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BTS도 쓰고 헐크도 쓰는 안경_요주의 물건 #33

성별이나 나이, 피부색, 스타일과 상관없이 다양한 사람들에게 105년동안 사랑받은 아이웨어 브랜드, 모스콧에는 어떤 특별함이 있을까.

BY권민지2020.05.27
‘클래식 아이템’을 어떤 말로 정의할 수 있을까. 세계적으로 널리 사랑받은 아이템? 사라지지 않고 오랫동안 살아남은 아이템? 트렌드와 상관없이 제 형태를 유지한 아이템? 다 맞는 말이다. 그렇다면 이런 표현은 어떨까, 너무 다른 사람들이 똑같이 착용하는 아이템.
한 사람을 떠올려 보자. 머리부터 발끝까지 그가 착용한 아이템을 찬찬히 살펴보면 그 사람에 대한 정보를 모을 수 있다. 성별과 나이, 사회적 지위, 속한 단체의 성향, 경제적 상황. 그렇다면 아래 나열된 사람들은 어떤가.
 
1. 〈하우스 오브 카드〉의 로빈 라이트 - 세기의 디바 비욘세
2. 천재 역할 전문가 맷 데이먼 – 우리의 캡틴 잭 스패로 조니 뎁
3. 천재적으로 잘 쓰는 트루먼 카포티 – 천재적으로 웃기는 코난 오브라이언
4. 헐크(마크 러팔로) - 토르(크리스 헴스워스)
 
이들 모두의 공통점은 모스콧의 안경 또는 선글라스를 착용했다는 것이다. 아, 이런 건 또 어떤가. BTS RM이 61회 그래미 어워즈에 참석할 때 착용했던 것도, 알파치노가 57회 뉴욕 영화제의 〈아이리시 맨〉 상영회에 참석했을 때 착용했던 것도 모두 모스콧이었다(그 둘의 나이차는 무려 54세!!!). 너무 다른 사람들이 같은 물건을 착용한 모습은 언제나 흥미롭다. 그 물건의 어떤 면이 그런 힘을 가진 것일까 생각해보게 되는 것이다. 
 

61회 그래미 어워즈에 참석한 BTS RM. @게티 이미지57회 뉴욕 영화제의 〈아이리시 맨〉 상영회에 참석한 알파치노. @게티 이미지70회 칸 국제영화제에 참석한 루니 마라. @게티 이미지〈포드 v 페라리〉에서 모스콧 선글라스를 착용한 맷 데이먼. @imdb.com〈히든 피겨스〉에서 모스콧 안경을 착용한 타라지 P. 핸슨. @imdb.com〈하우스 오브 카드〉에서 모스콧 안경을 착용한 로빈 라이트. @imdb.com
모스콧은 올해로 105주년을 맞은 아이웨어 전문 브랜드다. 동유럽에서 뉴욕으로 이주한 하이먼 모스콧이 1915년, 맨해튼의 오차드 거리에서 목재 카트에 안경을 싣고 다니며 판매한 것이 그 시작이다. 모스콧의 목제 카트에서 안경을 사려는 단골손님들이 늘어나면서 그는 리빙턴 거리에 첫 번째 매장을 오픈했고, 그의 아들과 아들의 아들과 그 아들의 아들까지 5대에 걸쳐 가업을 잇고 있다(지금은 4세대인 닥터 하비 모스콧이 경영을 담당하고, 5세대인 잭 모스콧이 디자인을 총괄한다).
 
Ⓒwww.moscot.com

Ⓒwww.moscot.com

뉴욕에서 크게 사랑받던 모스콧이 전 세계적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건 조니 뎁의 영향이 크다. 선천적인 시력 문제 때문에 언제나 아이웨어를 착용했던 조니 뎁은 비슷한 형태의 아이웨어를 자주 선택했다. 아세테이트 소재의 동그란 안경이나 선글라스였다.  

 
@게티 이미지@게티 이미지@게티 이미지
그는 모스콧의 대표 모델인 렘토쉬 외에도 타르트 옵티컬의 빈티지 아넬도 즐겨 착용했지만, 비전문가들이 맨눈으로 그 둘을 구분하기란 쉽지 않다. 프레임이나 리벳의 모양, 브릿지의 형태 등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그가 보헤미안 룩과 그런지, 로커 룩 등 다양한 스타일을 넘나들며 언제나 비슷한 아이웨어를 매치했다는 것, 둥근 형태의 빈티지 아이웨어에 창의적이고 독특하고 유쾌하고 낭만적인 정신을 가진 예술가의 이미지를 부여했다는 것이다.  

 
뉴욕 오차드 거리 119번지의 모스콧 매장. @모스콧 제공뉴욕 리빙턴 거리 94번지의 매장 앞에서, 하이먼 모스콧. @모스콧 제공 서울 선릉로 19번지의 모스콧 매장. 서울 스토어는 모스콧이 해외에 오픈한 첫번째 플래그십 스토어다. @모스콧 제공
나무 수레에 안경을 싣고 다니며 판매하던 한 사람의 이야기는 여러 세대를 거쳐 거대한 패밀리 아카이브가 되었다. 그가 수레를 끌고 다니던 오차드 거리에는 지금도 모스콧 매장이 있고, 그곳에서 시대를 초월한 디자인의 제품을 판매한다. 그들이 판매하는 것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다. 최고 품질의 재료, 견고한 구조, 전통적인 하드웨어, 고유의 컬러 팔레트 등 105년의 역사가 담긴 DNA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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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를 뛰어넘어 시대를 관통하는 가치를 지닌 물건 뒤에 숨은 흥미로운 이야기, 김자혜 작가의 ‘요주의 물건’은 매주 수요일에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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