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세로 교복 입은 강하늘-김영광-강영석이 직접 내놓은 고3 연기 평가
웃긴데 슬프고, 슬픈데 웃긴 24년 지기 친구들의 '퍼스트 라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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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고등학생부터는 성인과 겉모습이 크게 다르지 않죠. 그래서 드라마나 영화에서 교복을 입은 어른 배우들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특히 극 중 시간대의 폭이 넓을 때, 이를테면 인물들의 유년부터 청년 시절을 한 작품에서 다룰 적에는 연결성 등을 고려해 성인이 고등학생 연기를 하곤 해요. 개중에는 도를 넘은(?) 세대 초월 교복 차림 탓에 영원히 회자되는 이들도 많고요.
영화 <퍼스트 라이드> 포스터
6살부터 30살까지, 24년 동안 함께 한 네 친구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퍼스트 라이드>에서도 적지 않은 나이의 배우들이 교복을 입고 고3 학생을 연기했습니다. 작품은 오랫동안 친구였지만 수학여행조차 같이 가 본 적 없는 네 지기의 좌충우돌 첫 여행담을 그렸어요. 강하늘-김영광-차은우-강영석이 그 주인공인데요. 평균 나이가 약 34세입니다. 위화감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일 거예요. 하지만 각각 '완벽한 놈', '모자란 놈', '잘생긴 놈', '엉뚱한 놈'까지 구획이 딱 그어진 캐릭터 설정과 이를 능청스럽게 소화한 배우들 덕에 쉽지 않은(?) 교복 차림도 충분히 즐거운 영화적 허용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를 두고, 앞선 <퍼스트 라이드> 제작보고회에서 배우들이 사전에 사과의 뜻을 전하기도 했는데요. 당시에도 강하늘은 "더 이상 교복은 입으면 안되겠다. 처음 교복이 있는 신을 촬영하러 가면서 '그래도 교복을 아직은 입을 수 있나?' 했다"라며 "강영석을 보고 (속으로) '어?' 하고, 김영광 보고 '이제 우리 교복 입으면 안 되겠구나' 싶었다"라고 했죠. 이에 강영석은 "(예고 영상) 댓글 보니 '평생교육원이냐'고 하더라"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어요.
영화 <퍼스트 라이드> 스틸컷
영화 개봉을 일주일 앞두고 22일 열린 시사회에서 최종적으로 그 모습을 재확인한 <퍼스트 라이드>의 주역들은 또 한 번 "죄송하다"라고 고개를 숙여 웃음을 줬습니다. 다만 강하늘은 "영화에서 실제 고등학생들과 한 화면에 나왔다면 미안함을 느꼈겠지만, 앵글 안에 우리 넷 밖에 없었으니까 괜찮지 않을까"라고 말끝을 흐려 폭소를 자아냈어요. 김영광과 강영석도 "앞으로는 삼가겠다"라고 했습니다.
언급했듯 <퍼스트 라이드>에서 배우들은 10대부터 30대까지 긴 시간대를 연기합니다. 이를 설득력있게 전달하려면 노력이 필요했을 텐데요. 현재 군 복무 중인 차은우를 제외하면 전부 30대기 때문에 30대 보다는 10대를 표현하기가 어려웠겠고요. 이에 강하늘은 "제가 의도한 부분은 메이크업"이라고 말문을 열었습니다. 그는 "교복 연기를 할 때는 메이크업을 하고, 30대 연기를 할 때는 완전히 노 메이크업이었다"라고 설명했어요.
영화 <퍼스트 라이드> 스틸컷
김영광은 남대중 감독의 의도처럼 촬영 전부터 자연스럽게 친해졌던 것이 24년 지기 친구들의 진짜 케미를 창출하는 데 효과적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차은우가 부재 중인 지금 <퍼스트 라이드> 4인방의 막내인 강영석은 "진짜로 솔직히 말하면 형들과 같이 나오는 거라서 (저는 무난하게) 고등학생처럼 보일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라며 "그래서 노력을 안했다. 극 중 바가지 머리로 나오기도 하고. (영화를) 봤는데... 죄송하다. 될 줄 알았다"라고 말해 또 한 번 간담회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습니다.
이들을 한데 모은 남대중 감독은 <퍼스트 라이드> 촬영 현장을 "영화 만드는 즐거움을 가장 많이 느낀 작품"이라고 회상했습니다. 지금까지 여러 작품을 해 오면서, 이만큼 스태프와 배우가 함께 의논해 같이 영화를 만들어가는 기분을 느낀 건 처음이라는 의미였죠. 지난해 <30일> 이후 또 감독과 호흡을 맞추게 된 강하늘은 "남대중 감독과 작업하면 그 현장은 정말 여러 의미로 즐겁다. 웃긴 일도 많지만, (배우로서) 내 의견을 정확히 피력할 수 있고 또 그걸 정확히 받아들여 준다"라고 거들었고요.
영화 <퍼스트 라이드> 스틸컷
남대중 감독은 대표적인 K-인사치레 중 하나인 '다음에'라는 말로 <퍼스트 라이드>의 주제 의식을 표현했습니다. 그는 "항상 답이 없는 '다음에' 말고, 옆에 있는 사람들과 지금 이 순간을 즐겁고 재미있게 살아가자는 취지로 각본을 썼다"라고 밝혔어요. 2016년 <위대한 소원> 이래로 코미디 외길 인생을 걸어온 감독은 <퍼스트 라이드>를 통해 작품 목록에 죽마고우를 다룬 또 하나의 영화를 추가하게 됐는데요. 그가 짚은 두 작품의 결정적 차이는 온 가족 관람 가능 여부입니다. 후자는 보다 무해한 코미디라는 설명이죠. 더불어 <퍼스트 라이드>는 감독의 실제 유사 경험을 기반으로 만들었다고 하니, 웃음과 함께 공감까지 불러 일으킬 지 주목됩니다.
영화는 연민(차은우)의 시선으로 진행됩니다. 연민의 내레이션으로 네 친구의 서사가 보강되는 식이죠. 차은우의 목소리가 화면에 더 착 달라붙도록, 감독은 모든 촬영을 다 마친 후 가편집본을 보여 준 다음에 내레이션 녹음을 했습니다. 시간이 빠듯했음에도 차은우가 현장을 충분히 느끼고 영화를 온전히 이해한 후 작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영화 <퍼스트 라이드> 스틸컷
이처럼 입대 직전까지 공들여 <퍼스트 라이드>에 참여한 차은우는 홍보 활동까지 함께 할 수는 없었는데요. 친구들이 그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씩을 건넸습니다. 강하늘은 "고생하고 있는 것 너무 잘 알지만 우리가 영화 잘 홍보하겠다. 휴가 나와서 보게 되지 않을까"라며 "영화 많이 기대해 주고 한 만큼 재미있게 나온 것 같다. 나중에 보자"라고 했어요. 이어 김영광이 "너무 보고 싶고 빨리 만났으면 좋겠다"라고 하자 강하늘이 "뭔가 이상하다. 분위기가 점점 슬퍼지는 것 같다. '은우야 메롱' 이렇게 해야 할 것 같다"라고 말해 다시 웃음을 안겼습니다. 강영석은 "곧 100일 휴가인 것 같은데 연락 좀 달라. 제발"이라고 인사를 마무리했습니다. 이들의 노력이 담긴 <퍼스트 라이드>는 29일 개봉합니다.
Credit
- 에디터 라효진
- 사진 쇼박스
엘르 비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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