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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부장 이야기' 김낙수는 '미생' 장그래의 미래일까?

10년 전엔 장그래처럼 사회 초년생이었을 김낙수의 서사에 공감하게 만드는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프로필 by 라효진 2025.10.29

지난주 토요일 첫 방송한 JTBC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김 부장 이야기>)를 보면 tvN <미생>이 떠오릅니다. 당시 장그래와 안영이, 장백기, 김동식, 한석율 등 사회 초년생들의 좌충우돌에 공감했던 20대가 이제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의 관리자가 되어 후배를 챙겨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이죠. 그 시절 불안정한 청춘. 계약직과 갑질, 불합리한 조직문화 등을 헤치며 ‘살아남는 법’을 배워야 했던 젊은이들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요? 삶의 평화를 얻었을까요?


JTBC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포스터

JTBC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포스터


이를테면 <미생>의 장그래가 <김 부장 이야기>의 김 부장이 됐다고 가정해 봅시다. ‘서울 자가’와 ‘대기업’에 다니며 ‘부장’ 타이틀을 달고 있으니 제목만 보면 평범한 중산층의 삶 혹은 많은 이들이 꿈꾸는 안정적인 삶의 표본 정도는 영위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김부장’ 김낙수를 연기하는 류승룡의 표정은 그리 행복해 보이지 만은 않습니다. <김 부장 이야기>는 부동산 유튜버로 활약 중인 송희구 작가가 블로그에 연재한 글이 부동산 카페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며 출판된 동명의 책을 원작으로 합니다. 주인공 김낙수는 통신 3사 중 하나인 ‘ACT’에서 근무하는 영업 1팀 부장으로, 서울에 본인의 명의로 된 집이 있고, 25년 째 대기업에 근속 중입니다. 스스로를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이라고 칭하며 자존감을 채우죠. 남의 시선과 사회적 지위에 집착하며 자신을 증명하려 애쓰지만 자신이 이뤄낸 성과에 비해 늘 불안하고 외로워요. 한국 사회가 만든 성공이라는 틀 속에서 길을 잃고 자신을 잃어버린 인간의 초상. 그러다 상무 진급이 눈 앞, 대기업 25년 차 부장인 그의 인생에 위기가 찾아옵니다. 자신이 가치 있다고 생각한 모든 것을 한순간에 잃어버린 한 중년 남성이 긴 여정 끝에 마침내 대기업 부장이 아닌 진정한 본인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이야기가 펼쳐질 예정입니다.


JTBC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스틸컷

JTBC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스틸컷


<김 부장 이야기>는 믿고 보는 배우 류승룡이 15년 만에 안방극장 주연으로 돌아온 작품입니다. JTBC <스카이캐슬>, <히어로는 아닙니다만> 등을 연출한 조현탁 PD와 함께 호흡을 맞췄죠. 김 부장의 아내로 등장하는 명세빈 배우도 반가운 얼굴이고요. 1, 2회가 방영된 후 디테일한 인물 묘사와 류승룡의 리얼한 생활 연기, 배우들간의 찰떡 호흡으로 빠르게 입소문을 타고 있어요.


전형적인 ‘꼰대’ 그 자체인 김 부장이 그렇게까지 밉게 보이지는 않습니다. 남보다 비싸지도, 싸지도 않은 가방을 집요하게 고르고, 동기가 좌천되면 안도하고, 상무의 자리에 몰래 앉아 흉내 내는 김부장의 모습은 웃기지만 슬프게 다가옵니다. “그래도 나 정도면 괜찮지 않나?”라는 자기 위안이 얼마나 위태로운 감정인지 우리는 어렴풋이 알고 있기 때문이죠. 그의 개인적 비극과 더불어 드라마는 빠르게 급변하는 시대와 이에 따른 세대 간의 갈등, 가치관의 차이도 다룹니다. 김 부장과 그의 아들 김수겸(차강윤)은 세상을 보는 관점 자체가 다르죠. 사회가 만든 수식어를 차츰 떼어내며 자신만의 기준을 찾아갈 주인공의 모습이 공감을 불러 일으켜요.


JTBC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스틸컷

JTBC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스틸컷


‘요정’ 정재형이 본업을 마음껏 뽐내며 드라마는 더욱 풍성해졌습니다. 이 작품의 음악 감독을 맡은 그가 절친한 가수 이적과 함께 작업한 OST ‘혼자였다’는 드라마의 전체 서사를 음악으로 완벽히 표현해 냈는데요. 이적은 인스타그램에 해당 곡의 가사를 올리며 “드라마 가편집본을 받아보고 류승룡의 얼굴에서 낭떠러지 앞에 선 한 인간의 두려움을 보았다. 그래서 써내려 간 가사”라고 설명했습니다. 처음 가제를 ‘아들아’라고 지었다고 하니 부모와 자식의 입장에서 각자의 인생을 떠올리며 들으면 눈물이 핑 도는 또 하나의 명곡이 탄생한 듯합니다.


이 드라마는 성공이라는 가치의 '리셋'을 주제의식으로 삼는 듯합니다. 타인의 기준으로 쌓은 안정과 지위가 더 이상 행복을 보장하지 못하는 요즘 <김 부장 이야기>가 기성 세대와 미래 세대를 떠나 누구나를 위한 자기 서사의 복구, 이름 앞의 수식어를 지워도 여전히 당신이 온전한 지를 묻는 위로의 작품이 되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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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에디터 라효진
  • 글 이다영
  • 사진 JT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