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ETY

댓글 보지 마_라파엘의 한국살이 #32

한국의 해로운 인터넷 문화는 언제 멈출까.

BY김초혜2020.09.11
 
@jacobwalti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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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보지 마 ㅠㅠ

아침에 일어나면 이따금 친구들로부터 문자가 와 있다. “댓글 보지 마”, “속상해하지 마”, “신경 쓰지 마”. 처음에는 친구들이 왜 이런 얘기를 하는지 몰랐지만, 이제는 직감한다. 또 악플이 달린 거다. 한국에서 온라인 댓글이 가진 파급력은 상상 이상이다. 때로는 기사 내용보다 댓글이 더 큰 영향력을 가진다. 댓글이 많이 달린 뉴스가 가장 높은 랭킹 뉴스로 ‘끌올’ 되고, 사람들은 상단에 올라온 뉴스를 무의식적으로 계속 누른다.
@plhnk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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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놓고 얘기해 보자.
당신은 얼마나 잦은 빈도로 랭킹에 오른 뉴스를 확인하는가? 기사 내용은 그대로 스킵하고 바로 댓글만 읽진 않는가? 베스트 댓글에 달린 대댓글을 펼치는 수고를 기꺼이 감수하진 않는가? 한국 친구들이 읽어보라고 보내주는 기사 대부분은 랭킹에 이미 올라가 있는 뉴스다. 링크를 열어보면 어김없이 만 개 이상의 댓글이 달려있다. 물론 댓글 중에는 주옥같은 풍자와 해학이 곁들여진 것도 있고, 이런 댓글은 일상의 활력소가 되기도 한다. 문제는 차마 눈을 뜨고 보기 힘든 악의적인 댓글이다.
 
악성 댓글이 기사에만 달리는 건 아니다. 트위터,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SNS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다. 악성 댓글을 읽다 보면, 온라인 집단 괴롭힘인 ‘사이버 불링’(cyber bullying)이 한국 사회에 미치는 악영향의 크기를 가늠할 수도 없다. 어쩌다 동방예의지국이라는 한국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내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한국 사람들의 대부분은 예의 바르고, 교육 수준이 높은 사람들이다. 얼굴을 눈앞에 두고 비난을 일삼는 이들을 자주 보기 어렵다. 그런데 댓글 창 안에서는 한순간에 추한 악마의 모습으로 돌변한다.
 @andy_grizz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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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성은 익명이라는 그늘 아래서 너무나도 쉽게 표출된다. 특히 여성을 향한 악플은 더 그렇다. 증오에 가득 찬 악플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들의 불만은 단순하다. 피해 여성이 스스로가 생각하는 바를 스스럼없이 말하고, 자유롭게 행동하며, 타인과 다른 점을 과감하게 드러낸다는 이유다. 이를 퍼 나르면서 자극적인 기사에 매달리는 미디어의 행태는 상황을 악화시키는 데 일조한다. 특정 대상에 대한 편견을 단단하게 만들고, 안티 집단을 조장하며, 악플러가 악플을 달 수 있는 거리를 제안하는 역할을 도맡는다. 오직 클릭 수를 높이기 위해서.
 
그 폭력성이 얼마나 잔인하면 한 인간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선택을 하게 될까. 우리는 언제까지 끝이 보이지 않는 이런 폭력을 무기력하게 바라만 봐야 하는 걸까. 서로가 서로를 경쟁상대로 여기며 상대방이 존재함 자체를 위협적으로 받아들이는 사회는 분명 문제가 있다. 우리는 이해, 소통, 협력, 갈등 해결 같은 것들과 멀어지고 있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도 본인의 악성 댓글로 상대가 받게 될 상처는 전혀 예상하지 못하거나 알고 싶지 않은 상태의 소시오패스들을 양산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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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살이 9년 차, 영국에서 온 남자 라파엘 라시드가 쓰는 한국 이야기는 매주 금요일에 업데이트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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