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을 씹어먹으려던 기업이 있었다_돈쓸신잡 #41 || 엘르코리아 (ELLE KOREA)
SOCIETY

애플을 씹어먹으려던 기업이 있었다_돈쓸신잡 #41

영원한 관계가 없듯 영원한 기업도 없다.

김초혜 BY 김초혜 2022.04.15

"추억 소환" vs "흑역사 봉인 해제" 

unsplash

unsplash

싸이월드 앱 출시 첫날부터 많은 사람이 몰렸다. 서비스가 일시적으로 마비될 정도였다. 사라졌던 나의 미니홈피가 부활했다. 기분이 묘했다. 고향 집에 있는 빛바랜 사진첩을 펼칠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나는 고등학교 때부터 군대 가기 직전까지 싸이월드를 이용했다. 제대하고 사회에 나오니 사람들은 더 이상 싸이월드를 하지 않고 트위터, 페이스북을 했다. 나 역시 대세에 따랐다.
오랜만에 마주한 미니홈피에는 내 사진, 친구 사진, 감성 사진, 감성 글 등등 지나간 나의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약간 서글픈 느낌이 들었다. 과거엔 친했지만, 지금은 멀어진 친구들과 함께 한 사진이 있었다. 우리는 왜 멀어졌는가. 왜 돈독했던 관계는 쇠퇴하는가. 어떤 이유가 있어서 쇠퇴하는 경우도 있고, 아무 이유 없이 그냥 그렇게 된 사이도 있다.
기업의 운명도 마찬가지다. 영원한 관계가 없듯 영원한 기업도 없다. 막강한 존재감을 뽐내던 기업도 어느 순간 희미해질 수 있다.
 

철옹성으로 불렸던 노키아

unsplash

unsplash

2008년 LG경영연구원에서 발간한 글로벌 휴대폰 산업 동향 보고서엔 이렇게 적혀 있다. "국내 업체들이 모두 글로벌 3위 안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점점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아직 기뻐하기엔 이른 것 같다. 글로벌 톱 노키아의 벽이 점점 더 높아가고만 있기 때문이다. 노키아의 시장 점유율은 이미 40%를 넘어 2위인 삼성(15%)의 2배가 훨씬 넘는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 보고서의 제목은 '노키아는 철옹성인가'다. 저 당시 노키아는 2위, 3위 기업들이 차마 넘볼 수 없는 휴대폰 최강자였다. 하지만 철옹성은 결국 뚫렸다. '노키아 제국'은 맥 없이 무너졌다. 아이폰을 내세운 '사과 제국'의 역습에 무참하게 당했다. 노키아는 스마트폰 시대를 예견하지 못했을까? 아니다. 노키아는 애플보다 몇 년이나 먼저 스마트폰을 만들었고, 이 새로운 기계가 미래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방향 설정에 실패했다. 애플이 애플스토어를 기반으로 소프트웨어 생태계에 집중할 때 노키아는 자신들이 잘하는 '하드웨어'에 매달렸다. 노키아는 급격한 쇠락의 길을 걸었다. 2013년엔 결국 모바일 사업 부문을 마이크로소프트에 매각했다.
 

장인 정신이 오히려 독이 된 소니

unsplash

unsplash

한 사람의 생애 중 단기간에 돈을 가장 많이 쓰는 시기가 언제일까. 바로 결혼할 때다. 돈 들어갈 일이 많다. 신혼집에 넣을 가전제품을 골라본 사람들은 안다. 어떤 가전이 좋은 가전인가? 고고익선이다. 비쌀수록 좋다. LG전자의 프리미엄 라인 '시그니처' 제품이 좋다는 건 모두가 알지만 가격 때문에 진입 장벽이 높다. 지금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과거엔 '이 브랜드' 제품이 집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성공의 척도가 됐던 적이 있다. 바로 소니다. 소니에서 만든 텔레비전을 갖는 것이 로망인 시대가 있었다.
현재는 어떤가. 여전히 소니는 텔레비전을 만들지만 성적표는 초라하다. 세계 최대 TV 시장인 북미 지역에서 2020년 소니 TV의 점유율은 겨우 1%대다. 삼성전자와 LG전자에 역전당한 이후 소니는 무참하게 내리막길을 걸었다. 80년대, 90년대만 해도 혁신의 상징이자 그 자체로 하나의 스타일이었던 소니는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삼성과 LG가 새로운 기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며 TV 혁신을 추구할 때 소니는 장인 정신에 입각해 자신들이 잘하는 것을 계속 고집했다. 혁신 하나가 승패를 좌우하는 시장에선 장인 정신이 독이 될 수도 있다. 소니는 유연하지 않았다.
 

"사과? 씹어먹겠어" 애플에도 당당했던 아이리버

아이리버 광고

아이리버 광고

무려 애플에게 선빵을 날린 한국 기업이 있었다. 대기업도 아니었다. 아이팟을 내놓은 애플을 도발한 기업의 이름은 아이리버(당시 이름은 레인콤)다. 2005년 아이리버는 미국, 영국, 일본의 도심에 도발적인 대형 광고를 걸었다. 아이리버 MP3 제품을 사용하는 모델이 사과를 씹어 먹는 이미지를 담은 광고였다. 말 그대로 애플을 씹어먹겠다는 메시지였다. 아주 근거 없는 자신감은 아니었다. 당시 아이리버는 해외 MP3 시장 25%를 차지한 상태였다. MP3 시장 자체가 아이리버가 개척한 영역이다. 빌 게이츠마저 아이리버를 극찬할 정도였다. 아이리버 이전엔 음악을 듣기 위해선 카세트테이프나 CD플레이어를 이용해야 했다. 적어도 MP3 영역에서 애플은 후발주자였다.
 
하지만 아이리버의 시대는 "애플을 씹어먹겠다"라는 광고를 낸 이후부터 급격하게 쇠퇴했다. 삼각형 기둥 모양의 MP3 플레이어 '프리즘', '크래프트'의 성공 이후 이렇다 할 킬러 제품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게다가 애플은 아이튠즈를 내세워 거대한 음원 유통 생태계를 만들었다. 그리고 결국 아이폰 등장했다. 그렇게 MP3 플레이어의 시대는 막을 내렸다.
  
.

.

 

'돈 되는 쓸모 있는 잡학 사전' #돈쓸신잡 더 보기

팝업 닫기

로그인

가입한 '개인 이메일 아이디' 혹은 가입 시 사용한
'카카오톡, 네이버 아이디'로 로그인이 가능합니다

'개인 이메일'로 로그인하기

OR

SNS 계정으로 허스트중앙 사이트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회원이 아니신가요? SIGN U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