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큰 어른들이 포켓몬 스티커에 왜 그렇게 열광하지?_돈쓸신잡 #38 || 엘르코리아 (ELLE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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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큰 어른들이 포켓몬 스티커에 왜 그렇게 열광하지?_돈쓸신잡 #38

유년 시절에 포켓몬 스티커를 모은 추억이 없는 Z세대 역시 이 신드롬에 합류했다.

김초혜 BY 김초혜 2022.03.24
1999년도였다. 당시 나는 초등학교 5학년이었다. HOT, 신화, 핑클, SES의 음악이 길거리 어디를 가도 흘러나왔다. 2000년이 되면 컴퓨터가 버그를 일으켜 사회가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밀레니엄 버그’ 괴담이 돌던 시대기도 했다. 이정현은 지금 눈으로 봐도 낯선 전위적인 컨셉을 들고나와 ‘와’를 부르며 세기말의 아이콘이 됐다. 1999년도는 그런 해였다. 세기말 특유의 묘한 긴장감과 암울함 그리고 새로운 시대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이 뒤섞인 어수선한 해였다. 어린 나이에도 세상이 얼마나 들뜬 상태인지 느껴질 정도였다.
그런데, 그러거나 말거나 당시 나와 내 친구들의 관심사는 하나였다. 어떤 슈퍼마켓에 가야 희귀한 포켓몬스터 스티커를 구할 수 있는지가 최대 화두였다. 이웃 초등학교 앞에 있는 슈퍼마켓에 ‘꼬부기 스티커’가 잘 나온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래서 친구들과 오직 포켓몬 빵을 사기 위해 원정 쇼핑을 떠나기도 했다. 어떤 친구는 빵을 먹지 않고 스티커만 모으기도 했다.
 
그날로부터 20년이 훌쩍 흘렀다. 포켓몬 스티커를 모으던 아이들은 이제 어른이 됐다. 어른이 됐다는 건 스티커 말고도 세상에 중요한 일이 많다는 걸 알게 됐다는 뜻이다. 그래서 최근 포켓몬 빵과 스티커가 재출시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만 해도 ‘그래? 그렇구나~’ 정도로만 여겼다. 그런데 이게 완전히 터져버렸다. 어린이에서 어른이 된 사람들은 더는 빵 가격을 보지 않고 쓸어 담는다. 편의점에 포켓몬 빵이 입점하자마자 곧바로 탈탈 털어간다. 명품매장처럼 편의점에서도 오픈런을 하는 상황까지 일어났다. 당근마켓에선 희귀한 스티커는 웃돈이 붙어 거래되고 있다. 방탄소년단 RM마저 인스타그램에 포켓몬 빵을 사기 위해 편의점을 여러 군데 돌았다며 “제발 더 팔아달라”라고 호소할 정도다.
 

희소한 것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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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만에 다시 부활한 이 신드롬을 어떻게 봐야 할까. 무엇이 다 큰 어른들을 편의점 앞에 줄 세우는가. 물론 추억의 힘은 강하다. 어린 시절 나를 설레게 했던 것을 떠올리며 다시 한번 그 마음을 느끼기 위해 1500원을 지출하는 건 가성비 측면에서도 뛰어나다. 그래서 기꺼이 포켓몬 빵 사냥을 나선 어른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게 전부는 아니다. 인간에게는 희소한 것을 소유하고 싶은 본능이 있다. 포켓몬 스티커에 관심이 없는 사람일지라도, 이 아이템이 희소하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 좋든 싫든 어느 정도는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정작 유년 시절에 포켓몬 스티커를 모은 추억이 없는 Z세대 역시 이 신드롬에 합류했다. 이것이 희소한 아이템이 품은 마력이다.
 

부자들은 희소함을 수집한다

대치동 1타 강사들의 수익은 어느 정도일까. 이 업계 최정상인 현우진은 연봉만 최소 200억 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걸어 다니는 기업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현우진은 미술품 수집가로도 유명하다. 직접 미술 경매에 참여해 수십억에 달하는 작품을 구매한다. 특히 일본 화가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을 유독 좋아하는데, 현우진이 경매에서 낙찰받은 쿠사마 작품 4점의 가격은 100억 원이 넘는다.
이처럼 부자들이 미술품을 모으는 일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부동산을 사고 주식을 사다가 결국 마지막엔 미술품을 수집한다. 부자들이 미술 시장에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이 세상에 단 하나’라는 희소성 때문이다. 평범한 사람이 보기엔 그림 한 점에 수십억 쓰는 것이 도무지 이해가 안 갈 수도 있지만, 그건 본인을 기준으로 세상을 판단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기꺼이 희소성이라는 가치를 얻기 위해 큰돈을 지불하고 그들에겐 이게 경제적으로 큰 모험도 아니다. 그들은 역설적으로 현금이 너무 많아서 더 이상 현금이 필요 없는 사람들이며, 이 현금을 쌓아둘 바엔 희소한 자산으로 교환하는 편을 선택하는 것이다.
 

희소함에 집중하는 것이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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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소함’이라는 가치가 꼭 부자에게만 필요한 건 아니다. 투자라는 것 자체가 희소함에 베팅하는 행위다. 주식 투자를 예로 들면, 주식을 산다는 건 기업을 사는 것이다. 당연히 좋은 기업을 고를 줄 아는 안목이 중요하다. 어떤 기업이 좋은 기업일까. 다른 기업은 흉내 내기 어려운 희소한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이 좋은 기업이다. 어떤 기업은 경쟁자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따라 하기 어려운 희소함을 보유하고 있다. 애플, 나이키처럼 브랜드 자체가 하나의 문화가 된 기업들이 그렇다. 이런 기업에 투자하는 것은 부자들이 그림을 모으는 것처럼 ‘희소함’에 베팅하는 행위다.
비트코인 역시 핵심은 ‘절대적 희소성’이다. 비트코인의 총량은 2100만 개로 정해져 있다. 기술적으로 비트코인 개수는 더 늘어날 수 없다. 블록체인 기술 자체가 갖는 의미도 크지만, 만약 비트코인이 무한 증식하는 자산이었다면 지금처럼 큰 관심을 얻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더 넓게 보면 한 인간의 삶에서도 희소함은 중요하다. 그 어떤 영역에서든 성공한 사람은 언제나 소수다. 그들은 희소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어떻게 희소함을 얻었을까. 남들이 하지 않는 일을 노력을 꾸준히 해왔기에 보상을 얻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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