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클라라(Miss Clara)! 발음을 거듭할수록 누군가를 부르는 외침에 가까워진다. 어떤 연유로 호텔 이름이 된 걸까?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것만으로도 탁월한 네이밍이다. 호텔 건물이 1910년부터 40년 동안 진보적인 가톨릭 여학교로 쓰였다는 정보만 안고 체크인했다. 대면을 선호하는 나는 더 많은 이야기를 직원에게 듣고 싶었다. “미스 클라라는 1910년 아테네움(Ateneum) 여학교 초대 교장이었던 클라라 스트룀베리(Clara Strömberg)의 이름에서 따왔어요. 클라라는 여학생에게 성교육을 하거나 체력 단련 수업을 할 정도로 시대를 앞서가는 여성이었죠. 이 호텔의 기원에 그녀의 열정적이고 선구자적 태도가 반영됐다는 걸 강조하기 위해 호텔 이름을 그렇게 지었답니다. 발레리나 룸에서 커피나 티를 한잔하겠어요?” 라운지를 발레리나 룸이라 부르는 건 예전에 발레 수업을 하던 곳이었기 때문. 알바 알토의 플로어 램프 뒤로 발레 댄서들의 포즈를 극적으로 포착한 사진이 걸려 있다. 호텔이 오픈한 건 2013년으로 스웨덴 건축가 예르트 빙오르드(Gert Wingårdh)가 학교를 호텔로 개조하는 레너베이션을 담당했는데 메탈 난간이 강조된 넓은 계단과 건물 입구의 석조 부조, 객실마다 있는 아치형 창은 건물의 오리지널리티인 아르누보의 흔적으로 남겨두었다.
호텔과 더욱 가까워진 것 같은 충만함을 안고 객실에 들어섰다. 커다란 창문 너머로 눈이 내려앉은 스베아베겐(Sveavägen) 거리의 분주함과 아돌프 프레드리크스(Adolf Fredriks) 교회 첨탑이 눈에 들어온다. 테이블 위에 놓인 웰컴 카드 옆의 작은 녹색 박스를 열어봤다. 스웨덴의 유명 수제 캐러멜 브랜드 펠란스(Pärlans)의 바닐라 솔드 캐러멜, 가지런히 놓인 열 개의 캐러멜은 저마다 사연을 가진 물건 같기도 하다. 시각적인 귀여움이 맛의 달콤함으로 이어지는 사랑스러운 순간이다. 룸의 첫인상은 흑백 대조로 인한 명료함이 그 출발이다. 짙은 색감의 헤링본 바닥은 벽의 하부 높이(정확하게 매트리스 높이와 맞췄다)까지 올라왔고, 새하얀 벽과 가벼운 커튼은 공간을 수수하게 만들어준다. 공은 들였으나 과시하지 않은 느낌, 욕실 문과 벽을 온통 유리로 마감해 공감각은 날아갈 듯 가볍다.
이 호텔을 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던, 침대 풋보드에 매달린 둥그런 구조물을 쓱 만져봤다. 이 구조물의 정체는 무엇일까? 토넷 체어의 등받이처럼 보이는 이것은 두 사람이 침대의 헤드와 풋에서 서로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만든 디자인이라고 한다. 미하엘 토네트의 오마주이거나 장식적 요소였다고 해도 쉬이 납득했을 것이다. 늘 나란히 눕는 침대에서 마주 보는 방향이라니! 이 다정하고 재치 있는 아이디어는 누구에게서 온 걸까? 이 모티프는 모든 객실의 침대 끝에 걸려 있어 이곳을 하나로 아우른다.