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군대가 우크라이나 소도시에서 민간인들을 참혹하게 죽였다 || 엘르코리아 (ELLE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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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군대가 우크라이나 소도시에서 민간인들을 참혹하게 죽였다

키이우 주변 부차-보로댠카-모티진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쟁 범죄.

라효진 BY 라효진 2022.04.06
한 달이 넘도록 러시아의 공격을 받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어마어마한 군사력 차이에도 온 국민이 합심해 결사항전을 벌이고 있지만 버텨내기 쉽지 않은 모습입니다. 전쟁이 진행될수록 민간인들이 입는 피해도 커질 수밖에 없지만, 러시아 군대가 지나간 우크라이나의 마을에선 일어나선 안 될 일이 일어났습니다.
 
 
러시아 군의 우크라이나 민간인 학살 정황이 드러난 건 이달 초입니다. 초기부터 러시아 군이 교회와 유치원 등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피신처에 미사일을 퍼부었다는 현지 소식이 전해지기는 했지만, 이번 전쟁에서 '대량 학살'이라는 전쟁 범죄가 이토록 또렷하게 목격된 건 처음입니다.
 
 
무장한 군인들은 저항이 불가능한 민간인들을 끔찍한 방식으로 죽이고 아무렇게나 버려 두었습니다. 전쟁 전엔 평온했을 거리에 시신이 흩어져 있고 산 사람들은 그 길을 걸어 다닙니다. 대충 판 듯한 큰 구덩이 속은 살해당한 사람들이 담긴 포대로 가득합니다. 우크라이나 소도시 부차에서 나온 민간인 시신만 410구에 달합니다. 이 시신들 중 일부는 러시아 군의 탱크에 짓밟히기까지 했습니다.
 
가정집을 개조한 민간인 고문 시설에서 수많은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고문 끝에 처형당했습니다. 집단 성폭행을 당하고 불에 태워진 여성의 시신도 발견됐습니다. 전시 강간에 노출된 여성들은 콘돔과 응급 피임약을 챙겨 피난을 다니고 있습니다. 보로댠카와 모티진에서도 광범위한 민간인 대상 전범 증거들이 드러나는 중입니다. 퇴각 과정에선 아이들을 탱크에 태워 우크라이나 군대의 공격을 피하려고도 했죠.
 
 
하지만 러시아는 전쟁 범죄를 일으킨 적이 없으며 이 모든 것이 조작이라고 주장합니다. 러시아 국방부는 부차 대학살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러시아 군대가 부차를 떠난 후 우크라이나가 시신을 옮겨 놓은 것이라고요. 하지만 뉴욕타임스의 4일(이하 현지시각) 보도에 따르면 현지 영상과 위성사진에는 러시아의 주장과 전혀 다른 결과가 포착됐습니다. 대부분의 시신은 러시아 군대가 부차를 점령하고 있을 때 버려진 것들이었죠. 시기상으로 보면 거의 전쟁 초기부터 민간인 학살이 이뤄졌다고 판단됩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5일 UN(국제연합)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러시아 군대가 단지 재미를 위해 우크라이나 민간인들을 죽였다며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단체 IS와 다를 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 자리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희생된 민간인들의 사진이 담긴 영상을 재생하기도 했는데요. 그는 러시아가 안보리 상임이사국이기 때문에 현재 응당 러시아에 가해져야 할 제재가 막혀 있다며, 러시아의 상임이사국 퇴출을 요구했습니다.
 
 
한국 정부도 우크라이나 민간인 학살에 대한 성명을 내놨는데요. 외교부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발표한 민간인 학살 정황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전시 민간인 학살이 명백한 국제법 위반임을 강조했습니다. 이와 함께 독립적 조사를 통한 효과적 책임 규명이 중요하다는 UN 사무총장의 4.3 성명을 지지하기도 했죠.
 
이처럼 극단으로 치달은 상황에 단초를 제공한 것이 도대체 누구냐는 책임론도 불거지는 중인데요. 사실 우크라이나가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았어도, NATO(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나 EU(유럽연합)에만 가입했어도 이 사달이 나지는 않았을 거란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UN 안보리에서 14년 전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반대했던 독일과 프랑스를 꼭 짚어 비판했습니다. 특히 독일의 경우는 이번 러시아 침공이 벌어졌을 때도 다른 EU 국가들과 달리 입장을 유보했었는데요. 이런 행보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는 건 에너지 수입 문제입니다. 독일과 러시아는 가스 파이프 '노르트스트림2'로 연결돼 있거든요. 에너지원의 절반 이상을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는지라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거예요.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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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의 맹주 격인 독일은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 재임 시절부터 친 러시아 길을 걸어 왔습니다. 특히 EU에서 원자력 발전과 화력 발전 등을 폐지하는 분위기 속에서, 러시아로부터 천연가스를 공급 받는 파이프까지 뚫었으니까요.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은 최근 이 같은 독일의 친러 행보를 반성했습니다. 그는 "노르트스트림2 사업에 집착한 건 분명한 실수"라고 인정하며 "푸틴 대통령이 제국주의적 광기로 자국의 경제·정치·도덕적 파멸을 받아들이리라곤 생각지 못했다"라고 했어요.
 
이 같은 상황 속 UN 안보리에서 수위 높은 비판 발언을 했던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내 "러시아 군대가 벌인 일은 용서할 수 없지만, 우리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라며 평화 협상을 향한 의지를 재차 천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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