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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세로 교복 입은 강하늘-김영광-강영석이 직접 내놓은 고3 연기 평가

웃긴데 슬프고, 슬픈데 웃긴 24년 지기 친구들의 '퍼스트 라이드'.

프로필 by 라효진 2025.10.22

사실상 고등학생부터는 성인과 겉모습이 크게 다르지 않죠. 그래서 드라마나 영화에서 교복을 입은 어른 배우들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특히 극 중 시간대의 폭이 넓을 때, 이를테면 인물들의 유년부터 청년 시절을 한 작품에서 다룰 적에는 연결성 등을 고려해 성인이 고등학생 연기를 하곤 해요. 개중에는 도를 넘은(?) 세대 초월 교복 차림 탓에 영원히 회자되는 이들도 많고요.


영화 <퍼스트 라이드> 포스터

영화 <퍼스트 라이드> 포스터


6살부터 30살까지, 24년 동안 함께 한 네 친구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퍼스트 라이드>에서도 적지 않은 나이의 배우들이 교복을 입고 고3 학생을 연기했습니다. 작품은 오랫동안 친구였지만 수학여행조차 같이 가 본 적 없는 네 지기의 좌충우돌 첫 여행담을 그렸어요. 강하늘-김영광-차은우-강영석이 그 주인공인데요. 평균 나이가 약 34세입니다. 위화감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일 거예요. 하지만 각각 '완벽한 놈', '모자란 놈', '잘생긴 놈', '엉뚱한 놈'까지 구획이 딱 그어진 캐릭터 설정과 이를 능청스럽게 소화한 배우들 덕에 쉽지 않은(?) 교복 차림도 충분히 즐거운 영화적 허용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를 두고, 앞선 <퍼스트 라이드> 제작보고회에서 배우들이 사전에 사과의 뜻을 전하기도 했는데요. 당시에도 강하늘은 "더 이상 교복은 입으면 안되겠다. 처음 교복이 있는 신을 촬영하러 가면서 '그래도 교복을 아직은 입을 수 있나?' 했다"라며 "강영석을 보고 (속으로) '어?' 하고, 김영광 보고 '이제 우리 교복 입으면 안 되겠구나' 싶었다"라고 했죠. 이에 강영석은 "(예고 영상) 댓글 보니 '평생교육원이냐'고 하더라"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어요.


영화 <퍼스트 라이드> 스틸컷

영화 <퍼스트 라이드> 스틸컷


영화 개봉을 일주일 앞두고 22일 열린 시사회에서 최종적으로 그 모습을 재확인한 <퍼스트 라이드>의 주역들은 또 한 번 "죄송하다"라고 고개를 숙여 웃음을 줬습니다. 다만 강하늘은 "영화에서 실제 고등학생들과 한 화면에 나왔다면 미안함을 느꼈겠지만, 앵글 안에 우리 넷 밖에 없었으니까 괜찮지 않을까"라고 말끝을 흐려 폭소를 자아냈어요. 김영광과 강영석도 "앞으로는 삼가겠다"라고 했습니다.


언급했듯 <퍼스트 라이드>에서 배우들은 10대부터 30대까지 긴 시간대를 연기합니다. 이를 설득력있게 전달하려면 노력이 필요했을 텐데요. 현재 군 복무 중인 차은우를 제외하면 전부 30대기 때문에 30대 보다는 10대를 표현하기가 어려웠겠고요. 이에 강하늘은 "제가 의도한 부분은 메이크업"이라고 말문을 열었습니다. 그는 "교복 연기를 할 때는 메이크업을 하고, 30대 연기를 할 때는 완전히 노 메이크업이었다"라고 설명했어요.


영화 <퍼스트 라이드> 스틸컷

영화 <퍼스트 라이드> 스틸컷


김영광은 남대중 감독의 의도처럼 촬영 전부터 자연스럽게 친해졌던 것이 24년 지기 친구들의 진짜 케미를 창출하는 데 효과적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차은우가 부재 중인 지금 <퍼스트 라이드> 4인방의 막내인 강영석은 "진짜로 솔직히 말하면 형들과 같이 나오는 거라서 (저는 무난하게) 고등학생처럼 보일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라며 "그래서 노력을 안했다. 극 중 바가지 머리로 나오기도 하고. (영화를) 봤는데... 죄송하다. 될 줄 알았다"라고 말해 또 한 번 간담회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습니다.


이들을 한데 모은 남대중 감독은 <퍼스트 라이드> 촬영 현장을 "영화 만드는 즐거움을 가장 많이 느낀 작품"이라고 회상했습니다. 지금까지 여러 작품을 해 오면서, 이만큼 스태프와 배우가 함께 의논해 같이 영화를 만들어가는 기분을 느낀 건 처음이라는 의미였죠. 지난해 <30일> 이후 또 감독과 호흡을 맞추게 된 강하늘은 "남대중 감독과 작업하면 그 현장은 정말 여러 의미로 즐겁다. 웃긴 일도 많지만, (배우로서) 내 의견을 정확히 피력할 수 있고 또 그걸 정확히 받아들여 준다"라고 거들었고요.


영화 <퍼스트 라이드> 스틸컷

영화 <퍼스트 라이드> 스틸컷


남대중 감독은 대표적인 K-인사치레 중 하나인 '다음에'라는 말로 <퍼스트 라이드>의 주제 의식을 표현했습니다. 그는 "항상 답이 없는 '다음에' 말고, 옆에 있는 사람들과 지금 이 순간을 즐겁고 재미있게 살아가자는 취지로 각본을 썼다"라고 밝혔어요. 2016년 <위대한 소원> 이래로 코미디 외길 인생을 걸어온 감독은 <퍼스트 라이드>를 통해 작품 목록에 죽마고우를 다룬 또 하나의 영화를 추가하게 됐는데요. 그가 짚은 두 작품의 결정적 차이는 온 가족 관람 가능 여부입니다. 후자는 보다 무해한 코미디라는 설명이죠. 더불어 <퍼스트 라이드>는 감독의 실제 유사 경험을 기반으로 만들었다고 하니, 웃음과 함께 공감까지 불러 일으킬 지 주목됩니다.


영화는 연민(차은우)의 시선으로 진행됩니다. 연민의 내레이션으로 네 친구의 서사가 보강되는 식이죠. 차은우의 목소리가 화면에 더 착 달라붙도록, 감독은 모든 촬영을 다 마친 후 가편집본을 보여 준 다음에 내레이션 녹음을 했습니다. 시간이 빠듯했음에도 차은우가 현장을 충분히 느끼고 영화를 온전히 이해한 후 작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영화 <퍼스트 라이드> 스틸컷

영화 <퍼스트 라이드> 스틸컷


이처럼 입대 직전까지 공들여 <퍼스트 라이드>에 참여한 차은우는 홍보 활동까지 함께 할 수는 없었는데요. 친구들이 그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씩을 건넸습니다. 강하늘은 "고생하고 있는 것 너무 잘 알지만 우리가 영화 잘 홍보하겠다. 휴가 나와서 보게 되지 않을까"라며 "영화 많이 기대해 주고 한 만큼 재미있게 나온 것 같다. 나중에 보자"라고 했어요. 이어 김영광이 "너무 보고 싶고 빨리 만났으면 좋겠다"라고 하자 강하늘이 "뭔가 이상하다. 분위기가 점점 슬퍼지는 것 같다. '은우야 메롱' 이렇게 해야 할 것 같다"라고 말해 다시 웃음을 안겼습니다. 강영석은 "곧 100일 휴가인 것 같은데 연락 좀 달라. 제발"이라고 인사를 마무리했습니다. 이들의 노력이 담긴 <퍼스트 라이드>는 29일 개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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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에디터 라효진
  • 사진 쇼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