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후 약 1년, 전 세계가 코로나19와의 공존을 준비하기 시작하며 영화제들도 보다 활기를 띠고 있어요. 제75회 칸 영화제도 팬데믹 이전처럼 5월에 열립니다. 또, 이번엔 더 많은 한국 영화와 배우들이 영화제의 초청을 받았습니다.

먼저 경쟁 부문에는 두 편의 한국 영화가 출품됐는데요. 공교롭게도 모두 CJ ENM이 투자배급한 작품이네요. 박찬욱 감독이 20년 만에 선보이는 '15세 관람가' 영화이자 '멜로 드라마'를 표방하는 〈헤어질 결심〉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첫 한국 영화 〈브로커〉가 경쟁합니다. 여기에 정주리 감독이 내놓은 8년 만의 차기작 〈다음 소희〉가 비평가 주간 폐막작으로 선정됐어요. 비평가 주간 심사위원에는 허문영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이 심사위원으로 위촉됐고요.
이정재의 영화 감독 데뷔작 〈헌트〉는 미드나잇 스크리닝을 통해 최초로 공개됩니다. 그와 '청담동 부부'로 불리는 정우성도 영화의 주연배우 자격으로 일찌감치 칸 행을 결정했다고 해요. 또 문수진 감독의 〈각질〉이 한국 애니메이션 최초로 단편 경쟁 부문에 초청됐습니다. 여기에 김선영과 오광록, 박지민 등이 출연한 프랑스 영화 〈ALL THE PEOPLE I'LL NEVER BE〉가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서 상영됩니다.
정리해 보면 〈헤어질 결심〉의 박찬욱 감독, 박해일, 〈브로커〉의 송강호, 강동원, 배두나, 아이유(이지은), 이주영, 〈다음 소희〉의 정주리 감독, 배두나, 〈헌트〉의 이정재 감독, 정우성 등을 비롯해 문수진 감독, 허문영 위원장, 김선영, 오광록, 박지민 등이 영화제 현장에서 저마다의 빛을 뿜을 예정이예요. 어때요, 벌써부터 괜히 애국심이 솟아오르는 것 같지 않나요?
전 세계를 뒤덮었던 감염병의 시대가 끝나려 하니 전쟁의 공포가 닥친 또 다른 '이 시국'에도, 영화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세상이 조금씩 앞으로 나아갈 때마다, 영화는 그 진보를 대중에게 들려주고 또 비춰 왔죠. 이번 영화제도 시작 전부터 상징적 사건이 있었습니다. 개막작 〈Z〉의 감독 미셸 아자나비시위스는 돌연 프랑스 제목을 교체했는데요. 2022년 4월 현재, 'Z'는 러시아 지지자들 사이에서 우크라이나 침공을 찬성하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관객에게 기쁨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영화에 전쟁의 티끌도 묻지 않길 바라는 감독에 칸 영화제 사무국도 지지 의사를 표명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