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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알고 싶은 산책길 그 카페_맛의 동선 #14

창문을 통해 들려오는 세상의 부름에 부응해야 하는 계절. 거리로 나가 그저 걸으며 도시와 나를 재발견하는 날들. 걷기 좋은 산책길 그리고 카페.

BY권민지2020.05.28
하이버  
조선이 건국되고 도성을 세울 때 우백호로 삼았던 인왕산. 봄에는 꽃이 만발하고 아름다워 정선의 〈인왕제색도〉를 비롯해 산수화가 많이 그려진 곳. 산 능선의 동쪽으로 필운동, 누상동, 옥인동 등이 이어지며 ‘서촌’을 이룬다. 인왕산 자락길의 끝에 수성동 계곡이 있고 그 앞에 베이커리 카페 하이버가 등산객을 맞이한다. ‘앙버터 맛집’로 유명한 만큼 아담한 수량의 베이커리 류가 다 맛있고 커피, 차, 밀크티 등 음료 메뉴도 다채롭게 갖췄다. 공간이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휴가 낸 평일, 에코 백에 소설 한 권 넣어 경복궁역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오는 걸 추천한다(종로 09번 종점에 있다). 테라스 좌석에 앉아 서라운드로 울리는 새소리에 귀 기울이며 책을 읽다가 인왕산에 올라도 좋겠다. 전체가 화강암으로 되어 있고 기묘한 형상의 바위가 많아 고돼 보이지만 정상까지 1시간도 걸리지 않는, 가볍게 정복 가능한 산이다.
 
비단 콤마 그리고 마뫼
남산을 휘도는 소월길만큼 서울을 파노라마로 그려보게 하는 길이 있을까. 남산순환도로에서 김소월의 이름을 따 1984년부터 소월로라는 이름을 갖게 된 이 길은 402번, 405번 버스가 지난다. 남대문, 하얏트 호텔, 남산 도서관 등 서울의 과거와 현재가 담긴 랜드마크를 스치며 차창 밖으로 한국 근현대사를 흘려보낸다. 봄과 여름이면 수목이 우거지고 산꼭대기에서는 사방으로 펼쳐진 서울 시가지를 볼 수 있는 소월길. 이 길에는 잠시 쉬어 갈 두 곳의 카페가 있다. 우선 시작점에 위치한 밀리미터밀리그람 건물 꼭대기 층에 있는 비단 콤마. 이곳은 일본 가정식과 커피 메뉴를 갖추고 작품전시, 잡화판매 등 한국과 일본의 문화 아이템을 공유하고 나누는 다목적 콘텐츠 카페로 야외 테라스에서 남산과 남대문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좀 더 올라가다 보면 소월길 한복판, COFFEE라고 적힌 유백색 벽돌 건물이 눈길을 사로잡는 마뫼가 있다. 너른 창밖으로 또 테라스 좌석에서 케이블카가 움직이는 모습, 핑크빛으로 노을이 지는 모습, 오래된 아파트 모습을 조망할 수 있는 ‘뷰 맛집’.
 
프릳츠 커피 그리고 합  
조선 왕조의 공식 궁궐인 경복궁에 이어 나라에 전쟁이나 큰 재난이 일어나 경복궁을 사용하지 못할 때를 대비해 지은 ‘이궁’ 창덕궁. 경복궁이 질서 정연한 모양새로 왕의 권위를 상징한다면 창덕궁은 자연 지형에 맞게 배치된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추구해 유독 사랑한 왕들이 많았다. 원서동에서는 그 창덕궁 담장을 따라 걸으며 도심 속의 고요함과 호젓함을 즐길 수 있다. 산책에 나서기 전 들러야 할 카페는 한국 현대 건축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공간사옥을 인수해 2014년 문을 연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의 5층짜리 외식공간에 자리한 카페 두 곳. 뉴트로한 스페셜티 커피 전문점 프릳츠 커피는 볕 좋은 날 5층 석탑이 자리한 중정에서 커피를 마실 수 있어 좋다. 각종 떡과 약과 등을 빚어내는 병과점 합에서는 한옥 뷰와 함께 유자 팥빙수와 생강 조청을 머금은 주악을 즐길 수 있다.
 
 
*오랜 사람들과 맛있는 걸 먹을 때 가장 행복한 여자, 안동선의 바로 지금 먹어야 하는 맛 이야기는 격주 목요일에 업데이트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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