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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출발한 두 기대작, '사마귀'와 '마이 유스' 비교 분석

사마귀와 첫사랑의 정면 승부.

프로필 by 라효진 2025.09.12

드라마 팬들의 금요일 밤이 다시 바빠졌습니다. 동시에 베일을 벗은 JTBC <마이 유스>와 SBS <사마귀: 살인자의 외출>, 전혀 다른 노선의 두 작품의 전개가 궁금할 수밖에 없는 이유.


고밀도 범죄 스릴러, <사마귀: 살인자의 외출>

“오랜만이네요” 극중 연쇄살인마로 복역 중인 사마귀(정이신), 고현정의 첫 등장 첫 대사입니다. 마치 링 위에 복귀한 왕의 귀환 같은 등장. 20년 전 그녀가 벌인 잔혹한 연쇄살인을 모방한 똑같은 방식의 모방 살인이 다시 벌어지고, 사건을 맡은 형사에게 경찰이 된 자신의 아들, 차수열 역의 장동윤에게만 수사를 협조하겠다고 나서죠.

1, 2화는 이 특이한 모자 공조의 시작을 숨 가쁘게 보여줍니다. 차갑게 서로를 밀어내면서도 사건 때문에 손을 잡을 수밖에 없는 상황. 그 사이에서 오가는 시선과 대사 하나하나가 긴장감을 만듭니다. 피도 눈물도 없을 것 같은 냉혈한 모습이다가도 이따금 이건 자식을 대하는 엄마가 아닐까? 싶은 뉘앙스가 묻어나며 그녀의 섬세한 톤과 눈빛 연기를 감상하는 즐거움이 증폭되죠. 여기에 새 용의자와 주변 인물들이 끼어들며 관계는 점점 더 얽히고, 대체 어떤 사연으로 사마귀가 살인을 한 건지 또 현재의 모방 범죄 범인은 누구이며 왜 이런 일을 벌이는지 눈을 뗄 수 없게 만듭니다. 순수한 두부상 장동윤이 형사로 보여주는 연기 변신도 흥미롭습니다. 특히 엄마의 존재 자체를 거부하면서도 거부할 수 없는 어떤 기운에 휘말린 것 같은 혼란스러운 캐릭터 연기는 함께 연기한 고현정 배우와 변영주 감독이 극찬할 만큼 새로운 매력으로 다가왔습니다.

모자의 열연도 빛났지만 모방 살인 범죄를 저질렀다고 추정되는 서구완 역의 이태구 배우의 연기가 초반 몰입도를 긴장감있게 끌어가는 큰 역할을 했습니다. 조현병을 앓으며 범죄를 계획하는 반쯤 미쳐있는 캐릭터 연기를 완벽히 소화했죠. 변영주 감독의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에서도 불안정한 심리 상태를 지닌 섬세한 연기로 극의 갈등을 폭발적으로 이끌었는데요. 아마도 감독님의 애착 배우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김보라 배우 역시 같은 드라마의 인연으로 차수열의 아내로 등장하죠. 이외에도 사마귀를 잡은 형사이자 그를 경찰의 길로 이끌어준 최중호 역을 맡은 조성하, 함께 수사를 하는 동료 경찰 김나희 역의 이엘 등이 탄탄히 무게를 잡아주어 전반적으로 균형감 있는 전개가 이어졌고, 시청자들은 숨막히는 공조 작전에 완전히 몰입할 수 있게 됐습니다.


청춘의 이야기를 다시 쓸 수 있을까? <마이 유스>

<마이 유스>는 송중기와 천우희의 첫사랑 로맨스로 시작 전부터 기대를 모았는데요. <유미의 세포들>을 연출한 이상엽 감독의 섬세하고 감각적인 내면 연출이 두 배우의 케미를 어떻게 담아낼 지 궁금증을 자아냈죠. 보따리를 열어보니 온기 가득한 가을 빛과 잘 어울리는 장면들이 액자처럼 펼쳐집니다. 어쩐지 악역은 아무도 없을 것 같은 드라마. <마이 유스>는 그런 점에서 편안하게 쉴 수 있고 기댈 수 있는 친구 같은 이야기가 될 전망인데요.

1, 2화에서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이들의 초반 서사를 차분히 펼쳐냅니다. 쉽지 않은 가정사로 학창시절부터 아르바이트를 하고 이복동생을 돌보며 남들보다 늦게 평범한 삶을 시작한 선우해 역의 송중기와 뜻하지 않게 그의 평온을 흔들며 영원의 첫사랑으로 남게 된 성제연 역의 천우희. 한때는 소년과 소녀였던 두 사람이 서로에 대한 오해를 간직한 채 삼십 대 중반의 사회인이 되어 다시 마주합니다. 첫 화에서 선우해를 모른척하던 성제연은 갈수록 조금씩 마음을 열며 앞으로 송중기와의 케미를 기대하게 했죠.

주인공뿐만 아니라 함께 일하거나 자주 마주치는 주변 인물도 모두 학창시절부터 함께 알던 사이. 천우희가 매니저를 해주는 배우 모태린 역할의 이주명과 또 모태린을 좋아하며 선우해와는 가족사로 얽힌 김석주 역의 서지훈까지. 드라마는 물리적으로는 어른이 되었지만 여전히 과거의 상처를 안고서 사회의 풍파에 부딪히며 나날이 성장통을 겪는 평범한 ‘어른이’들의 모습을 그려냅니다. 서로 갈 길이 다르게 정해져 있는 듯했던 고등학교 3학년 시절부터 어른이 된 지금도 여전히 서툴게 흔들리는 현재의 삶이 교차하며 시청자에게 위로를 건넵니다. 자신은 잘 모르겠지만 잘 살아왔고, 저마다의 모습으로 빛나고 있다고요.

바쁜 일상에 치여 잊고 지낸 섬세한 감정을 익숙한 장면으로 마주하는 것도 이 드라마의 즐거움이 될 것 같은 예감. 추억 속 첫사랑과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을 때의 설렘, 처음 모래사장을 밟던 감각처럼 우리를 찌릿하게 했던 순간들이 스크린 위에 따뜻하게 펼쳐집니다. 마치 잃어버렸던 순수함이라는 흔적기관을 다시 꺼내 보는 듯한 이야기는 앞으로 남은 주말도 잔잔히 위로해주기에 충분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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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글 이다영
  • 사진 각 방송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