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타 툰베리는 절박하다_요주의여성 #54 #ELLE그린 || 엘르코리아 (ELLE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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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타 툰베리는 절박하다_요주의여성 #54 #ELLE그린

이제 누구나 그레타 툰베리를 안다. 그런데 세상은 아직도, 왜?

김초혜 BY 김초혜 2022.04.13
그레타 툰베리. 전세계 청소년과 젊은이들이 환경 문제에 행동하도록 영감을 줬다 (@GettyImages)

그레타 툰베리. 전세계 청소년과 젊은이들이 환경 문제에 행동하도록 영감을 줬다 (@GettyImages)

지난 주말, 집 근처 석촌호수는 꽃구경 인파로 발 디딜 틈 없었습니다. 동네를 거닐며 노랑, 분홍, 하양 꽃들이 어우러진 알록달록한 풍경을 보다가 퍼뜩 의아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래 개나리가 피고 나서 벚꽃이 피는 게 아니었나?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역시나 몇 년 전부터 꽃들이 비슷한 시기에 동시다발적으로 피는 현상이 생겼다고 합니다. 원래 봄꽃 개화는 개나리, 진달래, 벚꽃 순인데 기후 변화로 꽃들의 개화 시기가 점점 앞당겨지고 있는 것이죠. 기상청의 발표에 의하면 현재 수준으로 온실가스가 배출될 경우 60년 후에는 2월에 벚꽃이 필지도 모른다는 뉴스를 읽고 나니 눈앞의 풍경이 달리 보였습니다. 산책로 휴지통에 흘러넘친 쓰레기더미를 보자 가슴은 더 답답해졌습니다.  
 
4월 8일 금요일, 누군가는 꽃을 보며 봄을 음미하고 있을 그때, 스톡홀름에서는 그레타 툰베리가 190번째 등교 거부 시위를 벌였습니다. 이제 누구나 그레타 툰베리를 압니다. 2019년 〈타임〉지가 선정한 올해의 인물이자 노벨 평화상 후보로 3년째 거론되고 있는 환경 운동의 아이콘.
 
2018년 여름, 열다섯 살 그레타 툰베리는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며 매주 금요일마다 학교 대신 국회 의사당으로 향했고 이는 전 세계에 ‘미래를 위한 금요일’ 운동으로 확산되며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다음 해 미국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총회에 참석해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는 세계 지도자들을 향해 "어떻게 감히 그럴 수 있느냐(How dare you)"라며 매서운 일침을 던진 연설은 그를 더욱 유명하게 만들었죠.
 
2019년 유엔기후변화협약 총회에서 화제의 연설을 펼친 그레타 툰베리 (@GettyImages)

2019년 유엔기후변화협약 총회에서 화제의 연설을 펼친 그레타 툰베리 (@GettyImages)

“우린 지구가 여러 개라도 되는 것처럼 살아가요.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을 미래 세대가 바꿀 순 없잖아요. 다들 손 놓고 있어서 제가 나선 거예요.” 지난해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그레타 툰베리〉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영화는 스타 환경운동가의 활약상에 초점 맞추기보다 십 대 소녀가 감내하고 있는(우리가 몰랐던) 고단함과 무거운 책임감을 들여다보게 합니다.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비행기를 타지 않겠다고 결심한 그는 2019년 뉴욕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태양열 요트를 타고 대서양을 횡단했지요. 거센 파도에 흔들리는 작은 배 안에서 소녀는 울먹입니다. “집에 가고 싶다. 책임감으로 어깨가 무겁다. 내가 원해서 하는 일이 아닌데...”
 
환경 운동의 상징으로 떠오르면서 그레타 툰베리는 ‘불편한 진실’을 거부하는 이들의(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포함해) 비난과 조롱에 시달렸습니다. 세상은 그를 영웅이라 칭송하면서도 한쪽에서는 선동가, 위선자, ‘버릇없는 어린애’라 공격했습니다. 협박 편지를 받고 극도의 스트레스에 시달리면서도 소녀가 멈추지 않았던 것은 오직 한가지 이유,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고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그레타 툰베리 @GettyImages

그레타 툰베리 @GettyImages

지난 4년간 그레타 툰베리는 “집이 불타고 있는” 절박한 심정으로 세상을 향해 외쳤습니다. 기차와 배에 몸을 싣고, 세계 곳곳에서 열리는 행사에 참석하고 각국 지도자와 저명인사를 만났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달라진 건 별로 없다고 그는 말합니다. 달라진 건 없는데 “세상이 나아지고 있다는 사람들의 생각” 때문에 더 불안하다고 말이죠.
 
평범한 사람들이 북극곰이 그려진 에코백을 메고, 일주일에 한 번 채식하는 걸로는 부족합니다. 기후 문제의 위험성을 알면서도 방치한 권력자들, 지구를 망가뜨리면서 이윤만 추구한 부유한 기업들이 앞장서서 책임져야 한다고 그레타 툰베리는 말합니다. 코로나 사태가 벌어지자 정치, 경제, 사회 각 분야가 움직이고 협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렇게 할 수 있는데 인류의 생존과 관련된 기후 위기에 대해서는 왜 당장 행동하지 않는가”라며 목소리를 높입니다.
 
불길한 뉴스는 도처에 있습니다. 해수면이 높아지고 폭염과 홍수가 증가하고 벌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집값이 얼마나 오르거나 떨어질지는 불확실하지만, 우리에게 닥친 기후 위기는 명확합니다. 지금 당장 확실하고 과감하게 대처하지 않는다면, 미래의 아이들은 아름다운 봄을 맞이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런데 언론과 기업, 정치가들은 무얼 하고 있나요? 그레타 툰베리가 느끼는 두려움과 절박함은 결코 개인적인 것이 아닙니다.
 
먼 훗날 그레타 툰베리의 외침이 예언이 아니라 희망으로 기억될 수 있길. 그러기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지, 우리 모두 생각해보는 지구의 날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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