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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프랑스적으로 식사를 마무리하는 방법_프랑스 여자처럼 #2

가장 간단하면서도 든든한 프랑스 식사의 마지막 단계. 너의 이름은 프로마주(Fromage). 버터 바른 바게트에 치즈 한 조각.

BY권민지2020.05.26
프랑스 식사엔 시퀀스가 있다. 코스라는 말보다 드라마틱한 단어로 프랑스 식사의 아름다운 마무리였던 순서를 소개한다.
 
Alice Donovan Rouse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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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테이블에 입장하듯 가볍게 먹고 마시다가 메인 음식을 먹는다. 그다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퀀스인 프로마쥬(Fromage), 치즈가 등장한다. 분명히 메인 음식을 먹었음에도 프로마쥬를 먹지 않으면 괜히 서운한 느낌이 든다. 내게는 본식과도 같은 ‘프로마쥬' 시퀀스를 위해 배부른 정도를 계산하며 본식을 먹는다. 선 삼겹살 후 냉면 또는 선 삼겹살 후 누룽지를 생각하면 이해가 빠르겠다.
 
입가심? 아니 내게는 아름다운 식사의 마무리이자 진짜 식사의 시작!
 
Alexander Maasch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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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가정에서는 큰 접시 위에 여러 종류의 치즈를 포장을 벗겨 덩어리째 올려둔다. 새장처럼 생긴 망 뚜껑을 덮거나 종이 포장지로 쌓아 냉장고에 보관하며 빠른 시일 내에 먹어야 한다. 프랑스인들의 1인당 연간 치즈 소비량은 15kg. 아무튼 테이블에 프로마쥬 접시가 도착하면 탈탈 비운 와인 잔에 데일리 레드 와인을 또다시 따른다. 바게트를 적당한 크기로 썰어 가까운 농장에서 만든 양질의 버터를 바게트 위에 골고루 펴 바르면 프로마쥬를 먹을 준비는 완벽하게 끝난다.
 
골목골목마다 귀여운 치즈 가게가 가득하다. Elisa Michelet on Unsplash

골목골목마다 귀여운 치즈 가게가 가득하다. Elisa Michelet on Unsplash

프랑스에 있는 동안, 즐겨 먹었던프로마쥬 종류는 다음과 같았다. 프랑스인들이 즐겨 먹는 콩테(Comte: 알프스 산맥 콩테 지방에서 생산하며 무려 천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좋아하는 카망베르(Camembert: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익숙한 치즈로 견과류나 과일 등과 잘 어울림)와 브리 (Brie: 원래 가난한 사람들이 즐겨 먹던 치즈였으나 이후 귀족이나 왕들도 즐겨 먹었고, 치즈의 왕이라 불림), 블루 (Bleu:블루 치즈로 알려진 파란 곰팡이가 대리석 무늬를 이루는 자극적이고 콤콤한 맛이 일품), 세브르(Chèvre)라고 따로 분류하는 염소 치즈들 _ 크로탱 드 샤비뇰(Crottin de Chavignol), 셀-쉬르-셰르(Selles-sur-Cher), 플로레뜨(Florette), 르 셰브로(Le Chevrot)처럼 치즈 입문자들에게는 조금 어려운 치즈들…….
 
숙성 중인 콩테 치즈. Gaëtan Werp on Unsplash

숙성 중인 콩테 치즈. Gaëtan Werp on Unsplash

“프로마쥬?”
"치즈 먹을 사람?" 친구가 물어볼 때마다 강아지처럼 동그란 눈과 설레는 표정으로 반응하는 나. 프로마쥬를 좋아하는 외국인이 신기했는지 그는 다양한 종류와 다른 지역의 치즈를 플레이트에 올려 소개해줬다.
 
Alexandra K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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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프로마쥬 접시를 앞으로 가져와 각각의 치즈를 먹을 만큼 썬다.  개인 접시에서 한입에 쏙 들어갈 만한 크기로 잘라 준비한 바게트에 올린다. 입에 넣는다. 맛과 향을 천천히 음미하다가 레드 와인 한 모금을 머금고 먹으면 영화 제목처럼 ‘내게 너무 완벽한’ 식사가 된다. 점심인데 와인 한 병을 금세 비운다.
 
한국 사람이지만 김치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듯 프랑스 사람이지만 치즈를 좋아하지 않는 친구들도 많다. 물론 와인도. 게다가 높은 칼로리에 배에 생길 브리오슈 (이스트를 넣은 빵 반죽에 버터와 달걀을 넣어 만든 고소하고 단맛의 프랑스 전통 빵)_ 프랑스 사람들은 배에 살이 붙으면 "브리오슈가 생겼네!"라고 말하곤 한다. 귀여운 프랑스식 표현. 그러니까, 살이 찔까 봐 치즈를 멀리하는 프랑스 여자들도 많다. 하지만 그런 걱정보다 보다 많은 것을 먹어보고 경험하는 게 나로서는 시급하다. 그 나라의 문화를 음식으로 알아가는 재미를 잃을 것인가?
 
좋은 치즈와 좋은 바게트! Fin macbrayne on Unsplash

좋은 치즈와 좋은 바게트! Fin macbrayne on Unsplash

프랑스적 삶, 하루는 음식으로 시작해 음식으로 끝난다는 말, 여전하다. 먹으면서 먹는 얘기, 이 프로마쥬는 맛이 어떻고, 이 와인은 텍스처가 어떻고 어떻기에 내 취향에는 맞고 안 맞고. 서로의 입맛으로 서로의 취향, 성향 등을 알아가는 일상 속 살롱 문화를 엿볼 수 있다. 프로마쥬는 대화의 주제를 풍성하게 만드는 와인만큼 독보적인 프랑스 음식이다.
 
프랑스 코미디 필름 〈부루주아의 은밀한 매력〉 스틸 중

프랑스 코미디 필름 〈부루주아의 은밀한 매력〉 스틸 중

김치찌개에 밥 한 공기를 뚝딱 해치우고, 바게트에 치즈까지 먹을 수는 없으니 프로마쥬 시퀀스만 뚝 떼어서 한 끼 저녁 식사를 대신해보면 어떨까? 굳이 비싼 와인이 아닌 저렴한 데일리 와인까지 함께. 거기에 어울리는 노래 한 곡까지. 프랑수아즈 아르디의 ‘le temps de l’amour’를 들으며 아름다운 하루를 마무리해 보시길.
 
 
 
* 프렌치 패션, 리빙, 음악, 미술, 책……. 지극히 프랑스적인 삶! 김모아의 '프랑스 여자처럼'은 매주 화요일 업데이트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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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글 김모아(@lesonducouple)
  • 사진 영화 스틸 및 언스플래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