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우내 땅 밑에서 봄기운을 품은 쑥과 곱게 푼 된장, 젓가락만 갖다 대도 쓱 발리는 연한 도다리의 트라이앵글. 경상남도에서 잠깐 살아본 이후로 된장과 쑥 향이 뒤섞인 구수하고 향긋한 냄새야말로 봄의 전령사다. 을지로 쪽에 있는 노포 충무집은 봄이 되면 입간판을 내건다. 도다리쑥국 개시. 멍게 밥과 함께 내주는 세트가 2만5천 원. 계절마다 달리 구성되는 밑반찬까지 바다 내음 가득한 한 상을 받는 순간의 행복이란.
서울 중구 을지로3길 30-14 02-776-4088

얼음 육수 평냉 을밀대 옆집인 매일스시횟집은 ‘1t 트럭으로 각종 활어 매일매일 공수’하는 집. 5만5천 원부터 10만5천 원까지 세 가지 코스 중 택일하면 칼집 예술로 들어간 회를 먹을 수 있다. 중간 코스만 시켜도 야들야들하면서 씹는 맛도 일품인 도다리 세꼬시는 물론 다금바리, 활 고등어, 각종 돔 등 일반 횟집에서 흔히 만나기 어려운 어종을 내준다. 모든 코스의 마지막엔 장어 샤부샤부가 나오는데 완벽한 피날레로 여수에서 먹던 바로 그 맛이다.
서울 마포구 숭문길 34 02-3273-8289

1층은 워크인, 2층은 예약제로 운영되는 공덕 쪽의 소문난 쭈꾸미. 철판볶음와 샤부샤부 중 택일하여 제철 맞은 산 주꾸미를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어느 메뉴를 시키든 산더미처럼 쌓아 내주는 미나리가 포인트. 알이 꽉 들어찬 대가리에서 흘러나온 먹물과 함께 철판에 지져 먹는 볶음밥의 감칠맛은 강렬한 임팩트. 근처에 주택을 개조한 베이커리 카페 프릳츠 커피가 있으니 2차로는 야외 좌석에서 즐기는 커피와 디저트가 좋겠다.
서울 마포구 새창로2길 15 02-701-7362

전직 잡지 기자, 현직 셰프 겸 칼럼니스트인 박찬일 선배가 예전에 당부한 말이 생각난다. 3월에는 말린 생선을 먹어야 한다고. 쫄깃하고 기름지며 살짝 발효 기운을 풍기는 살점이 입에서 녹는 게 일품이라며. 포구가 즐비했던 인천의 옛 시장에 가면 말린 우럭, 박대 등을 살 수 있다. 인천에서 자란 내게도 익숙한 송림동 현대시장은 골목 사이 인간미를 품은 채 아직 건재하다. 지하철 1호선 타고 떠나는 레트로 여행에서 사 온 말린 생선을 냉동실에 두고 구워도 먹고 찜으로도 해 먹는다. 찜은 어려운 것 없다. 마늘, 청양고추를 넣고 화이트와인이나 청주 휘둘러 찜통에 쪄내면 그만. 미네랄리티 좋은 화이트 와인이랑 먹으면 최고의 마리아주.
인천 동구 송림로109번길 21

보통 쑥 철이라고 하면 2월부터 4월을 말하는데 남쪽 지방에선 겨울 끝자락에 이미 싹이 움트고 강원도나 강화도에선 4월에야 온전히 자란다. 하여 봄이 오고 가는 내내 우리는 쑥으로 만든 디저트를 즐길 수 있다는 얘기. 역세권 곳곳에 자리 잡은 테이크 아웃 떡 전문점 빚은의 야외 가판대에서 쑥버무리를 보면 바야흐로 봄이 왔음을 실감한다. 부담 없이 뜯어먹으며 포슬포슬한 질감과 쑥 내음을 즐긴다.

빚은 www.bizeun.co.kr
경기떡집 kricecake.com
스쿠퍼 @scooper_gelato
스위트 소사이어티 @sweetsociety_seoul
포비 fourb.co.kr

쉐이크쉑에서 4월 말까지 즐길 수 있는 시즈널 메뉴 쉑블라썸이 출시됐다. 흩날리는 벚꽃 같은 분홍색 초콜릿이 새하얀 휘핑크림 위에 살포시 얹어진, 봄을 기리는 사랑스러운 음료다. 이번 봄엔 현실을 잠시 잊게 해주는 달콤함이 필요하니까!
www.shakeshack.kr

*오랜 사람들과 맛있는 걸 먹을 때 가장 행복한 여자, 안동선의 바로 지금 먹어야 하는 맛 이야기는 매주 목요일에 업데이트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