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레전드 록 밴드들이 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비판적 가사로 사랑받지만, 직접 사회운동가로 나선 이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 중에서도 아일랜드 밴드 U2는 노벨평화상 후보에 여러 번 이름을 올릴 만큼 세계 구석구석의 문제들에 꾸준히 목소리를 내 왔어요. 특히 프런트맨인 보노가 그렇고요.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된 지 벌써 3달째, 희망적인 뉴스가 좀처럼 들리지 않던 우크라이나에 U2 보노와 디 에지가 나타났습니다. 정확히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지하철 역에 등장했는데요. 이곳은 전쟁 중 러시아의 포화를 피하는 방공호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침공 이전엔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활기가 가득하던 공간에 세 달 동안 공포가 가득했다는 거죠.
8일(현지시각),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초청을 받은 보노와 디 에지는 키이우 흐레샤티크 지하철 역에서 약 40분 동안의 즉석 공연을 펼쳤습니다. 이날 부른 U2 대표곡 'Sunday Bloody Sunday'는 북아일랜드 분쟁 당시 영국 군대가 아일랜드 어린이와 운동가들에게 발포했던 '피의 일요일' 사건을 이야기한 노래입니다. 완벽히 같지는 않지만, 당시의 북아일랜드와 우크라이나의 상황 중 유사한 부분이 있기에 이날 공연이 더욱 의미 있었던 듯하네요.
이 밖에도 보노와 디 에지는 밴드의 최대 히트곡 'With or Without You'와 'Angel of Harlem' 등을 선보인 후 벤 E. 킹의 'Stand by Me'를 'Stand by Ukraine'로 개사해 우크라이나 군인들과 함께 불렀습니다. 이 중에는 전쟁 전 우크라이나에서 가수로 활동하다가 나라의 부름을 받고 군복을 입게 된 인물도 있었죠.
보노는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자신들 만의 자유를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니다. 자유를 사랑하는 우리 모두를 위해 싸우고 있다"라며 고통 받고 있는 현지 사람들과 전 세계를 향한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같은 날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질 바이든 미국 영부인 등도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응원의 뜻을 밝혔는데요. 러시아가 전쟁을 멈출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 만큼 각 국가들과 세계 유명 인사들의 비판 목소리는 더욱 커질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