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하보이 동양의 고미술을 다루는 가족의 일원이 약 2개월 전 문을 연 보이차를 위한 공간. 슬라이딩 도어를 열고 들어가면 지난 세기부터 거기 있었을 것 같은 돌벽을 배경으로 청대 중국에서 1920년대 독일 그리고 오늘날 탄생한 물건들이 태연하게 어우러져 있다. 돌벽 앞에는 바우하우스 100주년 리미티드 에디션 버전의 ‘바실리 체어’와 베르너 팬톤의 ‘VP 글로브’ 조명이 놓여있고, 디귿 자 바에는 앤티크 찻잔들과 괴석 사이에 박서보 작가의 〈묘법〉이 걸려있다.
중국을 자주 드나들며 유물을 다루었던 부모님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가족이 둘러앉아 보이차를 마시는 일이 루틴이었던 주인장이 보이차의 세계로 이끌어준다. 차 판, 자사호, 다우 등 차 도구의 이름과 사용법을 세심하게 일러주며 시범을 보이고 보이차의 효능, 생차와 숙차의 차이 등을 소상하게 설명해준다. 단색화와 옛 물건들에서 배어 나오는 신묘한 기운, 피어오르는 하얀 김과 쫄쫄거리는 물소리, 월하보이에서 차의 시간은 시공을 초월한 듯한 분위기 속에서 아득하게 흘러간다. 서울 종로구 북촌로5길 26, 0507-1349-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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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음 티하우스 부암동 삼거리의 상아색 건물, ‘이음 티하우스’라고 적힌 에이포 용지를 따라 3층으로 올라가면 너른 창이 난 미니멀한 분위기의 찻집이 있다. 예약하면 오늘의 팽주와 함께 티 테이스팅 코스를 즐길 수도 있고 개별 차를 고르면 직접 차를 내려 마실 수 있게 차 도구를 세팅해준다. 차 수입사에서 운영하는 곳답게 고산차, 평지차, 홍차, 백차, 배화차 그리고 ‘샴페인 오룡’이라 불리는 동방미인 총 여섯 카테고리에서 취향대로 고를 수 있는 다채로운 대만차가 준비되어 있다.
청신한 피톤치드 향이 코와 목을 채우는 ‘문산포종 비새등급’, 우아한 히비스커스 향의 ‘금훤 동방미인’을 주문하자 건식 세트가 내 앞에 놓인다. 제조 과정이 투명하고 향과 맛에 있어 논리적인 설명이 가능해 대만차를 좋아하고 직접 산지에서 배워온 주인장이 시범을 보인다. 찻잎이 든 개완(뚜껑 있는 찻잔)에 끓인 물을 붓고 10여 초 후에 우려낸 물을 숙우에 따라낸다. 이때 물 한방울도 남기지 않게 대범하게 따라야 다음 차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창 너머의 하늘색 집과 산들거리는 들꽃을 바라보며 5g의 찻잎을 대여섯 번 반복해 우려내 마신다. 횟수를 거듭할수록 능숙해지는 손놀림, 화사한 향이 깃든 맑은 액체를 몸 안으로 흘려보내며 긴 호흡으로 차의 감각에 집중하는 시간은 어느 하루라도 의미 있게 만들어주는 의식이 된다. 서울 종로구 창의문로 137, 02-391-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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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사람들과 맛있는 걸 먹을 때 가장 행복한 여자, 안동선의 바로 지금 먹어야 하는 맛 이야기는 매주 목요일에 업데이트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