이유는 태초의 자신으로 돌아간 듯 몸이 가벼워지기 때문이라고….
 
여자도 마찬가지다. 성기 주위 모든 털을 없애는 브라질리언 왁싱을 이십 년 가까이 받아온 어느 아이 엄마는 왁싱 후 아무것도 없이 매끈해지는 피부가 너무 시원하고 깔끔해서 이제는 안 하고 살 수가 없다며 성적 매력 발산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털이 많이 나는 곳은 대개 살이 접히는 곳이라 마찰을 줄이거나 땀을 흡수했다가 특유의 냄새를 퍼뜨려 이성의 흥미를 끌기 위해서로 추정된다. 하지만 그 정도로 생명을 건 육체적 활동을 잘 하지 않는 현대사회에선 여름에 땀이 차 피부 트러블까지 유발하는 천덕꾸러기가 돼 버렸다. 냄새는 이성의 흥미를 부르긴커녕 천 리 밖으로 내쫓는다. 서양에선 성기 왁싱이 보편화되면서 음모에 기생하는 끔찍한 존재, 사면발니가 거의 사라졌다는 연구도 있었다.
 
JTBC Plus 자료실

JTBC Plus 자료실

하지만 왁싱을 포함한 제모는 사실 피부 자체엔 좋지 않다. 왁싱은 털을 뿌리째 뽑으며 모낭을 손상시키는 건 물론이고 피부의 최전방인 각질층까지 몽땅 파괴한다. 면도와 제모 크림 역시 그보다 덜하지만, 각질층을 털과 함께 없애버려 쉽게 피부가 건조해지고 거칠어진다. 모낭 자체를 파괴하는 레이저 제모는 털과 피부색 밝기 차이가 커야 잘 작동해서 피부색이 어두운 사람에겐 위험하며 때로는 몇 번을 해도 영구적으로 털이 없어지지 않기도 한다. 왁싱은 집에서 하더라도 일단 전문가에게 몇 번 받아봐서 아프지 않고 피부 손상을 최소화하는 법을 배운 후 하는 게 좋다. 특히 왁스를 뗀 땐 털이 나는 방향으로 당겨야 털 주위 피부가 찢어지지 않는다. 면도는 샤워할 때 거품이나 면도 크림을 충분히 바르고서 역시 털이 나는 방향으로 하고 제모 크림은 먼저 패치 테스트를 해 알레르기가 없는지 확인하고 제모 중에도 피부가 따가우면 즉시 헹궈야 한다.
 
왁스는 가장 깔끔하게 제모할 수 있는 도구지만 숙련자가 해야 피부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 뭄 by 아이허브

왁스는 가장 깔끔하게 제모할 수 있는 도구지만 숙련자가 해야 피부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 뭄 by 아이허브

논란의 중심에 서버린 제모, 미용을 중시하고 털이 냄새, 피부 트러블 등을 부르는 등 문제가 있으면 제모가 유리하고, 자신의 몸에 당당해지고 싶고 털의 양과 청결에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내버려 둬도 괜찮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제모에 빠져 보지 않은 남자들은 베컴이나 아이돌 수준으로 깔끔해져 보는 게 좋을 것 같다. 한 번 일제히 없애 봐야 긍정을 하든 말든 할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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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글 이선배
  • 사진 각 인스타그램/ JTBC Plus 자료실/ 각 브랜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