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핫한 '폰트 문래'와 '보난자 커피'를 디자인한, 'STOF' || 엘르코리아 (ELLE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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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핫한 '폰트 문래'와 '보난자 커피'를 디자인한, 'STOF'

브랜딩부터 지속가능성까지. 스토프의 공간가능성을 향한 열망.

이경진 BY 이경진 2022.08.23
 

지속 가능한 브랜드를 향한 공간적 모색 STOF

스토프가 디자인한 공간에선 브랜드의 지속 가능성을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최근 문을 연 ‘폰트 문래’는 문래동이 지닌 지역적 특징과 ‘폰트’라는 로스터리 커피 브랜드의 정체성이 흥미롭게 조우한 프로젝트이다. 폰트 문래에 앞서, 폰트 커피와 스토프가 협업한 또 다른 공간인 ‘폰트 용산’은 일제시대 철도청 관사로 쓰인 곳을 리모델링한 건물에 들어섰다. 스토프는 긴 세월을 입은 낡은 건물을 깨끗하게 닦아내지 않고, 적당히 헤리티지를 살리는 방향을 폰트에 제안해 이들이 브랜드로서 지속적으로 모색할 정체성을 발굴해 줬다. “폰트(Pont)라는 이름은 프랑스어로 다리, 매개자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폰트 용산의 건물 앞뒤로 골목길이 있었는데, 폰트라는 이름에 착안해 두 개의 골목길이 연결되는 공간이라는 공간적 컨텍스트를 브랜드 정체성에 이입하기로 했죠.” 폰트 용산은 카페의 출입문을 골목길과 맞닿는 면에 내어 접점을 만들었다. 카페 앞뒤의 골목길을 이어주는 ‘지름길’을 자처한 것이다. 의뢰받은 장소를 넘어 브랜드가 지닌 성향, 앞으로 쌓아갈 새로운 정체성까지 함께 만들어가는 스토프의 성향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스토프는 규모와 무관하게 모든 클라이언트를 브랜드로 인지하고 이를 구체적으로 공간 언어로 풀어가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브랜드의 지속 가능성은 스토프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 중 하나예요. 현실적으로 한국에서 어떤 건물에 월세를 내며 공간을 만든다는 건 짧게는 2년 길게는 5년의 유통기한이 있죠. 공간 디자인과 컨설팅하는 입장에서 그런 짧은 수명을 쥐고 인스타그램 피드를 잠시 도배하다가 사라지는 공간을 지양하고 싶어요. 언젠가 우리가 만든 공간이 없어진다 해도, 그곳을 통해 브랜드가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전하려는 방향성 혹은 가치를 실현할 수 있기를 바라죠. 우리 작업은 앞으로도 지속될 어떤 브랜드의 이야기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단순히 시각적인 레퍼런스를 나열하는 작업이 아니고요.” ‘먼지’라는 뜻의 네덜란드어로 스튜디오 이름을 만든 스토프는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은유적 표현을 좋아한다. 이름을 네덜란드어로 선택한 이유도 직접적으로 닿는 표현을 지양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먼지는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항상 존재하죠. 먼지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들을 공간적으로 표현해 내고 싶어요.”
 
높이가 다른 두 채의 한옥이 맞붙어 이뤄진 독특한 와인 바 ‘산수인’.

높이가 다른 두 채의 한옥이 맞붙어 이뤄진 독특한 와인 바 ‘산수인’.

스토프는 여덟 명의 공간 디자이너로 이뤄진 집단. 대학시절부터 가구에 관심이 많았던 산업디자인 전공자 박성재를 필두로 한다.
오랜 영감이 된 장소가 있다면
스토프가 만들어온 공간이 언제나 직접적인 영감이 된다. 완성된 프로젝트가 사람들에게 어떤 식으로 사용되고 있는지, 부족한 부분은 무엇인지 확인하는 과정이 우리 프로세스를 강화해 주고 가장 큰 영감으로 와 닿는다.
 
카페이자 셀렉트 숍이며 문화공간인 mtl의 다양한 정체성을 균형 있게 녹인 mtl 동탄과 벨(Vel) 체어.

카페이자 셀렉트 숍이며 문화공간인 mtl의 다양한 정체성을 균형 있게 녹인 mtl 동탄과 벨(Vel) 체어.

대표작 세 가지를 꼽는다면
세루리안 인사와 mtl 동탄, BKID 사옥. 조금 더 복합적인 개념으로 접근하며 실현할 수 있었던 프로젝트들이다.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꽉 차 있는 공간보다 다양한 산업과 프로그램이 공존하는 프로젝트를 좋아한다. 로스터리 카페 브랜드인 세루리안은 파란색을 키 컬러로 전개한 공간을 선보인 바 있지만, 우리가 맡은 인사동 지점은 세루리안이라는 키워드를 좀 더 다른 방식으로 구현했다. 인사동에서 볼 수 있는 세루리안은 무엇일지 고민했다. 인사동에는 한옥이 많고, 대부분의 한옥에는 아주 작게라도 마당이 존재한다. 이 마당에서 보이는 하늘을 세루리안이라고 생각했다. 마당에서 보이는 하늘을 제외한, 세루리안 인사의 모든 공간에서 색채를 뺐다. mtl은 셀렉트 숍으로 시작된 브랜드다. 독일의 보난자 커피를 취급하기 시작하면서 카페로 인식되기 시작했는데 사실 세미나도 이뤄지는 문화공간이다. mtl이라는 공간, 브랜드가 지닌 역할들이 수평적인 관계를 이루며 존재한다고 생각했고 ‘mtl 동탄’ 에서는 이것 중 무엇 하나 두드러지지 않고 서로 균형이 있으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담았다. mtl 동탄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가구 벨(Vel) 체어를 제작했는데 같은 각도로 구부러진 나무 패널이 서로 교차하며 기대면서 하나의 의자가 되도록 고안했다. 벨(Vel)이라는 단어는 네덜란드어로 ‘과일껍질’이라는 뜻이다. 깎은 과일의 껍질이 겹겹이 쌓여 있는 모양을 생각했다.
 
카페이자 셀렉트 숍이며 문화공간인 mtl의 다양한 정체성을 균형 있게 녹인 mtl 동탄과 벨(Vel) 체어.

카페이자 셀렉트 숍이며 문화공간인 mtl의 다양한 정체성을 균형 있게 녹인 mtl 동탄과 벨(Vel) 체어.

가까운 미래에 선보이게 될 프로젝트는
인도네시아 발리에 약 800평 규모의 공간을 만들고 있다. 다섯 개의 레스토랑 브랜드가 하나의 여정처럼 이어지는 독특한 장소다. 미국의 맨해튼에 진출할 한국의 커피 브랜드 매장, 보난자 커피가 한국에 진출하며 오픈할 명동 롯데백화점 명품관 내 매장, 코오롱과 진행 중인 브랜드 등이 있다.
 
BKID의 사옥.

BKID의 사옥.

이 시대의 좋은 공간이 지녀야 할 조건은
2013년 무렵에 일을 시작했는데 그때만 해도 클라이언트가 어딘가에서 찍은 이미지를 레퍼런스로 보여줬다면 지금은 구글링한 이미지를 바탕으로 대화하게 된다. 이미지에 대한 접근이 무척 쉬워졌다. 이미지 보급이 원활해진 만큼 어떤 공간을 필요로 하는 개인의 기준도 높아졌고, 등장하는 공간의 퀄리티도 상향 평준화됐다. 이제는 이야기를 만드는 태도가 필요한 때다. 공간 디자인은 더 이상 벽으로 가로막힌 실내에서 예쁜 이미지를 보여주는 일이 아니다. 다양한 방향성을 모색하고 이를 잘 전달하는 방법을 찾은 공간이 ‘좋은 공간’으로 남을 것이다. 크리에이터에겐 이에 맞는 소양이 필요하다.
 
폰트 문래.

폰트 문래.

중장기적 목표가 있다면
근래 F&B 브랜드와 작업이 잦았다. 앞으로 주거 프로젝트 등 더욱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작업을 쌓아가면서 작가나 엔지니어 등 다른 분야의 크리에이터와 협업하면서 기술과 아이디어의 융합을 통해 다양한 공간 가능성을 찾아보고 싶다. 스토프를 인테리어 디자인이라는 카테고리에 가두고 싶지 않다.
 
세루리안의 키 컬러인 파랑을 실제 하늘이 보이는 뷰로 표현한 세루리안 인사.

세루리안의 키 컬러인 파랑을 실제 하늘이 보이는 뷰로 표현한 세루리안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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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이경진
    courtesy of stof
    디자인 김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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