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 방송 콘텐츠 서비스 OTT 시장이 2사 독주 체제로 굳어진 게 벌써 10년입니다. 여러 번의 통합과 분사를 거쳐 지상파는 웨이브(wavve), 케이블 채널과 종편은 티빙(Tving)이 서비스하는 식이죠. 이는 한국 소비자들에게 여전한 불만으로 남아 있고요.
넷플릭스가 〈오징어게임〉 등의 오리지널 시리즈로 가끔 홈런을 치며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상황이지만 그 사이 '공룡 IP' 디즈니+, HBO Max, 파라마운트+에 애플TV+까지 수많은 OTT들이 탄생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습니다. 처음에는 소문난 잔치에 무엇을 준비했나 구독을 하더라도, 곧 먹을 것이 없음을 확인한 다음의 소비자는 냉정합니다. 디즈니+나 HBO Max의 경우는 한국에도 인기 있는 시리즈들을 다수 보유 중이지만, 그것 '밖에' 없을 땐 외면당하기 마련이죠.
이런 OTT 서비스 업체의 기하급수적 증가는 지난 3년 업계의 성장이 그저 시대의 변화 때문이라는 단순한 판단에서 비롯된 것처럼 보입니다. 물론 시대는 변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집에 있기를 권고받는 팬데믹이 있기도 했고요. 하지만 글로벌 기업들의 마구잡이식 시장 진춞나 본다면, 소비자가 OTT 서비스에 지갑을 여는 근본적인 이유가 '편의성'이라는 점은 고려되지 않는 듯해요. OTT의 결정적 매력은 흩어져 있던 콘텐츠를 한데 모아서 보여준다는 거잖아요.
일단 한국 시장만 보자면 유의미한 가입자 수를 가진 건 넷플릭스, 웨이브, 티빙, 쿠팡플레이, 시즌, 왓챠, 디즈니+와 애플TV+ 정도입니다. 비교적 최근 한국에 진출한 디즈니+와 애플TV+가 현지화 실패와 양질의 콘텐츠 정기 수급 부족으로 고전 중인 모습이지만 구독자 수가 떨어지고 있는 건 시장 전체의 문제죠. 이걸 다 정기구독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돈이 아니라 시간이 없어서 어플을 켜 보지도 못할 것 같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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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티빙과 시즌이 통합을 검토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졌어요. 만약 티빙과 시즌이 합치면 현재 국내 2위인 웨이브의 가입자 수를 넘게 됩니다. 콘텐츠로만 봤을 때 크게 유의미한 통합인지는 의문이지만, 소비자들이 바라 마지않던 OTT 통합 시대의 서막이 열리게 된다면 그 자체로도 영향력 있는 사건이겠죠.
양측은 통합설에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HBO Max와 파라마운트+가 국내 OTT 진출을 접고 콘텐츠 제공 형식을 택할 만큼 불지옥이 된 시장에서 과연 어떤 결과가 도출될 지 궁금해 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