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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가요, 우영우_요주의여성 #65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우리에게 필요한 이유.

프로필 by ELLE 2022.07.08
ENA 수목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포스터

ENA 수목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포스터



“제 이름은 똑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우영우입니다. 기러기, 토마토, 스위스, 인도인, 별똥별, 우영우.” 그의 자기소개를 듣는 순간, 사랑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방영 첫 주부터 입소문을 타고 시청률을 갱신하고 있는 ENA 수목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얘기입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지닌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다니, 그것도 직업이 변호사? 천재성을 지닌 장애인을 소재로 한 몇몇 작품이 스쳐 지나가기도 했으나, 공개된 드라마는 섣부른 우려나 짐작을 뛰어 넘는 진정성과 훌륭한 만듦새로 시청자들을 매료시키고 있습니다.    
 
첫 화부터 ‘우영우’에게 빠져들게 만든 일등공신은 배우 박은빈. 시선을 맞추지 않고 똑같은 말을 반복하는 등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특성을 세심하게 표현하는 동시에 ‘응원할 수밖에 없는’ 매력적인 캐릭터로 그려냅니다. <스토브리그>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연모> 등 출연 작품마다 흠잡을 데 없는 연기를 펼친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원 톱’ 배우로서 확실한 존재감을 인정받을 듯 합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박은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박은빈

 
드라마는 우영우를 통해 자폐성 장애인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과 그들이 겪는 차별 및 어려움을 차근차근 풀어놓습니다.  우영우를 팀에 들이는 데 난색을 표했던 상사 장명석(강기영)이 차츰 그를 이해하고 신뢰하게 되는 과정, 우영우를 경쟁 상대로 여기며 그를 향한 배려에 의의를 제기하는 로펌 동료 권민우(주종혁) 등 주변 인물과의 여러 관계성 속에서 장애인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시선과 태도를 들여다보게 합니다. 특히 형 살해 의혹을 받는 자폐 장애인에 관한 에피소드를 담은 3화는 박은빈의 내레이션과 함께 깊은 여운을 남겼지요.
 
“80년 전만 해도 자폐는 살 가치가 없는 병이었습니다. 80년 전만 해도 나와 김정훈씨는 살 가치가 없는 사람들이었어요. 지금도 수백 명의 사람들이 ‘의대생이 죽고 자폐인이 살면 국가적 손실’이란 글에 ‘좋아요’를 누릅니다. 그게 우리가 짊어진 이 장애의 무게입니다.”
 
차별은 대부분 무지에서 나옵니다. 사람들은 잘 모르면 불편해하니까요. 드라마에 대해 검색하다 보면 ‘천재 자폐인’ 설정이 현실과 맞지 않는다거나, 장애인의 미숙함을 ‘사랑스럽게’ 그려내는 것 역시 차별이라는 등 여러가지 의견이 오고 갑니다. 이렇게 질문하고 고민하고, 실수했다면 사과하고 수정하면서, 서로가 서로를 더 알아가게 되는 것 아닐까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이러한 대화를 이끄는 훌륭한 시작점이 될 것입니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한 회에 한가지 사건을 다루는 법정물의 재미에도 충실한 작품입니다. 1화에서는 가정 폭력, 2화에서는 동성 커플이 등장하는 등 약자와 소외된 이들의 문제를 다루는 작가의 선의가 느껴집니다. 로펌 대표나 판사 역할에 자연스레 여성 배우가 출연하는 것도 보기 좋습니다. 드라마가 다루는 ‘차별’이 단지 장애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혹시 <앨리 맥빌>이란 미드를 아시나요?(MZ 세대에게는 너무 오래전 작품일까요?) 미국 보스턴 로펌 사무실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시리즈로, 툭하면 환상을 보는 별난 주인공 앨리를 비롯해 개성 강한 인물들이 많이 등장했던 작품이죠.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도 그렇게 시즌을 거듭하며 사랑받는 드라마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의미와 재미를 잡은 웰메이드 드라마, 사람들의 닫힌 마음을 열고 우리 사회를 조금이라도 긍정적으로 바꿔 놓는 귀한 작품으로 남아 주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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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글 김아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