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곰팡이의 습격을 받았다. 하얗던 침실 천장이 칙칙해지는 것 같더니 순식간에 악마의 문양처럼 곰팡이가 피어 버린 것이다. 내가 사는 홍콩은 요즘 습도가 95%에 달하는 소규모 우기인데, 코로나 19로 집에 오래 머물며 자연 환기한다고 창문을 자주 열었더니 일이 터져 버렸다. 참고로 다른 사람들은 연중 삼 계절 에어컨을 틀며 창은 거의 열지 않는다. 건축하는 사람에게 물어보니
“창문을 열더라도 에어컨을 끄고 바깥 기온과 같아진 다음 열어야 돼. 바로 열면 덥고 습한 공기가 들이닥치면서 차가운 벽에 물기가 맺혀. 그게 계속되면 곰팡이가 피는 거고…….” 라고 했다. 이 정도로 습한 계절에 오래 집에 있어 보지 않아 몰랐던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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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우려하다시피 세계 기상이 계속 심상치 않다. 유럽의 젖줄인 라인 강 수위가 20여 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낮아져 물류, 산업마저 차질을 빚고 있다고 한다. 아시아 곳곳에선 벌써부터 폭우와 홍수가 말썽이다. 중국 여덟 개 성, 쉰두 개 강이 범람했다. 다가올 본격 장마철, 태풍철은 얼마나 엄청날지 두려워진다.
제습기를욕실이나 옷장처럼 좁은 공간에서 쓰면 순식간에 보송해진다
대비하려면 바로 지금이다. 정작 거대한 습기가 밀어닥친 후엔 많은 걸 잃게 될 것이다. 장마 하면 오랜 세월 마케팅 덕에 ‘물먹는 하마’를 위시한 제습제부터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그것만 사 두면 오스만군의 공격을 맞닥뜨린 콘스탄티노플이 철옹성을 믿은 것처럼, 만반의 준비를 한 듯 착각하기 쉽다. 제습제는 에어컨과 제습기가 못 빨아들인 옷 사이사이 등의 구석진 곳 습기를 용기 용량 이하까지만 빨아들인다. 즉, 하룻밤에 물이 10리터씩 나올 실내에서 500mL 짜리 제습제는 터무니없이 역부족이니, 국소 제습용이라고 생각해 두는 게 맞다. 에어컨과 제습기의 제습 성능에 차이가 없고 작은 공간에선 전기도 비슷하게 든다는 얘기가 있는데 에어컨이 집안 일부에만 설치돼 있거나 욕실, 드레스 룸 등에 유난히 습기가 잘 차는 집은 제습기가 효과적이다. 욕실이나 드레스 룸의 문, 창문을 완전히 닫고 반나절만 제습기를 가동해도 완벽하게 보송한 상태로 바꿀 수 있다. 습기를 만만하게 봤다가 실크 드레스며 가죽 가방에 온통 녹차 케이크 같은 고운 곰팡이 층이 생겨 절규한 필자가 털어놓는 경험담이니 믿어도 좋다.
락스와 세제가적절히 조합돼 곰팡이 제거에 최적화된 LG 생건 홈스타 뿌리는 곰팡이 싹 그리고 타일 청소에 제격인 홈스타 바르기만 하면 곰팡이 싹
멀쩡하던 욕실에도 장마철엔 곰팡이가 피기 쉬운데 서양처럼 평소 바닥이 젖지 않게 유지하면 막는 데 도움이 된다. 욕조나 샤워 공간에 샤워 커튼, 유리 벽 등을 설치하고 그 안과 세면대에서만 물을 쓰는 것. 또 사용 후에는 재빨리 걸레나 티슈로 물기를 닦는다.
이미 곰팡이가 펴 버렸다면 락스가 가장 확실하다. 뿌리거나 바르는 욕실 곰팡이 전용 세제에 이미 락스 성분이 들어 있다. 마른 상태에서 곰팡이에 바르고 1~2시간 후 표백이 되면 문지르며 씻어낸다. 물론 환기는 철저히 해야 건강을 해치지 않는다.
장마철에 쓸세제를 고를 때 확인해야 할 ‘실내 건조용’ 표기
빨래도 달라져야 한다.
화장품에서 유행하던 ‘유해성분 OO 가지를 뺀’ 마케팅이 세제로 옮겨가 보존제, 즉 항균 성분마저 없는 세제, 섬유유연제들이 나오는데 그런 걸 장마철에 썼다간 말리는 동안 세균이 번식해 냄새가 날 수 있다. 보통 ‘실내 건조용’으로 나오는 게 항균 성분이 많이 들었고, ‘장마철’, ‘냄새’ 등을 강조한 제품도 그렇다. 또, ‘100% 천연’을 강조한 섬유유연제 중 코코넛오일 같은 식물성 유지가 주원료인 것들은 습한 환경에선 세균의 먹이가 되니 피할 것. 장마철에 적합한 세제, 섬유유연제를 쓰고 면, 마는 60도 이상으로 빨고, 건조기로 재빨리 말리면 확실하다. 건조기가 없으면 최대한 탈수를 하고 에어컨이나 제습기 근처에서 말릴 것.
건조기가 없는 경우 에어컨이나 제습기 근처에서 말리는 것도 방법. 13평 공간에 적합한 1일 제습 능력 10리터인 제습기 위닉스 DXAE100-JWK
세탁기 자체도 세균과 곰팡이의 온상이다. ‘주말엔 제발 침구를 빨자’ 편
(자세히 보기)에 썼지만, 평소 세제와 섬유유연제를 과하게 쓰고 문을 닫아 둔 세탁조 뒷면엔 시커먼 곰팡이 덩어리가 서식할 것이다. 냄새까지 난다면 100%.
제일 좋은 방법은 전문 청소 인력을 불러 고온 스팀 세척을 하는 건데 비용이 아깝다면 염소계 표백제(락스)가 주성분인 세탁조 청소 전용 세제가 산소계 표백제(옥시크린) 계열보다 낫다. 또, 60도 이상 삶아 빨기를 수시로 선택하면 세탁조도 살균이 된다. 물론 그다음에도 꾸준히 관리를 잘해야 청결한 상태가 유지된다.
수세미는 물에 젖은 상태에서 전자레인지에 30초간 돌리거나 락스 희석액에 담가두어도 좋다. Volodymyr Hryshchenko on Unsplash
장마철엔 배탈이 자주 난다는 사람, 부엌에 세균이 가득해서일 수 있다.
도마와 칼, 냉장고, 수세미가 요주의 대상인데 날생선, 고기와 기타 식품에 쓰는 칼, 조리도구는 아예 따로 쓰고, 사용 후 매번 살균하는 습관을 들이자. 물에 락스를 정해진 농도대로 희석해 플라스틱 도마, 도자기 그릇, 행주 등을 담가 둬 살균하고 칼, 나무 도마처럼 금속이나 나무 소재엔 알코올 성분 살균제를 뿌리면 된다. 알고 나면 쓰기조차 꺼려지는 온갖 세균의 원흉, 수세미는 물에 젖은 상태에서 전자레인지에 30초간 돌리면 어느 정도는 살균이 되며(화재 위험이 있으니 잘 보고 있어야 함) 락스 희석액에 담가도 된다. 손 설거지 후엔 최대한 그릇과 컵, 행주 등이 공기 중에서 빨리 마를 수 있도록 배치해 건조할 것. 겹쳐 두거나 비틀어 짠 상태로 두면 금세 세균이 번식한다.
설거지 후엔 그릇, 도마, 칼, 행주 등을 최대한 겹치지 않게 두고 공기 중에서 잘 말릴 것. Dinh Ng on Unsplash
한편, 전기안전공사가 배포한 장마철 전기 안전 수칙이란 게 있다. 습도가 매우 높은 환경에선 평소보다 전도율이 20배 높아져 누전될 확률도 높아진다고… 불편할 뿐 아니라 사람이 감전돼 치명적 부상을 입거나 죽을 확률도 높다는 건데 바로 지금, 누전 차단기를 점검하고 없으면 설치하며, 에어컨 실외기 주위를 청소하고 벽에서 10cm 이상 떨어졌는지 확인하는 것으로 막을 수 있다. 침수 땐 즉시 분전함 차단기를 내리고 침수된 가전제품이나 전기 설비에서 떨어지고, 준비해 둔 랜턴이나 촛불 등을 쓰는 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개인적 관찰로는 근방에 강, 개천이 있거나 옛 동네 이름에 물 수 水자, 내 천 川자가 들어가고 지난 십 년 이내에 홍수 이력이 있는 지역에선 각별히 장마철, 태풍철을 조심해야 한다. 순식간에 물이 들이닥칠 수 있으니 웬만한 전기 기구는 높은 곳에 두고 만에 하나 물이 들이닥칠 때 막을 수 있는 모래 자루, 비상 탈출구 등을 봐 두고, 상습 침수 지역이면 양수 펌프, 고무보트까지도 준비해 두는 게 좋다는 생각이다. 아무쪼록 점점 더 험악해지는 자연의 복수 속에 건강하고 안전한 여름을 보내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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