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여름의 소리, 플립플롭_요주의 물건 #36

한여름 거리에서 들리는 소리. 발바닥을 찰싹찰싹 때리는 플립플롭의 경쾌한 그 소리!

BY양윤경2020.06.18
잡지에 실린 할리우드 파파라치 사진에 열광하던 때가 있었다. 이하늬가 공효진과 함께 헌 옷을 리폼하고 천우희가 당구를 치고 신세경이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굽는 모습을 유튜브로 구경할 수 있는 ‘방구석 덕질’의 시대에 이 무슨 고릿적 얘기인가 싶겠다.
인스타그램 앱만 열면 헤일리 비버가 오늘은 어떤 선글라스를 썼고 벨라 하디드는 어떤 수영복을 입고 태닝했으며 켄달 제너가 방금 어떤 샐러드를 먹었는지 구경할 수 있는 시대다. 하지만 그 한 컷의 사진 뒤에 어마어마한 금액의 광고비가 깔려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15년 전의 할리우드 스타들의 파파라치 사진은 어떤 면에서 조금 더 순수했다.
귀네스 펠트로 @게티 이미지제시카 알바(와 아너 워렌) @게티 이미지제니퍼 애니스톤(과 브래드 피트) @게티 이미지
 
영화나 드라마에서와 전혀 다른, 완벽하게 차려입지 않은 모습을 보는 즐거움.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아이템은 흔히 ‘조리’라고도 부르는 플립플랍이었다. 화장기 없는 얼굴에 아무 옷이나 대충 걸치고 플립플롭을 끌고 나와 커피 한 잔을 들고 걸어 다니는 그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 해변에서나 신을 것 같은 고무 신발이라니!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1990년대와 2000년대 특유의 ‘드레스-다운’ 코드를 관통하는 키 아이템이기도 했다.

@havaianas-sto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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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기 쉽고 제작비가 적게 들고, 무엇보다 신고 벗기 쉬운 신발. 플립플롭은 일본의 볏짚 샌들에서 유래했다고 알려져 있다. 전쟁이 끝난 후 미국으로 돌아간 군인이 가져간 조리(‘쪼리’라는 말이 일본 말 ‘조리’에서 왔다)가 지금의 플립플롭으로 변형되었다는 설. 하지만 발가락 사이에 신발을 꿴다는 공통점 외에는 정확한 기록이 없어 여전히 논란이 많다. 지금 우리가 신는 것과 같이 고무로 만든 플립플롭은 1950년대에 뉴질랜드에서 처음 등장했다.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브랜드 하바이아나스(포르투갈어로 ‘바다를 사랑하는 하와이 사람들’이라는 뜻)는 1960년대 초, 브라질에서 탄생했다.
2017년 5월 16일, 런던에서 열린 하바이아나스 아트 옥션. 전쟁 후 여성 생존자들의 삶을 재건하는 데 도움을 주 는 ‘Women for Women International’을 돕기 위한 행사였다. 시몬 로샤가 재해석한 플립플롭. @게티 이미지2017년 5월 16일, 런던에서 열린 하바이아나스 아트 옥션. 전쟁 후 여성 생존자들의 삶을 재건하는 데 도움을 주 는 ‘Women for Women International’을 돕기 위한 행사였다. 마리 카트란주가 재해석한 하바이아나스 플립플랍. @게티 이미지2017년 5월 16일, 런던에서 열린 하바이아나스 아트 옥션. 전쟁 후 여성 생존자들의 삶을 재건하는 데 도움을 주 는 ‘Women for Women International’을 돕기 위한 행사였다. 마놀로 블라닉이 재해석한 하바이아나스 플립플랍. @게티 이미지
 
호주 사람들은 ‘Thongs’이라고 부르고 하와이에서는 ‘Slippers’라고 부르고 미국에서는 ‘Flip-Flops’라고 부르고 뉴질랜드에서는 ‘Jandals’라고 부르는 신발. 완벽한 휴가를 위한 컬러풀한 비치웨어였던 하바이아나스는 이제 일상을 위한 아이템이 되었다. 레깅스가 더 이상 짐에서만 입는 옷이 아닌 것처럼.

애슬레저 룩의 조상님, 알레산드라 앰브로시오. @게티 이미지애슬레저 룩의 조상님, 알레산드라 앰브로시오. @게티 이미지애슬레저 룩의 조상님, 알레산드라 앰브로시오. @게티 이미지
 
플립플롭은 스웨트 셔츠와 레깅스, 크롭트 톱, 후드 집업 등 스포티한 아이템과 함께 에슬레저 룩으로 스타일링했을 때 가장 빛난다. 하지만 플립플롭을 그런 식으로만 신는 건 아무래도 좀 억울하다. 햇빛이 쨍쨍한 여름날에만 신을 수 있는 신발인데! 그럴 땐 다시 우리의 옛 언니들에게서 힌트를 좀 얻어 볼까. 1990년대와 2000년대의 스타들이 그랬듯 플립플롭을 ‘드레스-다운’ 하기 위한 힘 빼기용 아이템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이번 시즌에 하바이아나스와 같은 고무 소재가 아닌 가죽 소재의 플립플롭이 대거 쏟아져 나온 것은 분명 우연이 아닐 것이다. 
인플루언서 마리아 바르테츠코 @게티 이미지스타일리스트 소피아 로 @게티 이미지인플루언서 카롤라 포예르 @게티 이미지
 
 
*트렌드를 뛰어넘어 시대를 관통하는 가치를 지닌 물건 뒤에 숨은 흥미로운 이야기, 김자혜 작가의 ‘요주의 물건’은 매주 수요일에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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