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TBC 〈 나의 해방일지 〉 의 미정 , 김지원
취업을 하고 제일 먼저 한 일이 서울에 집을 알아보는 거였어요. 인천시민으로 살면서 기나긴 1호선 전철과 광역버스를 타고 서울에 있는 대학을 다니며… 힘들었거든요. 첫 수업을 듣기 위해 새벽같이 일어나고, 시간에 쫓겨서 다른 애들처럼 클럽에서 놀지도 못하고, 막차를 타고 돌아올 때 느껴지는 피로한 삶의 냄새들.
〈나의 해방일지〉를 보면서 매일 전철에서 흔들리고 사람들에 치이던 그 시간들이 떠올랐어요. 미정이처럼 마음속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진 않았지만, 나 역시 채워지지 않은 마음에 버석거리던 때가 있었어요. 기정이처럼 자꾸만 한숨이 나오고 누워있고 싶던 때가 있었어요. 지하철 유치창에 비친 내 모습을 보면서 “예뻐지고 싶어”라고 읊조리던 때가.

JTBC 〈 나의 해방일지 〉 포스터
기정, 창희, 미정 삼남매를 비롯해 등장 인물 하나하나 애틋하지만 그 중에도 ‘미정’에게 마음이 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언제나 묵묵히 부모님의 밭일을 돕고 언니 오빠의 밥을 차려주는 속 깊은 막내딸.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피곤하고 내가 손해 볼지언정 얼굴 붉히는 일 못 하는 사람. 겉으로는 얌전해 보이지만 갑갑한 삶의 굴레에서 누구보다도 ‘해방’되고 싶은 청춘. 늘어진 티셔츠를 입고 조용히 어딘가를 응시하는 미정의 모든 얼굴이 눈에 밟힙니다.

〈 나의 해방일지 〉 의 ‘ 추앙 커플 ’, 김지원과 손석구
미디어와 언론에서 비추는 삶은 너무나 ‘중심’에 편중되어 있습니다. 억 단위의 부동산 뉴스와 소셜미디어 속 유명인들의 화려한 일상이 실시간으로 전달되죠. 누구나 서울에 있는 아파트에 살고 이름을 알 수 있는 회사에 다니는 게 아닌데. 삶의 주인공은 ‘나’라고 하지만 이 세상은 자꾸 나를 조연으로, 루저로 밀어내는 듯한 느낌. 그래서 밀려 나가지 않기 위해서 이를 악물고 버티는 나날들. 중심에서 비껴 나 변두리에 시선을 둔 〈나의 해방일지〉는 그렇게 버티며 사는 이들의 지친 마음을 끌어안습니다.
미정과 구씨(손석구)가 서로를 추앙하고 채워주며 변화하는 모습은 앞으로 〈나의 해방일지〉를 보는 가장 큰 이유가 될 겁니다. 돌아보면, 저 역시 청춘기의 쓸쓸함을 견딜 수 있었던 건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동행해준 누군가가 있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지금의 내가 있는 것도 흔들리는 전철 안에서 보냈던 그 시간들 덕분이겠지요. 부디 서로가 서로에게 힘을 얻어 뚫고 나갈 수 있길. 〈나의 해방일지〉 속 미정과 모든 쓸쓸한 청춘의 해방을 응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