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패션 에디터의 방구석 쇼핑기

가상세계에 세워진 쇼핑 공간. 물리적 한계를 뛰어넘는 랜선 부티크에 접속해 봤다.

BYELLE2021.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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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RTUAL 

Store

 

Fendi 

온라인 몰과 연동된 펜디 VR 스토어 온라인 몰과 연동된 펜디 VR 스토어

Eenk 

‘호텔 섬웨어’의 가상세계로 우리를 초대한 EENK의 2021 S/S 컬렉션.‘호텔 섬웨어’의 가상세계로 우리를 초대한 EENK의 2021 S/S 컬렉션.
 
우리는 지금, 디지털 지구에 살고 있는가? 세상이 ‘디지털화’를 멈추지 않고 더 넓게, 더 빠르게 나아가고 있고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혼합현실(MR)의 성장으로 4차 산업혁명의 세계는 무한대로 확장 중이다. 그 가운데 올해 키워드로 ‘메타버스’가 떠올랐다. 추상을 뜻하는 메타(Meta)와 현실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3차원의 가상세계를 향한 뉴 플랫폼. 이렇게 창조된 세상에서 나를 대변하는 아바타로 게임도 즐기고 재화와 서비스를 교환하는 등 경제활동도 가능하며, 사람들과 미팅도 할 수 있다. ‘로블록스’와 ‘제페토’가 메타버스 기반의 대표적 가상세계라 할 수 있겠다. 특히 로블록스는 미국 10대 사이에서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모바일 게임으로 거리 두기가 필요 없는 가상에서 아바타로 구현된 개인을 통해 서로 소통하며 관계를 쌓는다. 유튜브와 넷플릭스를 밀어낼 만한 엄청난 저력의 플랫폼으로 급성장하는 가운데 말이다. 전 세계 2억 명을 홀린 제페토의 글로벌 영향력도 강력하다. 크리스찬 루부탱이 2021 S/S 컬렉션을 제페토를 통해 선보이고, 구찌가 협업의 손을 내밀었으며, 블랙핑크가 제페토 아바타가 돼 가상 팬 사인회를 열 정도니까. 현실의 ‘나’가 가상의 ‘나’가 되고, 가상의 ‘나’가 현실의 ‘나’가 될 수 있는 시대.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뛰어넘는 상호작용이 이토록 활발했던 적이 있었던가.
 

Prada 

021 S/S 시즌부터 컬렉션 발표 후 다양한 각도에서 의상을 다시 볼 수 있도록 버추얼 리시(Re-See)를 선보이고 있는 프라다. 021 S/S 시즌부터 컬렉션 발표 후 다양한 각도에서 의상을 다시 볼 수 있도록 버추얼 리시(Re-See)를 선보이고 있는 프라다. 폰다지오네 프라다의 바 루체로 순간 이동한 듯한 경험을 선사하는 ‘프라다 버추얼 리얼리티’ 프로젝트.

Dolce&Gabbana 

돌체 앤 가바나의 VR 부티크를 이용하면 클릭만으로 파리에 있는 돌체 앤 가바나 매장에 접속할 수 있다.

돌체 앤 가바나의 VR 부티크를 이용하면 클릭만으로 파리에 있는 돌체 앤 가바나 매장에 접속할 수 있다.

Massimo Dutti

마시모 두띠 앱에서 새롭게 선보인 ‘슈즈 익스피리언스(Shoes Experience)’ 서비스. 증강 현실을 통해 신발을 착용해 볼 수 있다.

마시모 두띠 앱에서 새롭게 선보인 ‘슈즈 익스피리언스(Shoes Experience)’ 서비스. 증강 현실을 통해 신발을 착용해 볼 수 있다.

 
놀랄 만한 혁명 속에 패션계는 VR 패션 스토어를 통해 가상세계로 우리를 초대한다. 사무실 컴퓨터 앞에 앉아서, 퇴근길 버스에서 스마트폰을 들고, 내 방 침대에 누워 진짜 같은 가상세계에 들어가 패션을 즐길 수 있는 새로운 ‘언택트 집콕 쇼핑’을 제공하는 것. 그중 펜디 VR 부티크에 접속해 보았다. 갤러리아백화점의 매장 내부를 그대로 옮겨 놓았을 뿐 아니라 매장 인근에 자리한 다른 매장과 에스컬레이터 등 백화점을 둘러봤을 때 눈에 보이는 주변 환경까지 복사돼 있어 내가 실제로 매장에 서 있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마우스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VR 부티크를 구경하던 중 디스플레이된 피카부 백을 클릭해 보았다. 가방의 고해상 이미지가 떠오르고 ‘구매하기’ 버튼을 누르자 온라인 몰로 연동됐다. 제품 컬러와 소재, 사이즈 등 상세 정보를 확인한 뒤, 원하는 제품을 장바구니에 담을 수 있는 이 모든 과정은 손가락 몇 번만 움직이면 구매까지 가능한 ‘원 스톱 쇼핑’이다. 물론 매장에 방문했을 때만 오롯이 경험할 수 있는 친절한 서비스를 누릴 수는 없지만 물리적 제약 없이 가상에서 현실감을 만끽하며 쇼핑을 즐기는 건 VR 스토어만의 강점이다. 온라인 쇼핑의 편리함보다 오프라인에서 누리는 체험에 더 큰 가치를 두는 나 같은 사람조차 VR 부티크 속에 펼쳐진 세계는 그야말로 신세계였고 새로운 놀이를 발견한 것처럼 이색적이고 흥미로웠다. 내 몸은 회사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데 마치 또 다른 자아가 순식간에 공간이동해서 백화점에서 쇼핑하고 있다는 착각! 게다가 현실처럼 리얼한 가상세계라니! 최근 돌체 앤 가바나도 지속되는 팬데믹 속에 언택트로 가능한 VR 스토어를 선보이며 쇼핑 플랫폼을 확장시켰다. 파리의 생토노레에 자리 잡은 플래그십 스토어를 비롯해 지난 2월 3일 오픈한 서울 플래그십 스토어와 로마, 멜버른, 오사카, 상하이 등 세계 곳곳에 있는 스토어를 가상세계로 옮겨 놓은 것. 시공간을 초월해 각 나라의 VR 스토어에 동시 입장할 수 있고, 도시마다 다른 시각적 매력을 단번에 만끽할 수도 있다. 게다가 화면 속 매장 내부를 두 손가락으로 360˚ 움직이면 공간 구석구석까지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구경할 수 있는 자유가 허락된다. VR 스토어에 입장하는 순간, 랜선 여행을 하는 것처럼 로마의 스페인 광장이나 멜버른 채드스톤 쇼핑센터 등을 관광하는 듯한 기분은 하늘길이 막힌 팬데믹 시대에 VR 스토어에서 누릴 수 있는 소소한 즐거움이기도 하다. 이처럼 가상세계를 통해 지구를 순식간에 횡단하며 럭셔리 패션을 둘러볼 수 있다니, ‘실감형 비대면 쇼핑’의 효과는 꽤 긍정적이다. 지금까지 VR을 통해 가상 속 매장으로 들어갔다면, AR을 통해 내가 속한 현실에 패션을 투영시킬 수도 있다. 최근 마시모 두띠가 론칭한 ‘슈즈 익스피리언스’가 대표적인 예. 방법은 간단하다. 브랜드 앱을 실행시킨 뒤 ‘Shoes Experience’를 누르고 내가 신어 보고 싶은 신발을 고른 뒤, 스마트폰의 카메라 렌즈를 발에 갖다 대면 끝. 발을 상하좌우로 움직이면 각도에 따라 신발이 움직이고 클로즈업으로 소재 질감도 선명하게 볼 수 있다. 실제로 내가 신발을 신고 있는 것 같이 정교해 쇼핑에 꽤 유용하다. 이와 같은 서비스는 구찌 앱에서도 가능한데 신발뿐 아니라 시계와 선글라스, 모자, 립스틱까지 이용해 볼 수 있어 다양한 ‘착 샷’의 재미를 체험할 수 있다.
 
 
사실 가상현실을 향한 패션계의 도전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2015년에 타미 힐피거가 VR을 이용해 2015년 컬렉션 무대를 매장에서 관람할 수 있도록 누구보다 발빠르게 시도했고, 뎀나 바질리아가는 발렌시아가 데뷔 쇼에서 모든 사람이 방구석에서 쇼를 즐길 수 있도록 VR을 응용한 패션 민주주의를 도모했다. 뿐만 아니라 2020년 남성 & 여성 f/w 컬렉션과 남성 슈즈의 메이킹 과정 등을 가까이 들여다볼 수 있도록 VR 프로젝트를 선보인 프라다와 NBA와의 파트너십 컬렉션을 위해 뉴욕의 메디슨 스퀘어 가든을 가상세계로 옮겨와 온라인 스토어로 활용했던 루이 비통까지. 이보다 더 빠르게 미래를 내다본 페이스북은 2014년에 VR 기기 스타트업인 오큘러스를 인수하고 VR 산업에 몰두하고 있는데, 마크 저커버그가 오큘러스를 인수하며 이렇게 말했다. “모바일이 오늘의 플랫폼이라면, 미래의 플랫폼을 준비할 때가 됐다.” 그리고 이 플랫폼의 중심에 진보한 가상세계, 무궁무진한 확장성을 가진 메타버스가 존재한다. “메타버스는 인터넷의 다음 버전이다. 사람들은 메타버스로 일하러 가거나 쇼핑하면서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다.” 에픽게임스 최고경영자인 팀 스위니의 예견처럼 가상세계로 더 많은 사람들이 접속할 것이고 가상세계가 현실세계로 재편될 것이다. 디지털 세상에 로그인하는 순간, 현실이 되었던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 Ready Player one〉처럼 말이다. 물리적인 한계를 뛰어넘는 접근성과 현실 같은 실재감으로 가상과 현실을 잇는 새로운 디지털 세상. 이런 변화 속에 온·오프 라인을 연결할 가상 스토어의 오픈. 미래적 상상이 일상이 되고 있는 지금, 쇼핑 패러다임의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잇는 가상 스토어는 물리적인 한계를 뛰어 넘는 접근성과 현실과 같은 실재감으로  쇼핑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