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빼앗긴 우크라이나를 향한 지지와 평화의 메세지 || 엘르코리아 (ELLE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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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빼앗긴 우크라이나를 향한 지지와 평화의 메세지

"쇼를 취소하는 것도 고민했지만 악에 굴복할 수 없다고 생각했죠. 더 이상 제 일부를 전쟁에 희생시킬 수 없었습니다." - 뎀나 바잘리아

김지회 BY 김지회 2022.04.26
 
뉴욕, 런던에 이어 밀란에서 쇼가 이어지고 있던 2월 24일, 피지컬 쇼가 이전보다 많아지며 패션 위크에 활기를 더해가던 중 ‘전쟁이 시작됐다’는 믿기 힘든 뉴스가 전해졌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를 미사일로 공습한 것. 생사의 기로에 놓인 사람들 앞에서 쇼를 앞둔 관계자들은 혼란에 빠졌다. 푸틴의 공격 직후 쇼를 열게 된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음악을 틀 수 없다며 적막 속에서 쇼를 진행했고, 파리 패션위크를 앞두고 오트 쿠튀르의 드 라 모드 회장인 랄프 톨레다노는 ‘쇼를 엄숙하게, 어두운 시간을 반영해 진행하자’는 성명을 발표했다. 조지아 출신으로 가장 적극적인 목소리를 낸 디자이너는 발렌시아가의 수장 뎀나 바잘리아다. 우크라이나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시인 올렉산드르 올레스의 시로 시작한 쇼는 스노볼과 같은 돔 형태의 베뉴에서 혹독한 추위를 뚫고 걷는 이들의 모습을 연출했다. 6개월 전 기후 변화에 대한 우려를 담아 출발한 컨셉트였지만 후반부에 추가한 블루 드레스, 옐로 후디 세트 룩은 피란을 떠나는 이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2022 F/W 패션 위크 동안에 수익을 기부한 벨라 하디드.드레스X(@DRESSX)의 AR 드레스를 입은 셰어.
우크라이나 전쟁은 1993년 제가 고국에서 난민으로 전락했던 경험을 떠오르게 만들었어요. 30년 동안 트라우마로 시달려 이번 쇼를 취소하는 것도 고민했지만 악에 굴복할 수 없다고 생각했죠. 더 이상 제 일부를 전쟁에 희생시킬 수 없었습니다.
 
이자벨 마랑은 쇼 피날레에서 우크라이나 국기 컬러의 니트를 입고 등장했다.
뎀나의 빠르고 강력한 행동에 패션계가 전쟁을 반대하며 유대감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미카 아르가나라즈를 시작으로 지지 하디드, 벨라 하디드, 카이아 거버 등 모델들은 패션 위크 기간 동안의 수익을 우크라이나에 기부하기로 했고, 우크라이나 출신 올랴 쿠리슈크가 설립한 패션 플랫폼 1granary의 ‘Against War’ 서명운동엔 러시아의 침략을 규탄하는 수천 명의 패션 종사자들이 동참했다. 여기에 철강, 금융, 항공, 에너지원 등 다각도로 러시아에 가하는 압박에 패션 브랜드들도 합세했다. LVMH, 케어링, 프라다, 샤넬, 에르메스, 베르사체 등 패션 하우스 브랜드부터 H&M, 나이키, 아디다스, 인디텍스 그룹 등 스포츠와 SPA 브랜드까지 러시아에서 사업을 중단하거나 우크라이나에 기부금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힘을 모으고 있는 것. “기업들은 그들이 이익을 얻는 사회에 대한 책임이 있어요. 그것은 기본적인 원칙입니다. 더 큰 자산을 가진 회사들은 영감을 얻기 위해 패션 분야를 보고 따릅니다. 우리는 다양한 방식으로 그들에게 영감을 줘야 해요.” 현악 4중주로 우크라이나 국가를 연주하며 쇼를 마친 나누슈카의 CEO 피터 발다스티의 말이다. 그의 말처럼 시대 흐름에 맞게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해 영감을 주는 이들도 있다. Prospect 100은 모금을 위해 NFT 공모전을 개최하고, AR 브랜드 Dress X는 우크라이나 국기 색상으로 만든 컬렉션을 론칭해 패션 인플루언서들을 통한 홍보와 기금 마련을 펼치고 있다.
 
킬리언 커너 쇼에선 단체로 ‘피스’ 후디드 티셔츠를 입고 피날레를 장식했다.

킬리언 커너 쇼에선 단체로 ‘피스’ 후디드 티셔츠를 입고 피날레를 장식했다.

패션 에디터 출신이자 베터(community.bettter.us)의 파운더 줄리 펠리파스는 비영리 디지털 플랫폼을 만들어 독일, 루마니아, 몰도바 등 뿔뿔이 흩어져 있는 우크라이나의 아티스트들이 계속 일할 수 있도록 그들의 프로필을 만들고 홍보와 법률 자문을 도와주며 결집시키고 있다. 전쟁이라는 적에 맞서 비즈니스 시스템을 바탕으로 연대한 이들의 행동은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의 말을 떠오르게 한다. “현대세계는 더 이상 잉카 문명을 정복했던 스페인이나 고대 그리스를 정복했던 로마처럼 전쟁을 통해 국력을 높이거나 나라를 정복할 수 없습니다. 이는 누구나 아는 사실이죠. 하지만 안타깝게도 오늘날 여전히 이것을 믿지 않는 광인과 광신도들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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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김지회
    courtesy of balenciaga/ imaxtree.com
    courtesy of instagram @bellahadid/ @dressx
    디자인 김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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