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TBC 주말 드라마 〈클리닝 업〉 포스터
JTBC 드라마 〈클리닝 업〉이 방영을 시작했습니다. 염정아가 연기하는 ‘어용미’는 첫 회부터 심상치 않습니다. 이혼 후 미화원, 가사도우미, 편의점 아르바이트까지 ‘쓰리 잡’을 뛰면서 두 딸을 키우는 그의 삶은 팍팍하기 그지없습니다. 어찌하여 한때 도박에 빠졌는지는 모르지만, 빚을 져서 사채업자에게 쫓기는 신세이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마냥 기죽어 있는 캐릭터는 아닙니다. 자신을 무시하는 오빠의 승용차에 세차게 발길질을 하고, 무례한 슈퍼 주인 앞에서 과자봉지를 뜯어 뿌리며 ‘응징’하고 마는 여자.
임기응변에 강하고 영리하며 대담하기까지 합니다. 우연히 증권사 직원의 수상한 통화를 엿듣고 주식 투자에 뛰어들면서 용미의 남다른 면모는 더욱 빛을 발합니다. 망설이는 동료를 설득해 투자금을 확보하고, 사무실에 도청 장지를 설치하는 등 목표를 향해 거침없이 움직입니다.
자칫 ‘밉상’처럼 보이는 캐릭터를 설득력 있고 응원하고 싶은 인물로 만드는 건 바로 배우 염정아의 힘. 예전부터 영화나 드라마 속 착하고 순한 여자들은 염정아의 몫이 아니었습니다. 전작인 〈SKY 캐슬〉에서 그랬듯 욕망을 지닌 여성의 복잡한 내면을 그려내는 데 탁월한 그는 이번에도 ‘위험한 아줌마’ 어용미를 생생하게 살아 숨 쉬게 합니다.

JTBC 〈클리닝 업〉의 염정아
다른 여성 캐릭터들도 눈에 들어옵니다. 이기적인 행동으로 다른 미화원들의 미움을 사는 수자(김재화)는 사실 알고 보면 집에서 남편, 아들에게 무시당하고 살면서 ‘탈출’을 꿈꾸고 있고, 용미와 절친한 인경(전소민)은 소박하고 성실하게 살려고 노력하지만 증권사 직원에게 ‘도둑’으로 오해받은 일을 계기로 현실을 자각하게 됩니다. 용미의 전 시어머니(길해연)나 전남편의 새 아내(하시은)가 흔히 드라마에서 ‘원수’로 그려지는 것과 달리 용미를 이해하고 도와주는 협력자로 비치는 것 또한 이색적. 어느 캐릭터 하나도 관성적으로 소비하지 않고 서사를 부여해주는 섬세함이 느껴집니다.

JTBC 〈클리닝 업〉의 염정아, 전소민, 김재화
‘주인공 어용미 캐릭터가 비호감이라서’ 대중의 외면을 받는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글쎄요. 〈클리닝 업〉의 시청률을 막는 진짜 장애물은 추락하고 있는 현재의 주식 상황 아닐까요? 고꾸라진 그래프 때문에 마음 편히 드라마 볼 수 없는 사람들이 많을 테니까요. 투자와 도박, 도둑질의 경계가 희미해진 시대. 〈클리닝 업〉이 과연 어떤 메시지로 마무리될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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