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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로 맛보는 제철 음식 리스트_맛의 동선 #10

꽃구경도 랜선으로 만족해야 했던 올봄, 산지에서 택배로 공수한 제철 재료로 만든 꽃 같은 한 접시. 언제 들어도 두근거리는 그 말 "택배 왔습니다!" 제철 음식이라면, 설렘은 두 배다.

BY권민지2020.04.16
미더덕 & 멍게 비빔밥  
4월 한 달, 바짝 먹어야 하는 것이 있다. 작고 울퉁불퉁한 모양새, 어금니로 톡 터뜨리면 바다향이 입안을 황홀하게 채워주는 미더덕이다. 해물찜, 해물탕, 된장찌개와 같은 요리에 빠지지 않고 들어가 시원한 맛을 내는 이 요물은 경남 진동만에서 국내 생산량의 70%가 잡힌다. 매년 진해에서 벚꽃을 구경하고 진동에 가서 회 한 접시와 미더덕 덮밥을 먹곤 했는데 올해는 택배 주문해 직접 만들어 먹었다.
 
통영에서 멍게양식업을 하는 이순신수산에 미더덕과 깐 멍게를 각 500g씩 주문한다(2인 기준). 진동만에서 수확해 일일이 손으로 껍질을 벗긴 붉고 통통한 미더덕과 섹시한 오렌지 컬러의 깐 멍게가 하루 이틀 뒤 바닷물 담긴 아이스박스에서 실려 문 앞에 도착한다. 미더덕은 한 번 더 손질해 너무 잘지 않게 다지고 멍게는 흐르는 물에 가볍게 씻어 접시에 담는다. 조미 김을 손으로 잘게 부순다. 참기름과 초고추장은 필수, 참깨, 상추, 양배추, 깻잎, 고추 등은 취향껏 준비한다. 흰쌀밥에 미더덕과 김을 넣고 참기름 쫄쫄 따라 쓱쓱 비벼 먹으면 된다. 원래 진동에서는 잘게 다진 미더덕을 숟가락으로 짓이기듯 마구 비벼서 치덕치덕한 느낌으로 먹는데 그건 취향 따라. 멍게도 같은 방식으로 비벼 먹기도 하고 초고추장 찍어 날로도 먹는다. 그렇게 먹다 남은 건 라면에 넣어 끓여 먹으면 이게 또 별미다.
 
카프레제 샐러드
4월엔 부엌 여기저기에 다채로운 컬러의 토마토가 즐비하다. 토마토는 꼭지를 따서 상온에 두며 일주일 내로 먹는 게 좋다고 택배 박스 안 안내문에 적혀 있던 조언을 금쪽같이 따르고 있다. 우선 대저삼대토마토에서 2.5kg 박스의 대저 토마토를 주문한다. 부산 강서구 대저동에서재배하는 대저 짭짤이 토마토를 판매하는 곳 중 하나다. 일반 토마토가 여름이 제철인 데 반해 2월 말부터 수확하기 시작해 3~5월 제철을 맞는 대저 토마토는 일반 토마토보다 사이즈가 약간 작고 빨갛기보다 초록빛이 돈다. 낙동강의 강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대저동의 온난한 기온 속에서 자란 대저 토마토는 짭짤하고 달콤한 게 토마토를 좋아하지 않았던 사람도 갑자기 토마토 러버로 돌변할 만큼 매력적이다.
 
샤인머스캣처럼 깜짝 놀랄 단맛의 샤인마토도 인기다. 토마토 소비 활성화를 위해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지원 연구로 개발된 고당도 토마토 브랜드 샤인마토는 설탕 풀이라고 불리는 스테비아에서 추출한 스테비오사이드로 전처리하여 당도가 뛰어나다. 스테비오사이드는 설탕만큼, 달지만 몸에는 흡수가 되지 않는다. 스타일리스트 한예연의 다이어트 주식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 방울토마토와 별반 다르게 생기지 않았는데 한입 베어 물자 달콤 상큼한 과즙이 입안을 적신다. ‘내 평생 이렇게 맛있는 토마토는 처음’이라는 간증이 쏟아질 만한 금값의 토마토라고 생각하며 동날 때마다 포털 사이트에서 최저가를 검색해 주문한다.
 
이 특별한 토마토들을 아침마다 먹기 위해선 부라타 치즈가 있어야 한다. 이탈리아에서 소젖으로 만든 생치즈 부라타는 곱게 빚은 만두처럼 생겨서 칼로 반을 가르면 안에 새하얀 치즈 크림이 꽉 들어차 있는 거부할 수 없는 지방 덩어리다. 프로마쥬, 치즈퀸 모두 몇 년 동안 즐겨 이용한 곳들로 가격 비교를 해본 후 주문하면 된다. 연한 소금물에 담겨 있는 치즈를 조심스레 꺼내 접시 중앙에 놓는다. 토마토를 한입 크기로 잘라 접시의 남은 부분을 채운 후 올리브 오일을 두르고 취향껏 이탈리안 파슬리, 소금, 후추, 발사믹 식초를 더한다. 이때 컨트리 브레드나 치아바타를 함께 먹으면 인스타그래머블하고 맛있는 아침 식사가 된다.
 
*오랜 사람들과 맛있는 걸 먹을 때 가장 행복한 여자, 안동선의 바로 지금 먹어야 하는 맛 이야기는 매주 목요일에 업데이트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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