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전 왕위에 오른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GettyImages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영국 역사상 처음으로 즉위 70주년 ‘플래티넘 주빌레’를 맞이했습니다. 현존하는 세계 최장수 군주이며 역사를 통틀어도 재위 기간이 70년 이상인 군주는 프랑스의 루이 14세를 비롯해 몇 명 되지 않습니다. 1952년, 아버지의 서거로 준비 없이 왕좌에 오른 20대의 젊은 여왕이 이렇게 오랫동안 왕좌를 지킬 것이라고 내다본 사람은 별로 없었을 겁니다. 현재 96세의 엘리자베스 여왕은 지금까지 총 14명의 영국 총리를 겪었으며 급속한 사회 변화와 여러 위기 속에서도 굳건히 자리를 지키며 영국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인물이 됐습니다. 여왕님의 70년, 그 속의 기념비적인 순간들을 찾아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대관식 날 @GettyImages
엘리자베스 여왕은 1952년, 예상보다 일찍 만 25세에 왕위에 올랐습니다. 아버지 조지 6세가 갑작스레 서거하면서 당시 남편 필립공과 함께 케냐를 방문중이었던 그는 황급히 영국으로 돌아와야 했죠. 정식 대관식은 다음해인 1953년 6월 2일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열렸는데, 왕실 행사 중 최초로 전세계에 TV로 생중계되면서 국제적인 관심을 모았습니다.
갓 태어난 앤드류 왕자를 둘러싸고 있는 왕실 가족 @GettyImages
1960년 셋째 앤드류 왕자 출산 후 찍은 가족사진. 왕위에 오르기 전 1947년 필립공과 결혼한 엘리자베스 여왕은 첫째 찰스 왕자와 둘째 앤 공주를 낳았고, 재임중 앤드류 왕자와 막내 에드워드 왕자(1964년생)를 가졌습니다.
1970년 호주를 방문한 엘리자베스 여왕 @GettyImages
엘리자베스 여왕은 세상에서 여행을 가장 많이 한 국가원수 중 한 명일 겁니다. 즉위 당시 영국의 식민지를 포함해 영연방 국가의 수는 무려 50개가 넘었고, 이들 국가의 (형식적이나마) 수장인 여왕은 활발한 해외 순방을 펼쳤습니다. 1970년 호주를 방문했을 때, 멀리서 손만 흔들던 과거의 전통을 깨고 여왕이 직접 거리를 걸으며 군중들과 인사를 나눠 화제를 모으기도.
버킹엄 궁전 발코니에 선 왕실 가족. 맨 왼쪽이 엘리자베스 여왕, 가운데는 여왕의 어머니 ‘퀸 마더’, 뒤 쪽에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서 있다 @GettyImages
왕실의 의무를 성실히 수행한 엘리자베스 여왕은 대중의 높은 인기를 얻었으나 ‘가족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습니다. 특히 즉위 40주년이었던 1992년은 여왕이 직접 ‘끔찍한 해’라고 표현할 만큼 사건사고가 많았던 해.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불화에 이어 앤드류 왕자 부부도 별거에 들어갔고, 앤 공주는 남편 마크 필립스와 이혼에 이르렀으며, 여왕이 아끼는 윈저 성에 화재가 일어나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다이애나 스펜서의 장례식 날 추모객을 맞이하는 여왕 @GettyImages
1997년 8월 31일, 다이애나 전 왕세자비의 사망 소식은 세상을 뒤흔들었습니다. 비통함에 빠진 대중은 스코틀랜드 발모랄 성에 머물고 있는 ‘냉담한’ 왕실을 거세게 비난했고, 결국 여왕은 런던으로 돌아와 조문객을 맞이하고 다이애나를 추모하는 특별 연설을 전했습니다.
엘리자베스 여왕이 왕위에 오른 지 60년이 되는 해, 빅토리아 여왕에 이어 두 번째로 ‘다이아몬드 주빌리’를 맞이한 여왕을 위해 영국에서 각종 축하 행사가 열렸습니다. 2012년은 제30회 런던 올림픽이 올린 해이기도 한데, 개막식에서 여왕이 ‘007 제임스 본드’ 다니엘 크레이그와 함께 영화 같은 등장 신을 연출해 화제를 모았습니다.
남편 필립공의 장례식을 지켜보는 여왕 @GettyImages
2021년 4월 9일, 70여년간 엘리자베스 여왕의 곁을 지닌 동반자 필립공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필립공은 2017년 공무에서 은퇴하기까지 여왕의 공식 일정에 함께 하며 외조에 힘썼습니다. 코로나 19 상황으로 장례식에는 소수의 왕실 가족만 참석했고, 홀로 예배당에 앉아 있는 여왕의 쓸쓸한 모습을 담은 사진이 영국 주요 매체를 장식했습니다.
2022년 ‘플래티넘 주빌레’ 해를 시작하며 공개된 여왕의 사진 @GettyImages
여왕 즉위 70주년을 맞이하는 영국은 각종 행사 준비로 들뜬 분위기. 그러나 지난해 10월 병원에 입원하고 올해 초 코로나 19 확진을 받는 등 고령인 여왕의 건강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죠. 그런데 얼마 전 열린 ‘로열 윈저 호스 쇼’ 피날레에 참석한 데 이어 본인의 이름을 딴 철도 노선 ‘엘리자베스 라인’ 개통식에 깜짝 등장하면서 건재함을 드러낸 엘리자베스 여왕. 공휴일로 지정된 6월 2일부터 5일까지 성대하게 진행될 공식 행사에도 모습을 비출 것으로 예상됩니다. 살아있는 역사가 된 여왕님의 모든 날들에 평화가 있길!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삶이 더 알고 싶다면 4시즌까지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더 크라운〉을 찾아보세요. 여왕의 일대기를 중심으로 역사적 사건과 픽션이 어우러진 흥미진진한 왕실 이야기. 엘리자베스 여왕으로 분한 클로이 포시, 올리비아 콜맨의 탁월한 연기도 감상 포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