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여유를 꿈꾼다면 돈에 대해선 솔직하게 말하는 편이 좋다. "돈이 좋은가요?" 누군가가 내게 이렇게 물으면 나는 당연히 "그럼요"라고 대답한다.
부자가 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지만, 많은 사람은 그럼에도 부자가 되길 꿈꾸며 로또를 산다. 하지만 부자들을 싸잡아 욕하는 사람도 결코 적지 않다. 왜? 어떤 사람들은 자신이 갖지 못한 것을 타인이 갖고 있을 때 본능적으로 분노한다. 부자들이 부당한 방법으로 돈을 벌었다면 그 분노는 정당하겠지만, 합법적인 방법으로 부자가 된 사람들을 보면서도 화부터 내는 것이다.
적어도 경제적 자유를 꿈꾼다면 위와 같은 태도는 하루빨리 버리는 편이 좋다. 부자가 되고 싶다면 당연히 부자의 생각과 태도 그리고 그들의 스킬을 배워야 한다. 최근 NH투자증권에서 '2022 대한민국 상위 1% 보고서'를 공개했다. 우리나라 상위 1% 부자에 관한 리포트다. 부자를 보며 분노하는 사람과 부자를 공부하는 사람 중 누가 더 잘될 가능성이 높을까?
보고서에 따르면 상위 1%의 순자산은 29억2010만원이다. 순자산이란 총자산에서 부채를 뺀 자산을 말한다. 즉, 빚을 제외한 순수 재산이 29억2010만원이면 대한민국 상위 1% 부자라는 뜻이다. 자신의 상황에 따라 이 금액에 대한 해석은 제각각일 것이다. 누군가는 '저 정도나 있어야 1%에 들어갈 수 있구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생각보다 커트라인이 높진 않네'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어쨌든 이 커트라인은 매년 오르는 중이다. 1년 전과 비교해 1% 순자산 커트라인은 무려 12%나 올랐다. 시간이 지날수록 물가는 올라가고, 물가가 오른다는 건 현금의 가치가 하락한다는 뜻이다.
최근 몇 년 동안 미국 주식과 암호화폐 시장이 급성장하며 젊은 나이에 큰돈을 번 사람의 이야기가 종종 소개됐다. 그러나 실제 통계를 보면 '영앤리치'는 그리 많지 않다. 상위 1%를 연령대로 나누면 60대가 34.6%로 많았다. 그 뒤로는 50대(25.3%)와 70대(21.4%) 순이었다. 즉, 상위 1%의 88%가량이 50대 이상이었다. 투자를 시작한 20대, 30대는 이왕이면 빠른 나이에 큰돈을 벌고 이걸 누리면서 살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 어떤 나무도 하루아침에 무성하게 자라지 않는다. 때론 가뭄에 시달리고 때론 태풍을 맞으며 거세게 흔들린다. 그런 시련을 하나둘 헤쳐 나가며 마지막에 열매를 맺는다. 가문은 하루아침에 탄생하는 게 아니다. 부자가 되고 싶다면 조급함을 버려야 한다. 투자의 신 워런 버핏의 자산 역시 그의 인생 후반부에 급격하게 늘어났다. 젊은 시기엔 무던하게 씨앗을 뿌려야 한다.
상위 1% 부자들은 서민과 다르게 빚 걱정 없이 살고 있을까? 그렇지 않다. 상위 1% 자산가 중 80%가 부채를 보유하고 있다. 대출은 크게 담보대출과 신용대출로 나뉜다. 부자들이 보유한 대출 중 93%는 담보대출이다. 즉, 마이너스 통장과 같은 신용대출은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그 대신 부동산 담보대출을 적극 활용했다. 즉, 부자들은 빚을 내서 좋은 자산에 투자했고 이것이 그들이 상위 1%가 된 주요 비결이다. 아무리 검소하게 산다고 해도 오직 월급으로만 30억 가까운 순자산을 키우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빚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서 개인에게는 그게 재앙이 될 수도 있고, 축복이 될 수도 있다. 좋은 자산을 획득하기 위해 감당해야 하는 빚은 가급적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편이 좋다.
인간에게 일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 어떤 일이든 끝이 있다. 직장인은 더 오래 일하고 싶어도 정년이 지나면 일을 할 수 없다. 정년퇴직이 없는 사업가라고 할지라도 언젠간 일은 그만둬야 할 날이 온다. 인간의 몸은 서서히 낡아가고 분명히 언젠간 일을 그만둬야 할 날이 온다. 하지만 일을 그만두고 수입이 없어도 삶은 계속된다. 삶을 유지하려면 돈이 필요하다. 즉, 잠자는 동안에도 돈이 들어오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것을 자본소득이라고 말한다. 상위 1% 부자들은 은퇴하고 더 이상 일을 하지 않아도 평균 1억3000만원의 소득을 올린다. 이자, 배당, 월세 등 다양한 자본소득 체계를 구축한 것이다. 노동소득이 있을 땐 매달 받는 월급으로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다. 그래서 자본소득의 중요성을 간과하기가 쉽다. 하지만 당장 다음 달부터 내가 일을 못 한다고 가정해보자. 나는 그럼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이걸 무섭게 생각하고 미리 대비하는 편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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